목걸이
Guy de Maupassant — La Parure, Deux amis, La Ficelle
빌린 목걸이를 잃어버린 여자. 사소한 것 하나에 인생이 걸려 넘어지는 모파상 단편 셋.
목걸이
그 여자는 운명의 착오이기라도 한 것처럼 하급 관리의 집안에 태어난, 곱고 매력적인 처녀들 가운데 하나였다. 지참금도 없었고 기대할 유산도 없었으며, 부유하고 지체 높은 남자에게 알려지고 이해받고 사랑받아 아내가 될 방도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교육부의 말단 서기와 그럭저럭 결혼하고 말았다.
치장할 수 없었으므로 수수하게 지냈지만, 제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처럼 불행했다. 여자에게는 계급도 혈통도 없어서,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매력이 곧 그 여자의 출생이고 가문인 까닭이다. 타고난 섬세함, 우아한 것을 알아보는 본능, 마음의 유연함 — 여자의 서열은 그것뿐이며, 그것이 평민의 딸을 최고의 귀부인과 같은 자리에 앉힌다.
그 여자는 끊임없이 괴로웠다. 자기는 온갖 고운 것과 온갖 사치를 누리도록 태어났다고 느꼈던 것이다. 초라한 집이, 헐벗은 벽이, 닳은 의자가, 볼품없는 천이 괴로웠다. 같은 처지의 다른 여자라면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그 모든 것이 이 여자를 괴롭히고 분하게 했다. 허드렛일을 하는 어린 브르타뉴 하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서글픈 회한과 걷잡을 수 없는 몽상이 일었다. 그 여자는 생각했다. 동양풍 휘장을 두르고 높다란 청동 촛대로 밝힌 고요한 응접실을, 난방의 무거운 온기에 졸음이 겨워 넓은 안락의자에서 잠든 반바지 차림의 하인 둘을. 오래된 비단을 입힌 큰 살롱을, 값을 매길 수 없는 장식품을 얹은 고운 가구를, 그리고 향내 나는 아담한 작은 살롱을 — 가장 가까운 벗들과, 모든 여자가 그 눈길을 부러워하고 탐내는 이름난 남자들과 다섯 시의 담소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방을.
사흘째 그대로인 식탁보를 씌운 둥근 상 앞에 저녁을 먹으러 앉을 때, 맞은편에서 남편이 수프 그릇 뚜껑을 열며 황홀한 얼굴로 "아! 맛있는 포토푀! 이보다 나은 건 없지……" 하고 말할 때, 그 여자는 생각했다. 격조 있는 만찬을, 번쩍이는 은식기를, 요정의 숲 한가운데 옛 인물들과 진기한 새들이 노니는 벽걸이 융단을. 훌륭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절묘한 요리를, 송어의 분홍 살이나 들꿩의 날개를 먹으며 스핑크스 같은 미소로 듣는, 속삭이는 찬사를.
그 여자에게는 옷도 보석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이 그것뿐이었다. 자기는 그것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마음에 들고 싶었고, 부러움을 사고 싶었고, 매혹적이어서 뭇사람이 찾는 사람이고 싶었다.
수녀원 학교를 같이 다닌 부유한 친구가 하나 있었지만, 다녀오면 너무 괴로워서 더는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러고는 며칠씩 울었다. 서러움으로, 회한으로, 절망과 비참함으로.
⁂
그런데 어느 저녁, 남편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큼직한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 자, 이것 봐. 당신 거야.
그 여자는 성급히 봉투를 뜯어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교육부 장관과 조르주 랑포노 부인은 1월 18일 월요일 저녁 교육부 관저에서 루아젤 씨 내외를 모시는 영광을 갖고자 합니다.」
남편이 기대한 것처럼 기뻐하기는커녕, 그 여자는 초대장을 상 위에 성나게 던지며 중얼거렸다.
— 이걸 나더러 어쩌라고요?
— 하지만 여보, 난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지. 통 나가지도 않잖아. 이런 기회가 어디 있어, 얼마나 좋은 기횐데! 이걸 얻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 다들 갖고 싶어 하지만 아주 귀해서 말단들한테는 많이 주지도 않아. 거기 가면 관청 사람이 다 모여.
그 여자는 짜증스러운 눈으로 남편을 보다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 거기 가는 데 뭘 걸치고 가라는 거예요?
남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더듬거렸다.
— 그야 극장 갈 때 입는 옷 있잖아. 내 보기엔 아주 괜찮던데……
그러다 아내가 우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말문이 막혔다. 굵은 눈물 두 방울이 눈꼬리에서 입가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남편이 말을 더듬었다.
— 왜 그래? 왜 그러는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안간힘으로 슬픔을 눌러 이기고, 젖은 뺨을 닦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입을 옷이 없으니 그 자리에 갈 수 없다는 것뿐이죠. 그 카드는 나보다 옷 잘 갖춰 입은 아내를 둔 동료한테 주세요.
남편은 난감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 이봐, 마틸드. 그럴듯한 옷 한 벌이 얼마나 하나? 다른 자리에도 또 입을 수 있는, 아주 간소한 걸로 말이야.
그 여자는 몇 초 동안 셈을 하며 생각했다. 알뜰한 서기가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하거나 기겁하며 소리치지 않을 만한 액수가 얼마쯤일지도 함께 헤아렸다.
마침내 망설이며 대답했다.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백 프랑이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남편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바로 그 액수를 총 한 자루 사는 데 떼어두었던 것이다. 이듬해 여름에 낭테르 벌판에서 몇몇 친구와 사냥을 하려고. 일요일마다 거기서 종달새를 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그는 말했다.
— 그러지. 사백 프랑 줄게. 대신 좋은 옷으로 맞춰.
⁂
무도회 날이 다가왔다. 옷은 마련되었는데도 루아젤 부인은 슬프고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어느 저녁 남편이 물었다.
— 왜 그래? 사흘째 어째 좀 이상하잖아.
