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宮沢賢治 — 銀河鉄道の夜 (1934)
별 축제의 밤, 외톨이 소년 조반니는 언덕 위에서 문득 은하를 달리는 작은 기차에 올라 있다. 맞은편 자리에는 단 하나의 친구 캄파넬라. 새잡이와 등대지기, 가라앉은 배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 남십자까지 가는 길에서 두 아이는 묻는다. 모두의 참된 행복은 대체 무엇일까.
오후 수업
「그러면 여러분은, 이렇게 강이라고도 하고 젖이 흘러간 자국이라고도 하던 이 뿌옇고 하얀 것이 사실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선생님은 칠판에 걸어 놓은 커다랗고 까만 별자리 그림에서 위에서 아래로 하얗게 부옇게 번진 은하 띠 같은 곳을 가리키며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너덧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조반니도 손을 들려다가 얼른 그대로 그만두었습니다. 분명히 저것이 모두 별이라고 언젠가 잡지에서 읽었지만, 요즘 조반니는 날마다 교실에서도 졸리기만 하고, 책을 읽을 틈도 읽을 책도 없어서, 어쩐지 무엇이든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벌써 그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조반니. 조반니는 알고 있지요?」
조반니는 힘차게 일어섰지만, 막상 서고 보니 이제 그것을 똑똑히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넬리가 앞자리에서 돌아보며 조반니를 보고 킥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그만 허둥대며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또 말했습니다.
「큰 망원경으로 은하를 잘 살펴보면 은하는 대체로 무엇일까요?」
역시 별이라고 조반니는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곧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한동안 난처한 얼굴이었지만, 캄파넬라 쪽으로 눈을 돌려,
「그럼 캄파넬라.」 하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기운차게 손을 들었던 캄파넬라가 역시 머뭇머뭇 일어선 채로 역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뜻밖이라는 듯 한동안 가만히 캄파넬라를 바라보다가, 서둘러 「그럼. 됐어요.」 하면서 스스로 별자리 그림을 가리켰습니다.
「이 뿌옇고 하얀 은하를 크고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아주 많은 작은 별로 보인답니다. 조반니, 그렇지요?」
조반니는 새빨개져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조반니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어. 물론 캄파넬라도 알고 있지. 그건 언젠가 캄파넬라네 아버지인 박사님 댁에서 캄파넬라와 함께 읽은 잡지에 나와 있었으니까. 그뿐인가, 캄파넬라는 그 잡지를 읽자마자 아버지 서재에서 커다란 책을 들고 와서 은하라는 곳을 펼쳤고, 새까만 쪽 가득 하얀 점이 박힌 아름다운 사진을 둘이서 언제까지나 들여다보았던 것입니다. 그걸 캄파넬라가 잊었을 리도 없는데 곧바로 대답하지 않은 것은, 요즘 내가 아침에도 오후에도 일이 고되어 학교에 나와도 이제 다른 아이들과 신나게 놀지도 않고 캄파넬라와도 그다지 말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캄파넬라가 그걸 알고 안쓰러워서 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만큼 자기도 캄파넬라도 가엾은 것만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또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은하수가 정말로 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작은 별 하나하나는 모두 그 강바닥의 모래나 자갈 알갱이에 해당하는 셈이에요. 또 이것을 커다란 젖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은하수와 더 잘 닮았어요. 말하자면 그 별들은 모두 젖 속에 아주 잘게 떠 있는 기름 방울에 해당하는 거지요. 그러면 무엇이 그 강물에 해당하느냐 하면, 그건 진공이라는, 빛을 일정한 빠르기로 전하는 것으로, 해도 지구도 역시 그 안에 떠 있답니다. 말하자면 우리도 은하수의 물속에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은하수 물속에서 사방을 보면, 꼭 물이 깊을수록 파랗게 보이듯이, 은하수 바닥 깊고 먼 곳일수록 별이 많이 모여 보이고, 그래서 하얗고 뿌옇게 보이는 거예요. 이 모형을 보세요.」
선생님은 안에 반짝이는 모래알이 잔뜩 든 커다란 양면 볼록렌즈를 가리켰습니다.
「은하수의 모양은 꼭 이렇답니다. 이 반짝이는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해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빛나는 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해가 이 거의 한가운데쯤에 있고 지구가 그 바로 가까이에 있다고 해요. 여러분이 밤에 이 한가운데 서서 이 렌즈 안을 둘러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쪽은 렌즈가 얇으니까 반짝이는 알갱이, 곧 별이 조금밖에 안 보이겠지요. 이쪽이나 이쪽은 유리가 두꺼우니까 반짝이는 알갱이, 곧 별이 많이 보이고 그 먼 것은 뿌옇게 하얗게 보인다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은하에 대한 설명이에요. 그러면 이 렌즈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안의 여러 별에 대해서는 이제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다음 과학 시간에 이야기할게요. 그럼 오늘은 그 은하의 축제니까 여러분은 밖에 나가서 하늘을 잘 보세요. 그럼 여기까지. 책이랑 공책을 넣으세요.」
그러자 교실 안은 한동안 책상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책을 포개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곧 모두 반듯하게 일어나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갔습니다.
인쇄소
조반니가 학교 문을 나설 때, 같은 반 아이들 일고여덟이 집에 가지 않고 캄파넬라를 가운데 두고 운동장 구석 벚나무 아래 모여 있었습니다. 오늘 밤 별 축제에 파란 불을 켜서 강에 띄워 보낼 쥐참외를 따러 갈 의논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손을 크게 흔들며 성큼성큼 학교 문을 나왔습니다. 그러자 거리의 집집마다 오늘 밤 은하 축제를 위해 주목 잎으로 만든 공을 매달거나 노송나무 가지에 불을 달거나 하며 여러 가지로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에는 가지 않고 조반니는 거리를 세 번 꺾어 돌아 어느 커다란 인쇄소로 들어가, 입구 계산대에 있던 헐렁한 흰 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신을 벗고 올라서서 막다른 곳의 커다란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아직 낮인데도 전등이 켜져 있고, 수많은 윤전기가 덜커덕덜커덕 돌아가고, 천으로 머리를 동여매거나 램프 갓 같은 챙을 쓴 사람들이 무언가 노래하듯 읽거나 세거나 하면서 잔뜩 일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곧장 입구에서 세 번째 높은 탁자에 앉은 사람에게 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 사람은 한동안 선반을 뒤지더니,
「이만큼 뽑아 갈 수 있겠니?」 하면서 종잇조각 한 장을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그 사람의 탁자 발치에서 작고 납작한 상자 하나를 꺼내, 건너편 전등이 잔뜩 켜진, 세워 놓은 벽 구석으로 가서 쪼그려 앉더니 작은 핀셋으로 좁쌀만 한 활자를 하나하나 뽑기 시작했습니다. 파란 가슴받이를 한 사람이 조반니 뒤를 지나가면서,
「여어, 돋보기 군, 안녕.」 하고 말하자, 가까이 있던 너덧 사람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이쪽을 보지도 않고 차갑게 웃었습니다.
조반니는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면서 활자를 차근차근 뽑았습니다.
여섯 시를 치고 한참 지났을 무렵, 조반니는 뽑은 활자를 가득 담은 납작한 상자를 손에 든 종잇조각과 한 번 더 맞추어 본 다음 아까 그 탁자의 사람에게 가져갔습니다. 그 사람은 말없이 그것을 받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아까 그 계산대로 왔습니다. 그러자 아까 그 흰옷 입은 사람이 역시 말없이 작은 은화 한 닢을 조반니에게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얼굴빛이 환해져서 기운차게 인사를 하고, 계산대 밑에 두었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신나게 휘파람을 불며 빵집에 들러 빵 한 덩이와 각설탕 한 봉지를 사더니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집
조반니가 기운차게 돌아온 곳은 어느 뒷골목의 작은 집이었습니다. 나란히 붙은 세 입구 가운데 맨 왼쪽에는 빈 상자에 보랏빛 케일이며 아스파라거스가 심겨 있고, 작은 창 두 개에는 차양이 내려진 채였습니다.
「엄마. 다녀왔어요. 몸은 괜찮았어요?」 조반니는 신을 벗으며 말했습니다.