그 여자가 대답했다.
— 보석 하나, 돌 하나, 몸에 걸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궁상맞아 보일 거예요. 차라리 그 저녁 자리에 안 가는 편이 낫겠어요.
남편이 말했다.
— 생화를 달면 되잖아. 이런 철엔 그게 아주 멋져. 십 프랑이면 근사한 장미를 두세 송이 살 수 있어.
그 여자는 도무지 수긍하지 않았다.
— 아니에요…… 부유한 여자들 틈에서 가난해 보이는 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어요.
그러자 남편이 소리쳤다.
— 이런 바보 같으니! 포레스티에 부인한테 가서 보석을 좀 빌려달라고 해. 그만한 사이는 되잖아.
그 여자는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 그렇네요. 미처 생각을 못 했어요.
이튿날 친구를 찾아가 딱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거울 달린 장롱으로 가서 큼직한 함을 꺼내 와 열어 보이며 루아젤 부인에게 말했다.
— 골라 봐.
먼저 팔찌들이 보였고, 다음에는 진주 목걸이가, 그다음에는 금과 보석으로 훌륭하게 세공한 베네치아식 십자가가 보였다. 그 여자는 거울 앞에서 장신구를 걸쳐 보며 망설였고, 벗어 돌려놓기를 차마 결심하지 못했다. 자꾸 물었다.
— 더 없어?
— 있지. 찾아봐. 네 마음에 뭐가 들지 내가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다 문득 검은 새틴 상자 속에서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발견했다. 그 여자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는 욕심으로 뛰기 시작했다. 목걸이를 집는 손이 떨렸다. 목까지 올라오는 옷 위, 목덜미에 그것을 걸고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넋을 잃었다.
이윽고 망설이며, 애가 타서 물었다.
— 이걸 빌려줄 수 있어? 이것만.
— 그럼, 물론이지.
그 여자는 친구의 목을 끌어안고 격정에 겨워 입 맞춘 다음, 보물을 안고 달아나듯 나왔다.
⁂
무도회 날이 왔다. 루아젤 부인은 성공을 거두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우아했고, 사랑스러웠고, 미소 지었고,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랐다. 남자들이 모두 그 여자를 바라보았고 이름을 물었고 소개받으려 했다. 장관 비서실 사람들이 죄다 그 여자와 왈츠를 추고 싶어 했다. 대신도 그 여자를 눈여겨보았다.
그 여자는 도취하여, 격정에 휩싸여, 쾌락에 취하여 춤을 추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자기 아름다움의 승리 속에서, 자기 성공의 영광 속에서, 그 모든 찬사와 그 모든 감탄과 그 모든 눈뜬 욕망으로 이루어진 행복의 구름 속에서 — 여자의 마음에 그토록 완전하고 그토록 달콤한 승리 속에서.
그 여자는 새벽 네 시쯤 자리를 떴다. 남편은 자정부터 인적 없는 작은 살롱에서, 아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다른 세 신사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
남편은 나갈 때 입히려고 가져온 옷을 아내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평범한 살림의 수수한 옷이라, 그 초라함이 무도회 차림의 우아함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 여자는 그것을 느끼고, 값진 모피를 두르는 다른 여자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달아나려 했다.
루아젤이 붙들었다.
— 좀 기다려. 밖에 나가면 감기 들겠어. 삯마차를 부를게.
그러나 그 여자는 듣지 않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거리에 나섰을 때 마차는 보이지 않았다. 둘은 마차를 찾아 나서서, 멀찍이 지나가는 마부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둘은 절망한 채 떨면서 센 강 쪽으로 내려갔다. 마침내 강가에서 밤에만 다니는 낡은 이륜마차 한 대를 붙잡았다. 파리에서는 밤이 되어야만 보이는 마차들, 마치 낮에는 제 초라함이 부끄럽기라도 한 듯한 마차들이었다.
마차는 둘을 마르티르 거리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둘은 쓸쓸히 집으로 올라갔다. 그 여자에게는 모든 것이 끝난 것이었다. 남편은 열 시까지 관청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어깨에 둘렀던 옷을 거울 앞에서 벗었다. 자기의 영광을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목에 목걸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반쯤 옷을 벗은 남편이 물었다.
— 왜 그래?
그 여자가 얼이 빠져 남편을 돌아보았다.
— 나…… 나…… 포레스티에 부인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남편이 벌떡 일어섰다.
— 뭐라고!…… 어떻게!…… 그럴 리가 없어!
둘은 옷자락 주름 속을, 외투 주름 속을, 주머니를, 온 데를 뒤졌다. 목걸이는 없었다.
남편이 물었다.
— 무도회장을 나올 때까지 있었던 게 확실해?
— 네, 관저 현관에서 만져 봤어요.
— 하지만 길에서 잃었다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마차 안에 있을 거야.
— 그렇겠네요. 번호를 적어 뒀어요?
— 아니. 당신은? 안 봤어?
— 못 봤어요.
둘은 넋이 나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루아젤이 다시 옷을 입었다.
— 우리가 걸어온 길을 처음부터 다시 가 볼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러고는 나갔다. 그 여자는 잠자리에 들 기운도 없이 야회복 차림 그대로, 불도 피우지 않은 채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주저앉아 있었다.
남편은 일곱 시쯤 돌아왔다.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는 경찰청에 갔고, 사례금을 걸겠다고 신문사에 갔고, 마차 회사들에 갔고, 한 가닥 희망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그 여자는 그 끔찍한 재앙 앞에서 넋이 나간 채로 하루 종일 기다렸다.
루아젤은 저녁에 얼굴이 패고 창백해져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 친구한테 편지를 써야겠어. 목걸이 잠금쇠가 부서져서 고치는 중이라고. 그래야 우리가 손쓸 시간을 벌지.
그 여자는 남편이 불러 주는 대로 편지를 썼다.
⁂
일주일이 지나자 둘은 모든 희망을 잃었다.
다섯 살은 늙어 버린 루아젤이 말했다.
— 그 보석을 물어 줄 방도를 찾아야겠어.
이튿날 둘은 목걸이가 들어 있던 상자를 들고, 그 안에 적힌 이름을 따라 보석상을 찾아갔다. 보석상이 장부를 뒤졌다.
— 부인, 이 목걸이를 판 것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상자만 대 드린 모양입니다.
그래서 둘은 이 보석상 저 보석상을 돌며 그것과 같은 장신구를 찾았다. 기억을 더듬으며, 둘 다 슬픔과 불안으로 병이 날 지경이었다.
팔레루아얄의 어느 가게에서 찾던 것과 똑같아 보이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발견했다. 사만 프랑짜리였다. 삼만육천에 주겠다고 했다.
둘은 사흘 동안은 팔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을 2월 말 이전에 찾으면 삼만사천 프랑에 되사 준다는 조건을 붙였다.
루아젤에게는 아버지가 남긴 만팔천 프랑이 있었다. 나머지는 빌리기로 했다.
그는 빌렸다. 이 사람에게 천 프랑, 저 사람에게 오백 프랑, 여기서 오 루이, 저기서 삼 루이. 어음을 썼고, 앞이 캄캄해지는 약정을 맺었고, 고리대금업자와 온갖 종류의 돈놀이꾼을 상대했다. 남은 생애 전부를 저당 잡혔고,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서명을 걸었다. 그리고 앞날의 불안에, 자기에게 덮쳐 올 캄캄한 궁핍에, 온갖 육체의 결핍과 온갖 정신의 고통에 질려 하면서, 새 목걸이를 찾으러 가 상인의 계산대에 삼만육천 프랑을 내려놓았다.
루아젤 부인이 그 장신구를 돌려주자 포레스티에 부인이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 좀 더 일찍 돌려줬어야지. 나도 쓸 일이 있었을 텐데.
친구는 상자를 열어 보지 않았다. 루아젤 부인이 두려워하던 바로 그것이었다. 바꿔치기를 알아차렸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슨 말을 했을까? 자기를 도둑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
루아젤 부인은 궁핍한 사람들의 끔찍한 삶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단번에, 영웅처럼 각오를 정했다. 그 무시무시한 빚을 갚아야 한다. 갚겠다. 하녀를 내보냈고, 집을 옮겼고, 지붕 밑 다락방을 얻었다.
그 여자는 살림의 고된 일을, 부엌의 지긋지긋한 잡일을 알게 되었다. 설거지를 하며 기름진 그릇과 냄비 바닥에 분홍빛 손톱을 닳렸다. 더러운 빨래를, 셔츠와 행주를 비누로 빨아 줄에 널었다. 아침마다 쓰레기를 거리로 내려다 놓고 물을 길어 올리며 층계참마다 멈춰 숨을 골랐다. 그리고 서민 여자처럼 차려입고 팔에 바구니를 낀 채 과일 가게로, 식료품 가게로, 푸줏간으로 다니며 값을 깎았고, 욕을 먹었고, 한 푼 한 푼 제 가련한 돈을 지켰다.
달마다 어음을 갚아야 했고, 어떤 것은 연장해야 했고, 시간을 얻어 내야 했다.
남편은 저녁이면 어느 상인의 장부를 정서했고, 밤에는 흔히 한 장에 오 수를 받고 필사를 했다.
그런 삶이 십 년 이어졌다.
십 년 끝에 둘은 모든 것을 갚았다. 고리대의 이자와 겹겹이 쌓인 이자까지 전부.
루아젤 부인은 이제 늙어 보였다. 가난한 살림의 억세고 모질고 거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치마는 비뚤어지고 손은 붉었으며, 목소리는 커졌고, 물을 잔뜩 끼얹어 마룻바닥을 닦았다. 그러나 이따금 남편이 관청에 가고 없을 때면 창가에 앉아, 그 옛날의 저녁을, 자기가 그토록 아름다웠고 그토록 떠받들리던 그 무도회를 생각했다.
그 장신구를 잃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알겠는가! 삶이란 얼마나 야릇하고 변덕스러운가! 사람 하나를 파멸시키거나 구원하는 데 얼마나 하찮은 것이면 족한가!
⁂
그런데 어느 일요일, 한 주의 고된 일에서 벗어나려고 샹젤리제로 산책을 나갔다가, 아이를 데리고 거니는 여자를 문득 보았다. 포레스티에 부인이었다. 여전히 젊고,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루아젤 부인은 가슴이 뛰었다. 말을 걸까? 그럼, 걸어야지. 이제 다 갚았으니 전부 이야기하리라. 안 될 것이 무엇인가?
그 여자가 다가갔다.
— 안녕, 잔.
상대는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 아낙에게 그렇게 스스럼없이 불린 것에 놀랐다.
그가 더듬거렸다.
— 저기…… 부인!…… 저는 모르겠는데요……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아요.
— 아니야. 나 마틸드 루아젤이야.
친구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 어머!…… 가엾은 마틸드, 어쩌면 이렇게 변했니!……
— 그래, 너를 못 본 사이에 아주 힘든 날들을 보냈어. 고생도 많이 했고…… 그게 다 너 때문이야!……
— 나 때문이라니…… 어째서?
— 교육부 무도회에 가려고 네가 빌려준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기억나지.
— 응. 그런데?
— 그런데 내가 그걸 잃어버렸어.
— 무슨 소리야! 나한테 돌려줬잖아.
— 똑같은 걸로 하나 사서 돌려준 거야. 그걸 갚느라 십 년이 걸렸어. 아무것도 없는 우리한테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건 너도 알겠지…… 어쨌든 다 끝났어. 나 정말 홀가분해.
포레스티에 부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 내 것 대신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고?
— 응. 넌 몰랐지? 아주 똑같았으니까.
그러고는 자랑스럽고 천진한 기쁨으로 웃었다.
포레스티에 부인이 몹시 감동하여 그 여자의 두 손을 잡았다.