「아아, 조반니, 일이 고됐지. 오늘은 선선해서 말이야. 엄마는 내내 괜찮았단다.」
조반니가 현관을 올라가 보니 조반니의 엄마는 바로 입구 방에서 하얀 천을 덮고 쉬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창문을 열었습니다.
「엄마. 오늘은 각설탕 사 왔어요. 우유에 넣어 드리려고.」
「아아, 너 먼저 먹으렴. 엄마는 아직 생각이 없으니까.」
「엄마. 누나는 언제 갔어요?」
「아아 세 시쯤 갔단다. 이것저것 다 해 주고 갔어.」
「엄마 우유는 안 왔나요?」
「안 왔던가 보구나.」
「내가 가서 받아 올게요.」
「아아 엄마는 천천히 해도 되니까 너 먼저 먹으렴. 누나가 말이야, 토마토로 뭘 만들어서 거기 두고 갔단다.」
「그럼 나 먹을게요.」
조반니는 창가에서 토마토 접시를 가져와 빵과 함께 한동안 우적우적 먹었습니다.
「있잖아요 엄마. 나는 아빠가 틀림없이 곧 돌아올 것 같아요.」
「아아 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니?」
「그야 오늘 아침 신문에 올해는 북쪽 고기잡이가 아주 잘됐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아아 그렇지만 말이야, 아빠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았을지도 몰라.」
「분명 나갔을 거예요. 아빠가 감옥에 들어갈 만한 그런 나쁜 짓을 했을 리가 없어요. 전에 아빠가 가져와서 학교에 기증한 커다란 게 등딱지랑 순록 뿔이랑, 지금도 전부 표본실에 있어요. 6학년 수업 때는 선생님들이 번갈아 교실로 가져가요. 재작년 수학여행 때 〔이하 몇 글자 빈칸〕
「아빠는 다음번엔 너한테 해달 가죽 윗옷을 가져다준다고 했지.」
「다들 나만 보면 그 소리를 해요. 놀리듯이 말해요.」
「너한테 나쁜 말을 하니?」
「응, 그렇지만 캄파넬라는 절대 안 그래요. 캄파넬라는 다들 그런 소리를 할 때면 안쓰러운 얼굴을 해요.」
「그 애 아버지는 우리 아빠랑 꼭 너희처럼 어릴 때부터 친구였대.」
「아 그래서 아빠가 나를 캄파넬라네 집에도 데려갔었구나. 그땐 좋았는데.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주 캄파넬라네 집에 들렀어요. 캄파넬라네 집에는 알코올램프로 달리는 기차가 있었어요. 레일을 일곱 개 이으면 동그래지고, 거기에 전봇대랑 신호기도 달려 있어서, 신호기 불이 기차가 지나갈 때만 파래지게 되어 있었어요. 언젠가 알코올이 떨어져서 석유를 썼더니 보일러가 온통 그을렸어요.」
「그랬구나.」
「지금도 아침마다 신문 돌리러 가요. 그런데 늘 집 안이 아직 조용해요.」
「이른 시간이니까.」
「자우어라는 개가 있어요. 꼬리가 꼭 빗자루 같아요. 내가 가면 코를 킁킁거리며 따라와요. 저기 거리 모퉁이까지 따라와요. 더 따라올 때도 있어요. 오늘 밤엔 다 같이 쥐참외 등불을 강에 띄우러 간대요. 개도 분명히 따라갈 거예요.」
「그렇지. 오늘 밤은 은하 축제구나.」
「응. 나 우유 받으러 가면서 보고 올게요.」
「아아 다녀오렴. 강에는 들어가지 말고.」
「응 나는 강가에서 보기만 할 거예요. 한 시간이면 다녀올게요.」
「더 놀다 오렴. 캄파넬라랑 같이 있으면 걱정 없으니까.」
「응 분명 같이 있을 거예요. 엄마, 창문 닫아 둘까요?」
「아아, 그래 주렴. 이제 선선하니까」
조반니는 일어나 창문을 닫고 접시와 빵 봉지를 치운 다음 기운차게 신을 신고,
「그럼 한 시간 반이면 돌아올게요.」 하면서 어두운 문간을 나섰습니다.
켄타우루스 축제의 밤
조반니는 휘파람을 부는 듯한 쓸쓸한 입 모양으로, 노송나무가 새까맣게 늘어선 거리의 비탈을 내려왔습니다.
비탈 아래에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푸르스름하게 훌륭히 빛나며 서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성큼성큼 전등 쪽으로 내려가자, 여태 도깨비처럼 길고 흐릿하게 뒤로 끌리던 조반니의 그림자는 점점 짙고 검고 또렷해지더니, 발을 들었다 손을 흔들었다 하며 조반니 옆쪽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멋진 기관차다. 여기는 비탈이니까 빠르다. 나는 지금 저 전등을 지나간다. 자, 이번엔 내 그림자가 컴퍼스다. 저렇게 휙 돌아서 앞으로 왔다.)
하고 조반니가 생각하며 성큼성큼 그 가로등 밑을 지나갈 때, 갑자기 낮의 그 자넬리가 깃이 뾰족한 새 셔츠를 입고 전등 건너편 어두운 골목에서 나와 휙 조반니와 엇갈려 지나갔습니다.
「자넬리, 쥐참외 띄우러 가니?」 조반니가 채 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조반니, 너희 아빠한테서 해달 가죽 윗옷이 온대.」 그 아이가 내던지듯 뒤에서 외쳤습니다.
조반니는 가슴이 확 차가워지고, 온 사방이 쨍 하고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뭐야. 자넬리.」 조반니는 높이 되받아 외쳤지만 자넬리는 벌써 건너편 편백나무를 심은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자넬리는 왜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런 소리를 할까. 달릴 때는 꼭 생쥐 같은 주제에.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런 소리를 하는 건 자넬리가 바보라서야.」
조반니는 바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온갖 등불과 나뭇가지로 아주 예쁘게 꾸며진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시계방 가게에는 네온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일 초마다 돌로 만든 올빼미의 빨간 눈이 빙글빙글 움직이거나, 여러 가지 보석이 바다 같은 빛깔을 한 두꺼운 유리판에 얹혀 별처럼 천천히 돌거나, 또 건너편에서 구리로 만든 켄타우루스가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오거나 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동그랗고 까만 별자리판이 파란 아스파라거스 잎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넋을 잃고 그 별자리 그림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것은 낮에 학교에서 본 그 그림보다 훨씬 작았지만,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판을 돌리면 그때 떠 있는 하늘이 그대로 타원 안에 돌아 나타나게 되어 있었고, 역시 그 한가운데에는 위에서 아래로 은하가 뿌옇게 연기 낀 듯한 띠를 이루고, 그 아래쪽에서는 희미하게 터져서 김이라도 피워 올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 그 뒤에는 다리가 셋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랗게 빛나며 서 있었고, 맨 뒤 벽에는 온 하늘의 별자리를 신기한 짐승이며 뱀이며 물고기며 병 모양으로 그린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전갈이며 용사 같은 것들이 하늘에 빽빽이 있을까, 아아 나는 그 사이를 어디까지고 걸어 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 우유가 생각나서 조반니는 그 가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꽉 끼는 윗옷 어깨가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일부러 가슴을 펴고 크게 손을 흔들며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공기는 아주 맑아서 꼭 물처럼 길이며 가게 안을 흘렀고, 가로등은 모두 새파란 전나무며 졸참나무 가지로 감싸여 있었으며, 전기 회사 앞의 플라타너스 여섯 그루 같은 것은 안에 꼬마전구가 잔뜩 켜져 있어서, 정말로 그 언저리가 인어의 도성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새로 주름을 잡은 옷을 입고, 「별 돌기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거나,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려라.」 하고 외치며 달리거나, 파란 마그네슘 불꽃을 태우거나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반니는 어느새 다시 고개를 깊이 떨구고, 주위의 떠들썩함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우유 가게 쪽으로 서둘렀습니다.