— 아아! 가엾은 마틸드! 하지만 내 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오백 프랑짜리였는걸!……
두 친구
파리는 봉쇄되었고, 굶주렸고, 신음하고 있었다. 지붕 위에서 참새를 보기가 어려워졌고 하수구에서도 짐승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었다.
1월의 어느 맑은 아침, 군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빈속으로 외곽 대로를 따라 쓸쓸히 걷던 모리소 씨는 — 직업은 시계공이고 어쩌다 보니 집에만 틀어박히게 된 사람이었다 — 낯익은 사람 하나를 알아보고 우뚝 멈춰 섰다. 친구였다. 소바주 씨, 강가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전쟁 전에는 일요일마다 모리소가 동틀 무렵에 집을 나섰다. 한 손에는 대나무 낚싯대, 등에는 양철통을 지고. 아르장퇴유행 기차를 타고 콜롱브에서 내린 다음 걸어서 마랑트섬으로 갔다. 꿈에 그리던 그곳에 닿기가 무섭게 낚시를 시작해 밤이 될 때까지 낚았다.
일요일마다 그는 그곳에서 자그마하고 통통하고 유쾌한 사내를 만났다. 노트르담드로레트 거리의 잡화상 소바주 씨, 그 역시 낚시에 미친 사람이었다. 둘은 나란히 앉아 낚싯줄을 손에 쥐고 물살 위로 발을 늘어뜨린 채 반나절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서로 정이 들었다.
어떤 날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둘은 놀랍도록 잘 통했다. 취향이 비슷했고 느끼는 것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봄날 아침 열 시쯤, 다시 젊어진 해가 잔잔한 강 위로 물과 함께 흐르는 옅은 김을 피워 올리고, 낚시에 미친 두 사람의 등에 새 계절의 좋은 온기를 부어 줄 때면, 모리소는 이따금 옆 사람에게 말했다. "어이!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러면 소바주 씨가 대답했다. "이보다 나은 건 모르겠소." 둘이 서로를 알아보고 아껴 주기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가을날 해 질 무렵, 지는 해로 피 빛이 된 하늘이 물속에 진홍 구름의 형상을 던지고, 강 전체를 자줏빛으로 물들이고, 지평선을 불태우고, 두 친구를 불처럼 붉게 만들고, 벌써 물든 채 겨울의 오한에 떠는 나무들을 금빛으로 칠할 때면, 소바주 씨는 웃으며 모리소를 바라보고 말했다. "굉장한 광경이오!" 그러면 감탄한 모리소가 찌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대로보다야 낫지 않소, 안 그렇소?"
서로를 알아보자마자 둘은 힘껏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달라진 형편에서 다시 만난 것이 몹시 감격스러웠다. 소바주 씨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소!" 모리소는 몹시 침울하게 신음했다. "게다가 이런 날씨라니! 올해 들어 처음 오는 좋은 날인데."
과연 하늘은 온통 파랬고 빛으로 가득했다.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생각에 잠긴 채 서글프게. 모리소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낚시는? 어이! 얼마나 좋은 기억이오!"
소바주 씨가 물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으려나?"
둘은 작은 카페에 들어가 함께 압생트를 마셨다. 그러고는 다시 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모리소가 갑자기 멈춰 섰다. "초록색 한 잔 더 어떻소?" 소바주 씨가 응했다. "좋으실 대로." 그리고 둘은 다른 술집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는 몹시 어질어질했다. 빈속에 술만 채운 사람처럼 정신이 흐렸다. 날이 포근했다. 어루만지는 듯한 산들바람이 얼굴을 간질였다.
미지근한 공기에 취기가 완전히 오른 소바주 씨가 멈춰 섰다. "가 볼까?"
"어디를요?"
"낚시 말이오, 낚시."
"그런데 어디로?"
"우리 섬으로 가야지. 프랑스군 전초는 콜롱브 근처에 있소. 내가 뒤물랭 대령을 아니까 쉽게 통과시켜 줄 거요."
모리소가 욕심에 몸을 떨었다. "그렇게 합시다. 나도 가겠소." 그리고 둘은 도구를 챙기러 헤어졌다.
한 시간 뒤 둘은 큰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윽고 대령이 묵고 있는 별장에 이르렀다. 대령은 그들의 부탁에 웃음을 지었고 그 엉뚱한 바람을 들어주었다. 둘은 통행증을 지니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곧 그들은 전초를 지나 텅 빈 콜롱브를 가로질러, 센강 쪽으로 내려가는 작은 포도밭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열한 시쯤이었다.
건너편 아르장퇴유 마을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 오르주몽과 사누아의 언덕이 온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낭테르까지 이어지는 넓은 벌판은 비어 있었다. 완전히 비어서, 헐벗은 벚나무와 잿빛 땅만 있었다.
소바주 씨가 손가락으로 봉우리를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프로이센 놈들이 저 위에 있소!" 그러자 이 인적 없는 들판 앞에서 두 친구는 불안에 얼어붙었다.
'프로이센 놈들!' 둘은 한 번도 그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몇 달째 그들이 파리를 둘러싸고 저기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프랑스를 무너뜨리고, 약탈하고, 학살하고, 굶기는, 보이지 않으면서 전능한 자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승리자 무리에 대한 증오에 미신 같은 공포가 더해졌다.
모리소가 더듬거렸다. "어이! 혹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바주 씨가 무슨 일이 있어도 되살아나는 파리 사람 특유의 익살로 대답했다.
"튀김이나 대접해야지."
그러나 사방의 침묵에 기가 죽어 둘은 들판으로 나서기를 망설였다.
마침내 소바주 씨가 마음을 정했다. "갑시다, 출발! 대신 조심해서." 그리고 둘은 포도밭으로 내려갔다. 허리를 반으로 굽히고, 기어서, 덤불을 방패 삼아, 불안한 눈으로 귀를 곤두세우고.