조반니는 어느새 마을 변두리, 포플러 나무 여러 그루가 높이 별하늘에 떠 있는 곳까지 와 있었습니다. 그 우유 가게의 검은 대문을 들어서서, 소 냄새가 나는 어둑한 부엌 앞에 서서 조반니는 모자를 벗고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는데,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조반니는 똑바로 서서 다시 외쳤습니다. 그러자 한참 뒤에 나이 든 여자가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 듯 느릿느릿 나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입속말로 말했습니다.
「저, 오늘 우유가 우리 집에 안 와서 받으러 왔어요.」 조반니가 힘껏 기운차게 말했습니다.
「지금 아무도 없어서 모르겠네. 내일 와 주렴.」
그 사람은 빨간 눈 밑을 비비면서 조반니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엄마가 아프니까 오늘 밤이 아니면 곤란해요.」
「그럼 조금 이따 다시 오렴.」 그 사람은 벌써 들어가 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고맙습니다.」 조반니는 인사를 하고 부엌에서 나왔습니다.
네거리 모퉁이를 돌려고 하는데, 건너편 다리로 가는 쪽 잡화점 앞에서 검은 그림자며 뿌연 흰 셔츠가 뒤섞여, 학생 예닐곱이 휘파람을 불거나 웃거나 하면서 저마다 쥐참외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웃음소리도 휘파람도 모두 귀에 익은 것이었습니다. 조반니네 반 아이들이었던 것입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해서 되돌아가려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더욱 기운차게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강에 가니?」 조반니가 말하려다 목이 조금 메는 것 같았을 때,
「조반니, 해달 가죽 윗옷이 온대.」 아까 그 자넬리가 또 외쳤습니다.
「조반니, 해달 가죽 윗옷이 온대.」 곧 모두가 뒤따라 외쳤습니다. 조반니는 새빨개져서, 이제 걷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서둘러 지나쳐 가려는데, 그 가운데 캄파넬라가 있었습니다. 캄파넬라는 안쓰러운 듯 말없이 살짝 웃으며, 화내지 않을까 하는 듯이 조반니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달아나듯 그 눈을 피했고, 캄파넬라의 키 큰 모습이 지나가고 얼마 안 되어 아이들은 저마다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길모퉁이를 돌 때 돌아보니 자넬리가 역시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캄파넬라도 높이 휘파람을 불며 건너편에 흐릿하게 보이는 다리 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조반니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해져서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귀에 손을 대고 와아 하면서 한 발로 깡충깡충 뛰던 꼬마들은 조반니가 재미있어서 뛰는 줄 알고 와아이 하고 외쳤습니다. 곧 조반니는 검은 언덕 쪽으로 서둘러 갔습니다.
천기륜 기둥
목장 뒤는 완만한 언덕이 되어 있어서, 그 검고 평평한 꼭대기는 북쪽 큰곰자리 아래에 여느 때보다 흐릿하게 낮게 이어져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벌써 이슬이 내린 작은 숲의 오솔길을 성큼성큼 올라갔습니다. 캄캄한 풀이며 여러 모양으로 보이는 덤불 사이로, 그 작은 길이 한 줄기 하얗게 별빛에 비추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풀 속에는 반짝반짝 파란 빛을 내는 작은 벌레도 있어서, 어떤 잎은 파랗게 비쳐 보였고, 조반니는 아까 아이들이 들고 간 쥐참외 등불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 새까만 소나무며 졸참나무 숲을 넘어서자 갑자기 휑하니 하늘이 트이고, 은하수가 희뿌옇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쳐 있는 것이 보였으며, 또 꼭대기의 천기륜 기둥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초롱꽃인지 들국화인지 하는 꽃이 온 사방에 꿈속에서 향기가 풍겨 나오기라도 하는 듯이 피어 있고, 새 한 마리가 언덕 위를 계속 울며 지나갔습니다.
조반니는 꼭대기의 천기륜 기둥 밑으로 와서, 쿵쾅거리는 몸을 차가운 풀 위에 던졌습니다.
마을 불빛은 어둠 속에서 꼭 바닷속 용궁 같은 풍경으로 켜져 있었고,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며 휘파람, 끊어졌다 이어지는 외침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바람이 멀리서 울고, 언덕의 풀도 조용히 흔들리고, 조반니의 땀에 젖은 셔츠도 차갑게 식었습니다. 조반니는 마을 변두리에서 멀리 검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서 기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작은 열차의 창문이 한 줄로 작고 빨갛게 보였고, 그 안에서 많은 나그네들이 사과를 깎거나 웃거나 여러 가지로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조반니는 이제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퍼져서 다시 눈을 하늘로 들었습니다.
아아 저 하얀 하늘의 띠가 모두 별이라는데.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그 하늘은 낮에 선생님이 말한 것 같은 휑하고 차가운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는커녕 보면 볼수록 그곳은 작은 숲이며 목장 같은 것이 있는 들판처럼 여겨져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반니는 파란 거문고자리 별이 셋으로도 넷으로도 되어 반짝반짝 깜빡이고, 다리가 몇 번이고 나왔다 들어갔다 하더니 마침내 버섯처럼 길게 늘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바로 눈 아래 마을까지도 역시 흐릿한 수많은 별의 무리이거나 하나의 커다란 연기처럼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은하 정거장
그리고 조반니는 바로 뒤의 천기륜 기둥이 어느새 흐릿한 삼각표 모양이 되어, 한동안 반딧불처럼 깜빡깜빡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점점 또렷해지더니 마침내 꼿꼿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짙은 강철빛 파란 하늘의 들판에 섰습니다. 방금 새로 달구어 낸 푸른 강철판 같은 하늘의 들판에 곧고 산뜻하게 선 것입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이상한 목소리가, 은하 정거장, 은하 정거장,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싶더니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습니다. 마치 억만 마리 반딧불오징어의 불빛을 한꺼번에 화석으로 만들어 온 하늘에 가라앉힌 것처럼, 또 다이아몬드 회사에서 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부러 안 캐지는 척하고 숨겨 둔 금강석을 누가 갑자기 뒤엎어 흩뿌린 것처럼, 눈앞이 쫙 밝아져서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까부터 덜컹덜컹 덜컹덜컹, 조반니가 탄 작은 열차가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조반니는 밤의 작은 시골 기차의, 노란 전등이 조그맣게 늘어선 객차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객차 안에는 파란 벨벳을 씌운 의자가 텅 비어 있었고, 건너편 쥐색 니스를 칠한 벽에는 놋쇠로 만든 큼직한 단추 두 개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자리에 젖은 듯 새까만 윗옷을 입은 키 큰 아이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밖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어깨 언저리가 아무래도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구인지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대뜸 이쪽도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려고 할 때, 갑자기 그 아이가 머리를 들이고 이쪽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캄파넬라였습니다.
조반니가, 캄파넬라, 너 전부터 여기 있었어? 하고 말하려 할 때 캄파넬라가,
「다들 엄청 뛰었는데 늦어 버렸어. 자넬리도 말이야, 엄청 뛰었는데 못 따라왔어.」 하고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그래, 우리는 지금 같이 가자고 해서 나선 거야.) 하고 생각하면서,
「어디서 기다릴까?」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캄파넬라는,
「자넬리는 벌써 돌아갔어. 아버지가 데리러 왔거든.」
캄파넬라는 어쩐지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빛이 조금 창백해지고, 어딘가 괴로운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도 어쩐지 어딘가에 무언가 잊은 것이 있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캄파넬라는 창밖을 내다보면서 이제 완전히 기운을 되찾고 힘차게 말했습니다.
「아이 참. 나 물통을 잊고 왔어. 스케치북도 잊고 왔어. 그래도 괜찮아. 이제 곧 백조 정거장이니까. 나는 백조 보는 건 정말 좋아해. 강 저 멀리 날고 있어도 나는 틀림없이 보여.」 그러고는 캄파넬라는 동그란 판처럼 생긴 지도를 연신 빙글빙글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그 안에는 하얗게 그려진 은하수 왼쪽 기슭을 따라 한 줄기 철길이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도가 얼마나 훌륭한지, 밤처럼 새까만 판 위에 정거장이며 삼각표, 샘이며 숲이 하나하나 파랑이며 주황이며 초록의 아름다운 빛으로 아로새겨져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어쩐지 그 지도를 어디선가 본 것 같았습니다.