강가에 이르려면 헐벗은 땅 한 자락을 건너야 했다. 둘은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둑에 닿자마자 마른 갈대 속에 몸을 웅크렸다.
모리소는 근처에 발소리가 나지 않는지 들으려고 땅바닥에 뺨을 붙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둘뿐이었다. 정말로 둘뿐이었다.
안심한 둘은 낚시를 시작했다.
맞은편의 버려진 마랑트섬이 그들을 건너편 둑으로부터 가려 주었다. 식당으로 쓰이던 작은 집은 닫혀 있었고, 몇 해째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소바주 씨가 첫 모래무지를 낚았고 모리소가 두 번째를 낚았다. 그리고 시시각각 그들은 줄 끝에 은빛으로 파닥이는 작은 짐승을 매단 채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어획이었다.
둘은 발치의 물에 담가 둔 촘촘한 그물주머니에 물고기를 조심스레 넣었다. 그리고 감미로운 기쁨이 스며들었다. 오래 빼앗겼던 좋아하는 즐거움을 되찾았을 때 사람을 사로잡는 그 기쁨이었다.
좋은 햇볕이 두 어깨 사이로 온기를 흘려보냈다. 둘은 이제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의 나머지를 잊었다. 그들은 낚시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땅 밑에서 올라오는 듯한 둔중한 소리가 지면을 떨게 했다. 대포가 다시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모리소가 고개를 돌리자 둑 너머 저기 왼쪽으로 몽발레리앵의 커다란 윤곽이 보였다. 그 이마에는 방금 뱉어 낸 화약 연기가 흰 깃털처럼 얹혀 있었다.
곧이어 요새 꼭대기에서 두 번째 연기가 솟았고, 잠시 뒤 새로운 포성이 울렸다.
그러고는 다른 소리들이 뒤따랐다. 시시각각 산은 제 죽음의 숨을 내뿜었다. 젖빛 연기를 토해 냈고, 그것은 고요한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 산 위에 구름 하나를 만들었다.
소바주 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또 시작이군." 그가 말했다.
찌의 깃털이 잇달아 물속으로 잠기는 것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모리소는, 저렇게 싸워 대는 미친 자들에 대한 순한 사람의 분노에 문득 사로잡혀 투덜거렸다. "저렇게 서로 죽이려면 얼마나 어리석어야 하는지."
소바주 씨가 받았다. "짐승보다 못하지."
그리고 방금 피라미 한 마리를 낚아 올린 모리소가 잘라 말했다. "정부라는 게 있는 한 언제까지나 이럴 거요."
소바주 씨가 그를 막았다. "공화국이었으면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을 텐데…"
모리소가 말을 끊었다. "왕이 있으면 밖에서 전쟁을 하고, 공화국이면 안에서 전쟁을 하지요."
그러고는 둘은 차분하게 토론을 시작했다. 순하고 아둔한 사람들의 건전한 이치로 커다란 정치 문제를 풀어 나갔고,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데에서 의견이 맞았다. 그리고 몽발레리앵은 쉬지 않고 포를 쏘았다. 포탄으로 프랑스인의 집을 허물고, 목숨을 짓이기고, 사람을 으깨고, 숱한 꿈과 기다리던 기쁨과 바라던 행복을 끝내고, 저 멀리 다른 나라의 아내들 가슴에, 딸들 가슴에, 어머니들 가슴에 끝나지 않을 고통을 열어 놓으면서.
"그게 인생이오." 소바주 씨가 잘라 말했다.
"차라리 그게 죽음이라고 하시오." 모리소가 웃으며 받았다.
그러나 둘은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었다. 등 뒤에서 누군가 걸어온 것을 분명히 느꼈던 것이다. 눈을 돌리자 어깨에 바짝 붙어 선 네 사람이 보였다. 무장하고 수염을 기른 네 명의 덩치 큰 사내였다. 제복 입은 하인 같은 옷차림에 납작한 모자를 쓰고, 총구를 겨눈 채였다.
두 낚싯대가 손에서 빠져나가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초 만에 둘은 붙잡혀 묶이고 들려 나가 배에 던져졌고, 섬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버려진 줄로만 알았던 집 뒤편에서 둘은 스무 명쯤 되는 독일 병사를 보았다.
의자에 걸터앉아 커다란 도자기 파이프를 피우고 있던 털북숭이 거인 같은 사내가 훌륭한 프랑스어로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 두 분, 낚시는 잘되셨소?"
그때 병사 하나가 챙겨 온 물고기 가득한 그물을 장교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프로이센 사람이 웃었다. "허, 허! 나쁘지 않았군.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겠소. 잘 듣고 당황하지 마시오.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나를 감시하러 보내진 첩자 둘이오. 나는 당신들을 잡았고 총살할 것이오. 속셈을 감추려고 낚시하는 척한 것이지. 내 손에 떨어졌으니 당신들이 운이 나쁜 거요. 전쟁이란 게 그렇소.
하지만 전초를 지나 나왔으니 돌아갈 암호가 분명히 있을 거요. 그 암호를 대면 살려 주겠소."
두 친구는 새파랗게 질린 채 나란히 서서, 신경질적으로 가늘게 떨리는 손을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교가 말을 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오. 당신들은 조용히 돌아가면 되고. 비밀은 당신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오. 거절하면 죽음이오. 그것도 지금 당장. 고르시오."
둘은 입을 열지 않고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프로이센 사람이 여전히 침착하게 강 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시오, 오 분 뒤면 당신들은 저 물 밑바닥에 있을 거요. 오 분! 가족이 있을 것 아니오?"
몽발레리앵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두 낚시꾼은 선 채로 말이 없었다. 독일인이 제 나라 말로 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포로들과 너무 가까이 있지 않으려고 의자를 옮겼다. 그리고 열두 명이 스무 걸음 거리에 와서 총을 발치에 세우고 늘어섰다.
장교가 말을 이었다. "일 분을 주겠소. 이 초도 더 주지 않소."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두 프랑스인에게 다가가더니, 모리소의 팔을 끼고 멀찍이 데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암호가 뭐요? 당신 친구는 아무것도 모를 거요. 내가 마음이 약해진 척해 주겠소."
모리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프로이센 사람은 소바주 씨를 데려가 같은 질문을 했다.
소바주 씨도 대답하지 않았다.
둘은 다시 나란히 섰다.
그리고 장교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총을 들어 올렸다.
그때 모리소의 눈길이 우연히, 몇 걸음 떨어진 풀밭에 놓인 모래무지 가득한 그물에 가 닿았다.
햇살 한 줄기가 아직도 파닥이는 물고기 더미를 빛나게 했다. 그러자 힘이 풀렸다. 애를 썼지만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가 더듬거렸다. "잘 가시오, 소바주 씨."
소바주 씨가 대답했다. "잘 가시오, 모리소 씨."
둘은 손을 맞잡았다. 억누를 수 없는 떨림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두 사람을 흔들었다.
장교가 외쳤다. 쏴!
열두 발이 한 발처럼 울렸다.
소바주 씨는 통나무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키가 더 큰 모리소는 휘청거리다 빙 돌더니 친구 위로 가로질러 쓰러졌다. 얼굴은 하늘을 향했고, 가슴께가 찢긴 상의에서 피가 왈칵왈칵 솟아 나왔다.
독일인이 새 명령을 내렸다.
부하들이 흩어졌다가 밧줄과 돌을 가지고 돌아와 두 시신의 발에 묶었다. 그러고는 그들을 둑으로 옮겼다.
몽발레리앵은 그치지 않고 울부짖었다. 이제는 산더미 같은 연기를 머리에 이고서.
병사 둘이 모리소의 머리와 다리를 잡았고, 다른 둘이 같은 식으로 소바주 씨를 붙들었다. 시신들은 한순간 힘껏 흔들리다 멀리 던져졌고,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발에 매단 돌에 끌려 선 채로 강물에 잠겼다.
물이 튀어 오르고, 부글거리고, 떨리다가 잠잠해졌다. 그동안 아주 작은 물결들이 기슭까지 밀려왔다.
피가 조금 떠 있었다.
여전히 태연한 장교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는 물고기들 차례군."
그러고는 집 쪽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문득 풀밭에 놓인 모래무지 그물이 눈에 띄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 들고 살펴보더니 웃으며 소리쳤다. "빌헬름!"
흰 앞치마를 두른 병사 하나가 달려왔다. 그리고 프로이센 사람은 총살당한 두 사람의 낚은 것을 그에게 던지며 명령했다. "이 작은 놈들, 아직 살아 있을 때 당장 튀겨 오게. 맛있을 걸세."
그러고는 다시 파이프를 피우기 시작했다.
끈
해리 알리스에게.
고데르빌 둘레의 모든 길 위로 농부들과 그 아내들이 읍내를 향해 오고 있었다. 장날이었기 때문이다. 사내들은 느긋한 걸음으로, 길고 휜 다리를 옮길 때마다 온몸을 앞으로 내밀며 걸었다. 그 다리는 고된 일에 망가진 것이었다. 왼쪽 어깨를 들어 올리는 동시에 허리를 비틀어 놓는 쟁기질에, 단단히 버티려고 무릎을 벌리게 만드는 밀 베기에, 그리고 시골의 온갖 더디고 힘든 일에 망가진 다리였다. 풀을 먹여 반들반들 윤이 나는 그들의 푸른 작업복은 깃과 소맷부리에 흰 실로 자잘한 무늬를 놓았고, 뼈만 앙상한 몸통 둘레로 부풀어 올라 마치 날아오르려는 풍선 같았다. 그 풍선에서 머리 하나와 팔 둘과 발 둘이 나와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밧줄 끝에 암소나 송아지를 매어 끌고 갔다. 그 아내들은 짐승 뒤에서 아직 잎이 달린 나뭇가지로 엉덩이를 때려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은 팔에 커다란 바구니를 걸었는데, 여기서는 닭 대가리가, 저기서는 오리 대가리가 삐죽 나와 있었다. 여자들은 남편보다 짧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몸매는 마르고 꼿꼿했으며, 납작한 가슴에 핀으로 여민 작고 옹색한 숄을 둘렀고, 머리는 머리카락에 착 달라붙은 흰 천으로 감싼 위에 모자를 얹었다.
이따금 조랑말이 덜컹덜컹 끄는 짐마차가 지나갔다. 나란히 앉은 남자 둘과 마차 안쪽에 앉은 여자 하나가 이상하게 흔들렸다. 여자는 심한 덜컹거림을 견디려고 마차 가장자리를 붙잡고 있었다.
고데르빌 광장은 사람과 짐승이 뒤섞인 인파,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소들의 뿔과 부유한 농부들의 털 긴 높은 모자와 농사꾼 아낙들의 머릿수건이 그 무리 위로 솟아 있었다. 그리고 째지고 날카롭고 앙칼진 목소리들이 끊임없는 야만적인 함성을 이루었는데, 이따금 흥이 오른 시골 사내의 튼튼한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큰 웃음소리나 집 벽에 매인 암소의 긴 울음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그 모든 것에서 외양간과 우유와 거름, 건초와 땀 냄새가 났다. 시골 사람 특유의 시고 지독한, 사람 냄새이자 짐승 냄새인 그 맛이 풍겨 나왔다.