「이 지도 어디서 샀어? 흑요석으로 되어 있네.」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은하 정거장에서 받았어. 너는 안 받았어?」
「아, 내가 은하 정거장을 지났었나. 지금 우리가 있는 데가 여기지?」
조반니는 백조라고 쓰인 정거장 표시 바로 북쪽을 가리켰습니다.
「맞아. 어, 저 강변은 달밤인가?」
그쪽을 보니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은하 기슭에 은빛 하늘 억새가 온통 바람에 사락사락 사락사락 흔들리며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달밤이 아니야. 은하라서 빛나는 거야.」 조반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신이 나서 발을 탁탁 구르고,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높이 높이 「별 돌기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힘껏 발돋움해 그 은하수의 물을 똑똑히 보려고 했지만,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것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츰 눈여겨보니, 그 고운 물은 유리보다도 수소보다도 맑게 비쳐서, 이따금 눈의 탓인지 반짝반짝 보랏빛 잔물결을 일으키거나 무지개처럼 번쩍 빛나거나 하면서 소리도 없이 자꾸자꾸 흘러가고 있었고, 들판에는 여기저기 인광을 내는 삼각표가 아름답게 서 있었습니다. 먼 것은 작고 가까운 것은 크며, 먼 것은 주황이나 노랑으로 또렷하고 가까운 것은 푸르스름하게 조금 흐려서, 어떤 것은 세모꼴, 어떤 것은 네모꼴, 어떤 것은 번개나 사슬 모양으로 가지가지 늘어서서 들판 가득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머리를 마구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그 고운 들판 가득한 파랑이며 주황이며 여러 빛으로 반짝이는 삼각표도 저마다 숨을 쉬듯 한들한들 흔들리거나 떨리거나 했습니다.
「나는 이제 완전히 하늘 들판에 왔어.」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차 석탄을 안 때네.」 조반니가 왼손을 내밀고 창밖으로 앞쪽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알코올이나 전기겠지.」 캄파넬라가 말했습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그 작고 예쁜 기차는 하늘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 속을, 은하수 물이며 삼각표의 푸르스름한 희미한 빛 속을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달려갔습니다.
「아, 용담꽃이 피었어. 이제 완전히 가을이네.」 캄파넬라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철길 가장자리의 짧은 잔디 속에 월장석으로라도 새긴 듯한 멋진 보랏빛 용담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내가 뛰어내려서 저거 따 가지고 다시 뛰어올라 볼까?」 조반니는 가슴이 뛰어서 말했습니다.
「이제 안 돼. 벌써 저만큼 뒤로 가 버렸으니까.」
캄파넬라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다음 용담꽃이 가득 빛나며 지나갔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이제는 잇달아 잇달아, 노란 바닥을 가진 수많은 용담꽃 컵이 솟아나듯, 비 오듯 눈앞을 지나가고, 삼각표의 행렬은 연기 피어오르듯 불타오르듯 더욱더 빛나며 서 있었습니다.
북십자와 플리오신 해안
「어머니는 나를 용서해 주실까.」
갑자기 캄파넬라가 큰마음을 먹은 듯, 조금 말을 더듬으며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아아, 그래, 우리 엄마는 저 멀리 먼지 한 톨처럼 보이는 주황빛 삼각표 언저리에 계시면서 지금 내 생각을 하고 계시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멍하니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머니가 정말로 행복해지신다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그런데 대체 어떤 일이 어머니의 가장 큰 행복일까.」 캄파넬라는 어쩐지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힘껏 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희 어머니는 아무것도 나쁜 일 없잖아.」 조반니는 깜짝 놀라 외쳤습니다.
「나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누구든 정말로 좋은 일을 하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겠지. 그러니까 어머니는 나를 용서해 주실 거야.」 캄파넬라는 무언가 정말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기차 안이 확 하얗게 밝아졌습니다. 보니 이제 참으로 금강석이며 풀잎 이슬이며 온갖 훌륭한 것을 다 모아 놓은 듯한 눈부신 은하의 강바닥 위를, 물은 소리도 없이 모양도 없이 흐르고, 그 흐름 한가운데에 뿌옇게 푸르스름한 후광이 비치는 섬 하나가 보였습니다. 그 섬의 평평한 꼭대기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훌륭한 하얀 십자가가 서 있었는데, 그것은 얼어붙은 북극의 구름으로 부어 만들었다고나 할까, 산뜻한 금빛 둥근 빛을 이고 조용히 영원히 서 있었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앞에서도 뒤에서도 소리가 일었습니다. 돌아보니 객차 안의 나그네들은 모두 옷 주름을 곧게 늘어뜨리고, 검은 성경을 가슴에 대거나 수정 묵주를 걸거나 하며, 누구나 다소곳이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쪽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두 아이도 똑바로 일어섰습니다. 캄파넬라의 뺨은 꼭 잘 익은 사과의 붉은빛처럼 아름답게 빛나 보였습니다.
그리고 섬과 십자가는 점점 뒤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건너편 기슭도 푸르스름하게 뿌옇게 빛나며 흐려 있었고, 이따금 역시 억새가 바람에 나부끼는지 확 하고 그 은빛이 흐려져서 입김이라도 분 것처럼 보였으며, 또 수많은 용담꽃이 풀숲에 숨었다 나왔다 하는 것은 상냥한 도깨비불처럼 여겨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잠깐, 강과 기차 사이는 억새 행렬로 가로막혔고, 백조의 섬은 두 번쯤 뒤쪽으로 보였지만, 곧 저 멀리 작게 그림처럼 되어 버렸고, 또 억새가 서걱서걱 울더니 마침내 아주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조반니 뒤에는 언제부터 타고 있었는지, 키가 크고 검은 두건을 쓴 가톨릭풍 수녀가 동그란 초록 눈동자를 가만히 곧게 내리깔고, 아직 무슨 말인지 소리인지가 그쪽에서 전해 오는 것을 삼가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그네들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고, 두 아이도 가슴 가득한 슬픔을 닮은 새로운 기분을, 아무렇지 않은 딴 말로 가만가만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곧 백조 정거장이네.」
「응, 열한 시 정각에 도착해.」
벌써 신호기의 초록 불과 뿌옇게 하얀 기둥이 언뜻 창밖을 지나가고, 이어서 유황 불꽃처럼 어둑하고 흐릿한 선로 전환기 앞의 불빛이 창 아래를 지나가더니, 기차는 차츰 느려지고, 곧 플랫폼의 한 줄로 늘어선 전등이 아름답고 가지런하게 나타났으며, 그것이 점점 커지고 넓어져서, 두 아이는 꼭 백조 정거장의 커다란 시계 앞에 와서 멈추었습니다.
상쾌한 가을 시계의 문자판에는 파랗게 달군 강철 바늘 두 개가 똑똑히 열한 시를 가리켰습니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내려서 객차 안은 텅 비어 버렸습니다.
〔이십 분 정차〕라고 시계 밑에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도 내려 볼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내리자.」
두 아이는 한꺼번에 뛰어올라 문을 뛰쳐나가 개찰구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개찰구에는 밝은 보랏빛 도는 전등이 하나 켜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역장이나 짐꾼 같은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두 아이는 정거장 앞, 수정 세공처럼 보이는 은행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거기서 폭이 넓은 길이 곧게 은하의 푸른빛 속으로 뻗어 있었습니다.
먼저 내린 사람들은 벌써 어디로 갔는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가 그 하얀 길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자, 두 아이의 그림자는 꼭 사방에 창이 있는 방 안의 기둥 두 개의 그림자처럼, 또 수레바퀴 두 개의 바퀴살처럼 몇 줄기고 몇 줄기고 사방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곧 아까 기차에서 보이던 그 예쁜 강변에 왔습니다.
캄파넬라는 그 고운 모래를 한 줌 손바닥에 펼쳐 손가락으로 사각사각 비비면서 꿈꾸듯 말했습니다.
「이 모래는 전부 수정이야. 안에서 작은 불이 타고 있어.」
「그래.」 내가 어디서 그런 걸 배웠더라 하고 생각하면서 조반니도 멍하니 대답했습니다.
강변의 자갈은 모두 속이 비쳐서, 분명히 수정이며 황옥이며, 또 쭈글쭈글한 주름 무늬가 드러난 것이며, 또 모서리에서 안개 같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강옥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조반니는 달려가 그 물가에서 물에 손을 담갔습니다. 그런데 그 신비로운 은하의 물은 수소보다도 더 맑게 비쳤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흐르고 있다는 것은, 두 아이의 손목이 물에 잠긴 곳이 조금 수은빛으로 떠오른 것처럼 보이고, 그 손목에 부딪쳐 생긴 물결이 아름다운 인광을 내며 반짝반짝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강 위쪽을 보니 억새가 가득 자란 벼랑 아래에 하얀 바위가 꼭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강을 따라 나와 있었습니다. 거기에 작은 사람 그림자 대여섯이 무언가 파내는지 묻는지 하는 모양으로 섰다 구부렸다 하고, 이따금 무슨 연장이 번쩍 빛나기도 했습니다.
「가 보자.」 두 아이는 거의 한꺼번에 외치고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하얀 바위가 된 곳 입구에
〔플리오신 해안〕이라는, 사기로 만든 반들반들한 팻말이 서 있고, 건너편 물가에는 군데군데 가느다란 쇠 난간도 박혀 있었고, 나무로 만든 예쁜 벤치도 놓여 있었습니다.
「어, 이상한 게 있어.」 캄파넬라가 신기한 듯 멈춰 서서, 바위에서 검고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호두알 같은 것을 주웠습니다.
「호두알이야. 봐, 많이 있어. 떠내려온 게 아니야. 바위 속에 들어 있어.」
「크다, 이 호두, 두 배는 되겠다. 이건 조금도 상하지 않았어.」
「얼른 저기 가 보자. 분명 뭘 파고 있어.」
두 아이는 울퉁불퉁한 검은 호두알을 든 채로 다시 아까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왼쪽 물가에는 물결이 상냥한 번개처럼 타오르며 밀려왔고, 오른쪽 벼랑에는 온통 은이나 조개껍데기로 만든 것 같은 억새 이삭이 흔들렸습니다.
차츰 다가가 보니, 키가 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장화를 신은 학자 같은 사람 하나가 수첩에 무언가 바삐 적으면서, 곡괭이를 치켜들거나 삽을 쓰거나 하는 조수인 듯한 세 사람에게 정신없이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거기 그 돌기를 부수지 않도록. 삽을 쓰게, 삽을. 어이쿠, 조금 더 멀리서 파고. 안 돼, 안 돼. 왜 그렇게 험하게 하나.」
보니 그 하얗고 무른 바위 속에서 커다랗고 커다란 푸르스름한 짐승 뼈가 옆으로 쓰러져 짜부라진 모양으로 반 넘게 파내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눈여겨보니 그 언저리에는 굽이 두 개인 발자국이 찍힌 바위가 네모나게 열 개쯤 깔끔하게 잘려서 번호가 매겨져 있었습니다.
「자네들은 구경 왔나?」 그 대학자인 듯한 사람이 안경을 번쩍이며 이쪽을 보고 말을 걸었습니다.
「호두가 많이 있었지? 그건 뭐, 대충 백이십만 년쯤 전의 호두일세. 아주 새것 축에 들지. 여기는 백이십만 년 전, 제3기 끝 무렵엔 바닷가였네. 이 밑에서는 조개껍데기도 나오지. 지금 강이 흐르는 곳에 고스란히 바닷물이 밀려왔다 빠졌다 하기도 했던 걸세. 이 짐승 말인가, 이건 보스라고 하는데, 어이어이, 거기 곡괭이는 그만두게. 정성껏 끌로 해 주게. 보스라고 하는데, 지금 소의 조상으로, 옛날엔 많이 있었지.」
「표본으로 만드시나요?」
「아니, 증명하는 데 필요하네. 우리가 보기에 여기는 두껍고 훌륭한 지층이고, 백이십만 년쯤 전에 생겼다는 증거도 여러 가지 나오지만, 우리와 다른 녀석이 보아도 역시 이런 지층으로 보일지, 아니면 바람이나 물이나 텅 빈 하늘로 보이지는 않을지, 그걸 알아야 한단 말일세. 알겠나? 그런데, 어이어이. 거기도 삽으로는 안 되네. 바로 그 밑에 갈비뼈가 묻혀 있을 게 아닌가.」 대학자는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이제 시간 다 됐어. 가자.」 캄파넬라가 지도와 손목시계를 견주어 보며 말했습니다.
「아,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조반니는 공손하게 대학자에게 인사했습니다.
「그런가. 그럼, 잘 가게.」 대학자는 또 바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감독을 시작했습니다. 두 아이는 그 하얀 바위 위를 기차에 늦지 않도록 힘껏 달렸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숨도 차지 않고 무릎도 뜨거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달릴 수 있다면 이제 온 세상이라도 달릴 수 있겠다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는 아까 그 강변을 지나, 개찰구의 전등이 점점 커지더니, 곧 두 아이는 원래 객차 자리에 앉아서 방금 다녀온 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새를 잡는 사람
「여기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걸걸하지만 친절해 보이는 어른 목소리가 두 아이 뒤에서 들렸습니다.
그것은 조금 해진 갈색 외투를 입고, 흰 천으로 싼 짐을 둘로 나누어 어깨에 멘, 빨간 수염에 등이 굽은 사람이었습니다.
「네, 괜찮아요.」 조반니는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인사했습니다. 그 사람은 수염 속에서 희미하게 웃으며 짐을 천천히 그물 선반에 올렸습니다. 조반니는 어쩐지 몹시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어 말없이 정면의 시계를 보고 있는데, 저 멀리 앞쪽에서 유리 피리 같은 것이 울렸습니다. 기차는 벌써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캄파넬라는 객차 천장을 여기저기 보고 있었습니다. 전등 하나에 검은 딱정벌레가 앉아 있어서 그 그림자가 천장에 크게 비쳐 있었던 것입니다. 빨간 수염의 사람은 무언가 그리운 듯 웃으며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기차는 벌써 점점 빨라져서, 억새와 강이 번갈아 창밖에서 빛났습니다.
빨간 수염의 사람이 조금 머뭇거리며 두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두 분은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까지고 가요.」 조반니는 조금 쑥스러운 듯 대답했습니다.
「그거 좋군요. 이 기차는 정말이지 어디까지든 갑니다요.」
「아저씨는 어디 가세요?」 캄파넬라가 느닷없이 싸움이라도 걸듯 묻는 바람에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그러자 건너편 자리에 있던, 뾰족한 모자를 쓰고 커다란 열쇠를 허리에 찬 사람도 이쪽을 힐끗 보고 웃었으므로 캄파넬라도 그만 얼굴이 빨개져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딱히 화를 내지도 않고 볼을 씰룩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저는 바로 저기서 내립니다. 저는 새를 잡는 장사를 하거든요.」
「무슨 새요?」
「두루미랑 기러기요. 해오라기도 백조도요.」
「두루미가 많이 있어요?」
「있고말고요, 아까부터 울고 있는걸요. 못 들으셨어요?」
「아니요.」
「지금도 들리잖아요. 자, 귀를 기울이고 들어 보세요.」
두 아이는 눈을 들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덜컹덜컹 울리는 기차 소리와 억새 바람 사이로, 도로롱도로롱 물이 솟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루미는 어떻게 잡아요?」
「두루미 말입니까, 아니면 해오라기 말입니까?」
「해오라기요.」 조반니는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놈은 말이죠, 식은 죽 먹기지요. 해오라기라는 건 모두 은하수 모래가 엉겨서 뿌옇게 생겨나는 거라서요, 그리고 늘 강으로 돌아가거든요. 강가에서 기다리다가 해오라기가 다들 다리를 이렇게 하고 내려오는 걸, 그놈이 땅에 닿을락 말락 할 때 딱 눌러 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해오라기는 굳어서 마음 놓고 죽어 버리지요. 그다음은 뻔하지요. 눌러서 말리기만 하면 됩니다.」
「해오라기를 눌러서 말려요? 표본이에요?」
「표본이 아니지요. 다들 먹잖아요.」
「이상하네.」 캄파넬라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상할 것도 수상할 것도 없지요. 자.」 그 사내는 일어나 그물 선반에서 보따리를 내려 재빠르게 휙휙 풀었습니다.