브레오테의 오슈코른 영감이 막 고데르빌에 닿아 광장 쪽으로 가던 참에, 땅바닥에 떨어진 끈 한 도막을 보았다. 진짜 노르망디 사람답게 알뜰한 오슈코른 영감은 쓸모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주울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겹게 몸을 굽혔다. 류머티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땅에서 가는 노끈 조각을 집어 들고 조심스레 감으려 했는데, 그때 문간에 서서 자기를 보고 있는 말고삐 장수 말랑댕 영감이 눈에 띄었다. 둘은 예전에 굴레 하나를 두고 거래를 한 적이 있었고, 둘 다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 그 뒤로 사이가 틀어져 있었다. 오슈코른 영감은 진창에서 끈 도막을 줍는 꼴을 원수에게 보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는 얼른 주운 것을 작업복 아래로 감췄다가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찾다가 못 찾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땅바닥을 계속 뒤지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 나서 아픈 데 때문에 반으로 굽은 몸에 머리를 앞으로 내민 자세로 장터를 향해 갔다.
그는 곧 끝없는 흥정으로 술렁이는, 시끄럽고 느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농부들은 암소를 만져 보고, 갔다가 되돌아오고, 망설이고, 늘 속을까 두려워 도무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파는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사람의 꾀와 짐승의 흠을 끝없이 찾아내려 했다.
여자들은 커다란 바구니를 발치에 내려놓고 그 안에서 닭들을 꺼내 놓았다. 닭들은 다리가 묶인 채 땅에 널브러져 겁먹은 눈을 하고 볏만 새빨갰다. 여자들은 흥정을 들으며 마른 표정에 꿈쩍 않는 얼굴로 값을 지켰다. 그러다가 문득 깎아 준 값에 마음을 정하고는, 천천히 멀어져 가는 손님에게 소리쳤다.
"그럽시다, 앙팀 양반. 그 값에 드리지요."
그러다 조금씩 광장이 비어 갔고, 삼종 기도 종이 정오를 알리자 멀리 사는 사람들은 여관으로 흩어졌다.
주르댕의 집 큰 방은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널따란 마당이 온갖 종류의 탈것으로 가득했듯이. 짐수레, 이륜마차, 긴 의자 마차, 틸버리,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수레들이 진흙으로 누렇고, 찌그러지고, 덧대어진 채, 채를 두 팔처럼 하늘로 쳐들고 있거나 아니면 앞을 땅에 처박고 뒤를 들고 있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 바로 옆에서, 맑은 불길이 가득한 거대한 벽난로가 오른쪽 줄에 앉은 사람들의 등에 뜨거운 기운을 뿜었다. 꼬치 세 개가 닭과 비둘기와 양다리를 꿴 채 돌아갔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 위로 육즙이 흐르는 고기 굽는 감미로운 냄새가 화덕에서 날아올라 흥을 돋우고 입에 침이 고이게 했다.
쟁기의 귀족들이 모두 그곳, 주르댕 영감의 집에서 먹었다. 여관 주인이자 가축 중개상인 그는 은화깨나 만져 본 약삭빠른 사람이었다. 접시가 오갔고, 누런 사과주 병처럼 비워졌다. 저마다 제 볼일과 사고판 이야기를 했다. 수확 소식을 물었다. 날씨는 꼴에는 좋았지만 밀에는 좀 눅눅했다.
갑자기 집 앞 마당에서 북이 울렸다. 관심 없는 몇몇을 빼고는 모두가 벌떡 일어나 아직 입에 음식을 문 채 냅킨을 들고 문으로, 창으로 달려갔다.
북소리가 끝나자 관에서 나온 공고 담당이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박자를 엇나가게 끊어 가며 외쳤다.
"고데르빌 주민 여러분, 그리고 오늘 장에 나오신 모든 분께 알립니다. 오늘 아침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 뵈즈빌 가는 길에서 검은 가죽 지갑을 분실했습니다. 안에 오백 프랑과 거래 서류가 들어 있습니다. 습득하신 분은 지체 없이 면사무소나 마느르빌의 포르튀네 울브레크 씨 댁으로 가져다주시기 바랍니다. 사례금 이십 프랑을 드립니다."
그러고는 그 사람이 가 버렸다. 멀리서 북의 둔한 소리와 공고 담당의 약해진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울브레크 영감이 지갑을 찾을 가망이 얼마나 되는지 아닌지를 하나하나 따져 가면서.
그리고 식사가 끝났다.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있을 때 헌병 반장이 문간에 나타났다.
그가 물었다.
"브레오테의 오슈코른 영감, 여기 계십니까?"
식탁 저쪽 끝에 앉아 있던 오슈코른 영감이 대답했다.
"여기 있소."
반장이 말을 이었다.
"오슈코른 영감, 수고스럽지만 저와 함께 면사무소까지 가 주시겠습니까? 면사무소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
놀라고 불안해진 농부는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 일어섰다. 그리고 아침보다 더 굽은 몸으로 — 쉬고 난 뒤 첫 몇 걸음이 유난히 힘들었으므로 — 이렇게 되뇌며 길을 나섰다.
"여기 있소, 여기 있소."
그러고는 반장을 따라갔다.
면사무소장은 안락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고장의 공증인으로, 뚱뚱하고 근엄하고 말투가 거창한 사람이었다.
"오슈코른 영감," 그가 말했다. "오늘 아침 뵈즈빌 가는 길에서 마느르빌의 울브레크 영감이 잃어버린 지갑을 당신이 줍는 것을 본 사람이 있소."
시골 사람은 어리둥절해서 면사무소장을 바라보았다. 어째서인지도 모르는 채 자기에게 씌워진 혐의에 벌써 겁을 먹고서.
"내가, 내가 그 지갑을 주웠다고요?"
"그렇소, 당신이."
"맹세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몰랐소."
"본 사람이 있소."
"나를 봤다고? 누가 나를 봤단 말이오?"
"말고삐 장수 말랑댕 씨요."
그러자 영감은 기억이 났고, 알아차렸고,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아! 그놈이 나를 봤구먼, 그 몹쓸 놈이! 그놈이 본 건 내가 이 끈을 줍는 거였소, 보시오, 면사무소장님."
그러고는 주머니 속을 뒤져 노끈 도막을 꺼냈다.
그러나 면사무소장은 믿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오슈코른 영감, 말랑댕 씨는 믿을 만한 사람이오. 그 사람이 이 실오라기를 지갑으로 잘못 봤다고 나더러 믿으라는 거요?"