「자, 보세요. 방금 잡아 온 겁니다.」
「정말 해오라기네.」 두 아이는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새하얗게, 아까 그 북쪽 십자가처럼 빛나는 해오라기의 몸뚱이가 열 개쯤 조금 납작해져서, 검은 다리를 오그리고 부조처럼 늘어서 있었던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있네.」 캄파넬라는 손가락으로 살며시 해오라기의 초승달 모양 하얗게 감긴 눈을 만졌습니다. 머리 위의 창 같은 하얀 깃털도 제대로 달려 있었습니다.
「거봐요, 그렇지요?」 새잡이는 보자기를 포개어 다시 휙휙 싸서 끈으로 묶었습니다. 대체 이 근처에서 누가 해오라기 따위를 먹을까 하고 조반니는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해오라기는 맛있어요?」
「네, 날마다 주문이 들어옵니다. 그렇지만 기러기가 더 잘 팔려요. 기러기가 훨씬 모양새도 좋고, 무엇보다 손이 안 가거든요. 자.」 새잡이는 또 다른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노랑과 푸르스름한 빛이 얼룩덜룩하게, 무슨 등불처럼 빛나는 기러기가 꼭 아까 그 해오라기처럼 부리를 가지런히 하고 조금 납작해져서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어떻습니까, 좀 드셔 보세요.」 새잡이는 노란 기러기의 발을 가볍게 잡아당겼습니다. 그러자 그것은 초콜릿으로라도 만든 것처럼 쏙 깨끗하게 떨어졌습니다.
「어떻습니까. 조금 드셔 보세요.」 새잡이는 그것을 둘로 쪼개서 건넸습니다. 조반니는 조금 먹어 보고, (뭐야, 역시 이건 과자잖아. 초콜릿보다도 더 맛있지만, 이런 기러기가 날아다닐 리가 있나. 이 사람은 어디 이 근처 들판의 과자 장수야. 그래도 나는 이 사람을 바보 취급하면서 이 사람의 과자를 먹고 있는 건 참 미안한 일이야.) 하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오물오물 그것을 먹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드세요.」 새잡이가 또 보따리를 내밀었습니다. 조반니는 더 먹고 싶었지만,
「네, 고맙습니다.」 하고 사양하자, 새잡이는 이번엔 건너편 자리의 열쇠를 든 사람에게 내밀었습니다.
「아이고, 파는 물건을 얻어먹어서 미안하군요.」 그 사람은 모자를 벗었습니다.
「아니요, 천만에요. 어떻습니까, 올해 철새 형편은.」
「아이고, 대단하지요. 그저께 두 번째 교대 무렵엔 말이죠, 왜 등대 불을 규칙에도 없이 〔한 글자 빈칸〕 깜빡이게 하느냐고 여기저기서 전화로 항의가 들어왔는데, 뭐, 내가 그러는 게 아니라 철새 놈들이 새까맣게 뭉쳐서 불빛 앞을 지나가니 어쩔 수가 없지요. 나는, 에라 이 사람들아, 그런 불평은 나한테 가져와 봐야 소용없어, 푸석푸석한 망토를 걸치고 다리랑 부리가 터무니없이 가느다란 대장한테 가져가라고, 이렇게 말해 줬지요, 하하.」
억새가 없어지자 건너편 들판에서 확 불빛이 비쳐 왔습니다.
「해오라기는 왜 손이 가요?」 캄파넬라는 아까부터 물어보려던 참이었습니다.
「그건 말이죠, 해오라기를 먹으려면,」 새잡이는 이쪽으로 돌아앉았습니다.
「은하수 물빛에 열흘쯤 매달아 두든가, 아니면 모래에 사나흘 묻어 둬야 해요. 그러면 수은이 다 날아가서 먹을 수 있게 되지요.」
「이건 새가 아니죠. 그냥 과자죠?」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캄파넬라가 큰마음을 먹은 것처럼 물었습니다. 새잡이는 무언가 몹시 당황한 모습으로,
「그렇지 그렇지, 여기서 내려야지.」 하면서 일어나 짐을 드는가 싶더니 벌써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갔을까.」
두 아이가 얼굴을 마주 보자, 등대지기는 싱글싱글 웃으며 조금 발돋움하듯 두 아이 옆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두 아이도 그쪽을 보니, 방금 그 새잡이가 노랑과 푸르스름한 빛의 아름다운 인광을 내는 온통 강변 떡쑥 위에 서서, 진지한 얼굴로 두 팔을 벌리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기 가 있어. 참 신기하다. 분명 또 새를 잡으려는 거야. 기차가 가 버리기 전에 얼른 새가 내려오면 좋겠다.」 하고 말한 순간, 텅 빈 도라지꽃 빛 하늘에서 아까 본 것 같은 해오라기가 꼭 눈이 내리듯 꽥꽥 울면서 잔뜩 춤추듯 내려왔습니다. 그러자 그 새잡이는 딱 주문대로라는 듯 싱글벙글하며 두 발을 정확히 육십 도로 벌리고 서서, 해오라기가 오그리고 내려오는 검은 다리를 두 손으로 닥치는 대로 눌러 천 자루 속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해오라기는 반딧불처럼 자루 속에서 한동안 파랗게 깜빡깜빡 빛났다 꺼졌다 하더니, 마지막엔 결국 모두 뿌옇게 하얘져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잡히는 새보다는 잡히지 않고 무사히 은하수 모래 위에 내려앉는 새가 더 많았습니다. 그것은 보고 있으니 발이 모래에 닿자마자 꼭 눈이 녹듯 오그라들어 납작해지더니, 곧 용광로에서 나온 구리 물처럼 모래와 자갈 위에 퍼졌고, 한동안은 새 모양이 모래에 붙어 있었지만, 그것도 두세 번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사이 이내 주위와 똑같은 빛깔이 되어 버렸습니다.
새잡이는 스무 마리쯤 자루에 넣고 나더니 갑자기 두 손을 들고, 병사가 총알에 맞아 죽을 때 같은 자세를 했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벌써 거기에는 새잡이의 모습이 없어지고, 오히려,
「아아 후련하다. 정말이지 몸에 꼭 맞을 만큼 버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요.」 하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조반니 옆에서 났습니다. 보니 새잡이는 벌써 거기서 잡아 온 해오라기를 가지런히 모아 하나씩 다시 포개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저기서 한 번에 여기로 왔어요?」 조반니가 어쩐지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 물었습니다.
「어떻게라니, 오려고 했으니까 왔지요. 대체 두 분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조반니는 곧 대답하려 했지만, 글쎄, 대체 어디서 왔는지 이제 아무리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캄파넬라도 얼굴이 새빨개져서 무언가 떠올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먼 데서 오셨군요.」 새잡이는 알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조반니의 차표
「이제 이 근처가 백조 구역의 끝입니다. 보세요. 저게 이름난 알비레오 관측소입니다.」
창밖, 꼭 불꽃놀이로 가득한 것 같은 은하수 한가운데에 검고 커다란 건물이 네 채쯤 서 있고, 그 가운데 하나의 평평한 지붕 위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청옥과 황옥의 커다란 투명한 구슬 두 개가 고리를 이루어 조용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노란 것이 점점 저쪽으로 돌아가고 파랗고 작은 것이 이쪽으로 나오더니, 곧 두 구슬의 가장자리가 겹쳐져서 고운 초록빛 양면 볼록렌즈 모양을 만들었고, 그것도 점점 한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더니 마침내 파란 것이 완전히 황옥 정면에 오자 초록 한가운데와 노랗고 밝은 고리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또 점점 옆으로 비껴 나가 아까의 렌즈 모양을 거꾸로 되풀이하더니, 마침내 쓱 떨어져서 청옥은 저쪽으로 돌아가고 노란 것은 이쪽으로 나와, 다시 꼭 아까와 같은 모양이 되었습니다. 은하의 모양도 소리도 없는 물에 둘러싸여, 정말로 그 검은 관측소는 잠든 듯이 조용히 누워 있었습니다.
「저건 물의 빠르기를 재는 기계입니다. 물도…….」 새잡이가 말을 꺼냈을 때,
「차표를 보여 주십시오.」 세 사람 자리 옆에 빨간 모자를 쓴 키 큰 차장이 어느새 똑바로 서서 말했습니다. 새잡이는 말없이 호주머니에서 작은 종잇조각을 꺼냈습니다. 차장은 잠깐 보더니 곧 눈을 돌리고, (당신들 것은?) 하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손을 조반니네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저, 그게,」 조반니는 난처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캄파넬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작은 쥐색 차표를 꺼냈습니다. 조반니는 그만 몹시 허둥대면서, 혹시 윗옷 주머니에라도 들어 있지 않을까 하고 손을 넣어 보았더니, 무언가 크게 접힌 종잇조각이 손에 닿았습니다. 이런 게 들어 있었나 하고 급히 꺼내 보니, 그것은 넷으로 접은 엽서만 한 크기의 초록색 종이였습니다. 차장이 손을 내밀고 있으니 아무려면 어때, 줘 버리자 하고 건넸더니, 차장은 똑바로 고쳐 서서 정중하게 그것을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윗옷 단추 같은 것을 연신 여미기도 했고, 등대지기도 아래서 그것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으므로, 조반니는 분명히 저건 증명서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가슴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3차 공간 쪽에서 가져오신 겁니까?」 차장이 물었습니다.
「뭔지 모르겠어요.」 이제 괜찮다고 안심하면서 조반니는 그쪽을 올려다보고 킥킥 웃었습니다.
「좋습니다. 남십자에 도착하는 것은 다음 세 시쯤이 되겠습니다.」 차장은 종이를 조반니에게 건네고 저쪽으로 갔습니다.
캄파넬라는 그 종잇조각이 무엇이었는지 기다리다 못한 듯 급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조반니도 정말 얼른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온통 검은 덩굴무늬 같은 무늬 속에 이상한 글자 열 개쯤을 인쇄한 것이어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자 새잡이가 옆에서 힐끗 그것을 보더니 허둥지둥 말했습니다.
「어이쿠, 이건 대단한 물건인데요. 이건 참된 하늘나라에까지 갈 수 있는 차표예요. 하늘나라뿐인가요,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통행권입니다. 이걸 가지고 계시면, 과연, 이런 불완전한 환상 제4차의 은하철도 따위는 어디까지든 갈 수 있고말고요. 두 분 대단하시네요.」
「뭔지 모르겠어요.」 조반니가 빨개져서 대답하며 그것을 다시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쑥스러워서 캄파넬라와 둘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새잡이가 이따금 대단하다는 듯 힐끔힐끔 이쪽을 보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독수리 정거장이야.」 캄파넬라가 건너편 기슭에 셋 나란히 선 작고 푸르스름한 삼각표와 지도를 견주어 보며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어쩐지 까닭도 모르게 갑자기 옆의 새잡이가 가엾어서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해오라기를 잡고 후련하다고 좋아하거나, 하얀 천으로 그것을 빙글빙글 싸거나, 남의 차표를 깜짝 놀란 듯 곁눈질하고 허둥지둥 칭찬하기 시작하거나, 그런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이제 그 낯모르는 새잡이를 위해 조반니가 가진 것이든 먹을 것이든 무엇이든 다 주어 버리고 싶었고, 이 사람의 참된 행복이 된다면 자기가 저 빛나는 은하수 강변에 서서 백 년 동안 계속 서서 새를 잡아 주어도 좋겠다는 기분이 들어, 이제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아저씨가 갖고 싶은 게 대체 뭐예요, 하고 물으려다가, 그러면 너무 뜬금없으니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돌아보았더니, 거기에는 이미 그 새잡이가 없었습니다. 그물 선반 위에 하얀 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창밖에서 다리를 버티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해오라기를 잡을 채비를 하고 있나 싶어 급히 그쪽을 보았지만, 밖은 온통 아름다운 금모래와 하얀 억새 물결뿐, 그 새잡이의 넓은 등도 뾰족한 모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 어디 갔을까.」 캄파넬라도 멍하니 그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갔을까. 대체 어디서 또 만날까. 나는 왜 그 사람한테 말을 좀 하지 않았을까.」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이 거추장스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 나는 몹시 괴로워.」 조반니는 이런 이상야릇한 기분은 정말 처음이고, 이런 말도 여태 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쩐지 사과 냄새가 나. 내가 지금 사과 생각을 해서 그런가.」 캄파넬라가 이상하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사과 냄새야. 그리고 들찔레 냄새도 나.」 조반니도 주위를 보았지만 역시 그것은 창문으로라도 들어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을이니 들찔레꽃 냄새가 날 리가 없는데 하고 조반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거기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여섯 살쯤 된 사내아이가 빨간 재킷의 단추도 채우지 않고 몹시 놀란 듯한 얼굴로 덜덜 떨면서 맨발로 서 있었습니다. 옆에는 검은 양복을 반듯하게 입은 키 큰 청년이 바람을 한껏 맞고 있는 느티나무 같은 자세로 사내아이의 손을 꼭 잡고 서 있었습니다.
「어머, 여기가 어디죠. 어머, 예쁘다.」 청년 뒤에도 열두 살쯤 된, 눈이 갈색인 귀여운 여자아이가 검은 외투를 입고 청년의 팔에 매달려 신기한 듯 창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아, 여기는 랭커셔다. 아니, 코네티컷주다. 아니, 아아, 우리는 하늘에 온 거다. 우리는 하늘나라로 가는 겁니다. 보세요. 저 표시는 하늘나라의 표시예요. 이제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어요. 우리는 하느님께 부름을 받은 거예요.」 검은 옷의 청년은 기쁨에 빛나며 그 여자아이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또 이마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게다가 몹시 지친 듯 억지로 웃으면서 사내아이를 조반니 옆에 앉혔습니다.
그러고는 여자아이에게 상냥하게 캄파넬라 옆자리를 가리켰습니다. 여자아이는 순순히 거기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나 큰누나한테 갈 거야.」 막 걸터앉은 사내아이가 얼굴을 이상하게 찌푸리며, 등대지기 건너편 자리에 막 앉은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청년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픈 얼굴로 가만히 그 아이의 곱슬곱슬하게 젖은 머리를 보았습니다. 여자아이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훌쩍훌쩍 울어 버렸습니다.