농부는 격분해 손을 쳐들고 제 명예를 걸겠다는 뜻으로 옆으로 침을 뱉으며 되풀이했다.
"그래도 이건 하느님의 진실이오, 거룩한 진실이오, 면사무소장님. 내 영혼과 내 구원을 걸고 다시 말하리다."
면사무소장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것을 주운 뒤에 당신은 동전이라도 빠져나오지 않았나 하고 진창을 한참이나 더 뒤졌다지 않소."
노인은 분과 두려움으로 숨이 막혔다.
"어떻게 그런 소리를!… 어떻게 그런 소리를!… 정직한 사람 하나 망치자고 그런 거짓말을! 어떻게 그런 소리를!…"
아무리 항변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그는 말랑댕 씨와 대질되었고, 말랑댕은 제 주장을 되풀이하며 굽히지 않았다. 둘은 한 시간 내내 서로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의 요구로 오슈코른 영감의 몸을 수색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몹시 난처해진 면사무소장은, 검찰에 알리고 지시를 받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돌려보냈다.
소문은 퍼져 있었다. 면사무소를 나서자 노인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진지하면서도 놀리는 듯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받았다. 거기에 분노는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는 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웃었다.
그는 걸어갔다. 모두가 그를 붙잡았고 그도 아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그리고 끝없이 제 이야기와 항변을 되풀이했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이려고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이 능구렁이 영감 같으니!"
그는 화를 냈고, 부아가 치밀었고, 열이 올랐고, 믿어 주지 않는 것이 서러웠고,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제 이야기를 했다.
밤이 왔다. 떠나야 했다. 그는 이웃 셋과 함께 길을 나서면서 노끈 도막을 주운 자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오는 내내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저녁에는 브레오테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모든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만난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뿐이었다.
그 일로 그는 밤새 앓았다.
이튿날 오후 한 시쯤, 이모빌의 농부 브르통 영감네 머슴 마리우스 포멜이 지갑과 그 안의 것을 마느르빌의 울브레크 영감에게 돌려주었다.
이 사람 말로는 정말로 길에서 그것을 주웠는데,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집으로 가져가 주인에게 주었다는 것이었다.
소문이 근방에 퍼졌다. 오슈코른 영감도 그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마을을 돌며 결말까지 갖춰진 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의기양양했다.
"내가 원통했던 건 말이오," 그가 말했다. "그 물건이 아니오, 아시겠소. 거짓말이 원통했던 거요. 거짓말 때문에 손가락질받는 것만큼 사람을 해치는 게 없소."
그는 온종일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길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술집에서는 마시는 사람들에게, 다음 일요일에는 성당 문을 나서면서 이야기했다.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도 이야기했다. 이제 그는 마음이 놓였는데, 그런데도 무언가가 그를 불편하게 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들으면서 농담을 하는 눈치였다. 납득한 것 같지가 않았다.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다음 주 화요일, 그는 오로지 제 사연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떠밀려 고데르빌 장에 갔다.
말랑댕은 제 집 문간에 서 있다가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는 크리크토에서 온 농부 하나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 사람은 말을 끝맺게 두지도 않고 그의 배를 툭 치며 얼굴에 대고 소리쳤다. "능청스러운 영감 같으니!" 그러고는 등을 돌려 가 버렸다.
오슈코른 영감은 어리둥절해졌고 점점 더 불안해졌다. 왜 그를 '능청스러운 영감'이라 부른 걸까?
주르댕의 여관에서 식탁에 앉았을 때 그는 다시 그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몽티빌리에에서 온 가축 중개상 하나가 그에게 소리쳤다.
"됐네, 됐어, 이 늙은 여우야. 자네 그 끈 이야기는 다 안다고!"
오슈코른이 더듬거렸다.
"지갑은 도로 찾았지 않소?"
그러나 상대가 받았다.
"그만두게, 영감. 줍는 놈 따로 있고 갖다주는 놈 따로 있는 거지. 보이지도 않고 들키지도 않고, 그렇게 눈속임하는 거야."
농부는 숨이 막혔다. 마침내 그는 알아들었다. 사람들은 그가 한패를, 공범을 시켜 지갑을 갖다주게 했다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는 항변하려 했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저녁을 다 먹지도 못하고 조롱 속에서 자리를 떴다.
그는 부끄럽고 분한 마음으로, 노여움과 당혹감에 목이 메어 집으로 돌아왔다. 더욱 참담했던 것은, 노르망디 사람의 그 잔꾀로 보자면 그가 지목당한 그 짓을 정말로 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잘한 수작이라며 자랑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 잔꾀가 알려져 있으니 제 결백은 도무지 증명할 길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의심의 부당함에 가슴을 찔린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제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이야기를 늘려 가며, 그때마다 새로운 근거와 더 힘찬 항변과 더 엄숙한 맹세를 보탰다. 혼자 있는 시간에 궁리해 내고 준비해 둔 것들이었고, 그의 머릿속은 오직 끈 이야기로만 차 있었다. 그의 변론이 복잡해지고 논증이 정교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믿지 않았다.
"저건 거짓말쟁이의 수작이지." 사람들이 그의 등 뒤에서 말했다.
그는 그것을 느꼈고, 속을 태웠고, 부질없는 애를 쓰다 지쳐 갔다.
그는 눈에 띄게 시들어 갔다.
이제 짓궂은 이들은 재미 삼아 그에게 '끈' 이야기를 시켰다. 전장에 다녀온 병사에게 제 싸움 이야기를 시키듯이. 뿌리까지 상한 그의 정신은 점점 약해졌다.
십이월이 끝나 갈 무렵 그는 자리에 누웠다.
그는 정월 초순에 죽었고, 죽어 가는 헛소리 속에서도 제 결백을 내세우며 되풀이했다.
"끈 한 도막이었소… 끈 한 도막… 자, 여기 있소, 면사무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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