「아버지와 기쿠요 누나는 아직 여러 가지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곧 뒤따라 오실 거예요. 그보다 어머니가 얼마나 오래 기다리셨겠어요. 내 소중한 다다시는 지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눈 내리는 아침에 다 같이 손을 잡고 딱총나무 덤불을 빙글빙글 돌며 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시면서 정말로 기다리며 걱정하고 계실 테니까, 얼른 가서 어머니를 뵈어요.」
「응, 그렇지만 나, 배를 타지 말걸 그랬어.」
「그래요, 그렇지만 보세요, 자, 어때요, 저 훌륭한 강, 네, 저기는 그 여름 내내 「트윙클, 트윙클, 리틀 스타」를 부르고 잠잘 때 언제나 창밖으로 뿌옇게 하얗게 보이던 곳이잖아요. 저기예요. 네, 예쁘죠, 저렇게 빛나고 있어요.」
울고 있던 누나도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밖을 보았습니다. 청년은 가르치듯 조용히 누나와 동생에게 또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아무것도 슬플 게 없어요. 우리는 이런 좋은 곳을 여행해서 곧 하느님 곁으로 가요. 거기는 정말로 밝고 향기롭고 훌륭한 사람들로 가득해요. 그리고 우리 대신 보트에 탈 수 있었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모두 구조되어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저마다의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기 집으로 갈 거예요. 자, 이제 곧이니까 힘을 내서 즐겁게 노래하며 가요.」 청년은 사내아이의 젖은 듯한 검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두를 달래는 동안, 자기도 점점 얼굴빛이 환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떻게 되신 겁니까?」 아까 그 등대지기가 이제야 조금 알겠다는 듯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청년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아니요, 빙산에 부딪쳐서 배가 가라앉았어요. 저희는, 이 아이들 아버님이 급한 일로 두 달 전에 한발 먼저 본국으로 돌아가셔서 나중에 떠난 겁니다. 저는 대학에 다니면서 가정교사로 고용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꼭 열이틀째, 오늘인가 어제쯤입니다, 배가 빙산에 부딪쳐 한꺼번에 기울더니 벌써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달빛은 어딘가 흐릿하게 있었지만 안개가 몹시 짙었습니다. 그런데 보트는 왼쪽 뱃전 쪽 절반이 이미 못 쓰게 되어서, 도저히 모두가 탈 수 없었어요. 그러는 사이에도 배는 가라앉고, 저는 필사적으로, 부디 어린 사람들을 태워 주세요 하고 외쳤습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곧 길을 열어 주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보트까지 가는 곳에는 아직도 어린아이들이며 부모들이 있어서, 도저히 밀쳐 낼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떻게든 이분들을 구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기에 앞에 있는 아이들을 밀쳐 내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그렇게 해서 구해 드리기보다는 이대로 하느님 앞에 다 같이 가는 편이 정말로 이분들의 행복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또 그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는 저 혼자 짊어지고 꼭 구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만 보트에 떼어 보내고, 어머니가 미친 듯이 입맞춤을 보내고, 아버지가 슬픔을 꾹 참으며 똑바로 서 있는 것 같은 광경은 정말이지 창자가 끊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배는 자꾸자꾸 가라앉으니, 저는 완전히 각오를 하고 이 두 사람을 끌어안고 뜰 수 있을 만큼은 떠 보자고 한데 뭉쳐 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누가 던졌는지 구명부표가 하나 날아왔지만 미끄러져서 저 멀리 가 버렸습니다. 저는 힘껏 갑판의 격자로 된 부분을 떼어 내어 셋이 거기에 꼭 매달렸습니다. 어디서부턴가 〔두 글자쯤 빈칸〕번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일었습니다. 금세 모두가 여러 나라 말로 한꺼번에 그것을 불렀습니다. 그때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저희는 물에 떨어졌고, 이제 소용돌이에 들어갔구나 생각하면서 꼭 이 아이들을 끌어안았는데, 그러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싶더니 벌써 여기에 와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 어머님은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네, 보트는 틀림없이 살았을 겁니다. 아무튼 아주 노련한 선원들이 저어서 재빨리 배에서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주위에서 작은 기도 소리가 들렸고,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여태 잊고 있던 여러 가지 일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아, 그 큰 바다는 태평양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 빙산이 떠다니는 북쪽 끝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바람이며 얼어붙는 바닷물이며 매서운 추위와 싸우면서 누군가가 힘껏 일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정말로 안쓰럽고, 그리고 미안한 것만 같다. 나는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반니는 고개를 떨구고 아주 풀이 죽어 버렸습니다.
「무엇이 행복인지는 알 수 없어요. 정말로 어떤 괴로운 일이라도 그것이 올바른 길을 가는 가운데 생긴 일이라면, 고갯길을 오르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모두 참된 행복에 다가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니까요.」
등대지기가 달래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오직 가장 큰 행복에 이르기 위해 여러 가지 슬픔도 모두 하느님의 뜻입니다.」
청년이 기도하듯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나와 동생은 이제 지쳐서 저마다 축 늘어져 자리에 기대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까 그 맨발이던 발에는 어느새 하얗고 부드러운 신을 신고 있었습니다.
덜컹덜컹 덜컹덜컹, 기차는 눈부신 인광의 강기슭을 나아갔습니다. 건너편 창을 보니 들판은 꼭 환등 같았습니다. 백도 천도 넘는 크고 작은 가지가지 삼각표, 그 큰 것 위에는 빨간 점을 찍은 측량 깃발도 보였고, 들판 끝에서는 그것들이 온통 많이 많이 모여 뿌옇게 푸르스름한 안개 같았으며, 거기서인지 아니면 더 먼 곳에서인지 이따금 여러 모양의 흐릿한 봉화 같은 것이 번갈아 고운 도라지꽃 빛 하늘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참으로 그 맑고 고운 바람은 장미 향기로 가득했습니다.
「어떠십니까. 이런 사과는 처음이시지요?」 건너편 자리의 등대지기가 어느새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아름답게 물든 커다란 사과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두 손으로 무릎 위에 안고 있었습니다.
「어, 어디서 난 겁니까. 훌륭하네요. 이 근처에서는 이런 사과가 납니까?」 청년은 정말로 깜짝 놀란 듯, 등대지기가 두 손으로 안은 한 무더기 사과를 눈을 가늘게 뜨거나 고개를 갸웃하거나 하며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자 드십시오. 어서, 자 드십시오.」
청년은 하나를 집고 조반니네 쪽을 잠깐 보았습니다.
「자, 저쪽 도련님들. 어떠세요. 드세요.」
조반니는 도련님 소리를 들어서 조금 비위가 상해 잠자코 있었지만 캄파넬라는,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이 직접 집어서 하나씩 두 아이에게 건네주었으므로 조반니도 일어나서 고맙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등대지기는 이제야 두 팔이 비었으므로 이번엔 자기가 하나씩 잠든 누나와 동생의 무릎에 살며시 놓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디서 납니까, 이런 훌륭한 사과는.」
청년은 찬찬히 보면서 말했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물론 농사도 짓습니다만, 대개 저절로 좋은 것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농사라 해도 그다지 힘이 들지 않지요. 대개 자기가 바라는 씨앗만 뿌리면 저절로 자꾸자꾸 자랍니다. 쌀도 태평양 근처처럼 껍질도 없고 열 배나 크고 향기도 좋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가시는 곳에는 이제 농사가 없습니다. 사과든 과자든 찌꺼기가 조금도 없어서, 모두 그 사람 그 사람에 따라 다른 옅은 좋은 향기가 되어 털구멍으로 흩어져 버리지요.」
갑자기 사내아이가 눈을 번쩍 뜨고 말했습니다.
「아아 나 지금 엄마 꿈 꿨어. 엄마가 말이야, 훌륭한 찬장이랑 책이 있는 데 있었는데, 나를 보고 손을 내밀고 방긋방긋 방긋방긋 웃었어. 내가 엄마, 사과 주워다 드릴까요 했더니 잠이 깨 버렸어. 아아 여기 아까 그 기차 안이구나.」
「그 사과가 거기 있어요. 이 아저씨한테 받은 거예요.」 청년이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어, 가오루 누나 아직 자네. 내가 깨워야지. 누나. 봐, 사과 받았어. 일어나 봐.」
누나는 웃으며 눈을 뜨고 눈부신 듯 두 손을 눈에 대더니 사과를 보았습니다. 사내아이는 꼭 파이를 먹듯 벌써 그것을 먹고 있었는데, 모처럼 깎은 그 고운 껍질도 빙글빙글 코르크 따개 같은 모양으로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스르르 잿빛으로 빛나며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아이는 사과를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강 아래쪽 건너편 기슭에 파랗게 우거진 커다란 숲이 보였고, 그 가지에는 익어서 새빨갛게 빛나는 둥근 열매가 가득했으며, 그 숲 한가운데에 높고 높은 삼각표가 서 있었고, 숲속에서는 오케스트라 벨과 실로폰에 섞여 뭐라 말할 수 없이 고운 소리가 녹아들듯 스며들듯 바람을 따라 흘러왔습니다.
청년은 오싹한 듯 몸을 떨었습니다.
말없이 그 가락을 듣고 있으니, 온 사방에 노랗고 엷은 초록빛의 밝은 들판인지 깔개인지가 펼쳐지고, 또 새하얀 밀랍 같은 이슬이 해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머, 저 까마귀.」 캄파넬라 옆의, 가오루라고 불린 여자아이가 외쳤습니다.
「까마귀가 아니야. 전부 까치야.」 캄파넬라가 또 아무렇지 않게 나무라듯 외쳤으므로 조반니는 또 저도 모르게 웃었고, 여자아이는 무안한 얼굴을 했습니다. 정말로 강변의 푸르스름한 불빛 위에 검은 새가 많이 많이 가득 줄지어 앉아 가만히 강의 희미한 빛을 받고 있었습니다.
「까치군요. 머리 뒤쪽에 털이 뾰족하게 뻗어 있으니까.」 청년이 달래듯 말했습니다.
건너편 파란 숲속의 삼각표가 완전히 기차 정면에 왔습니다. 그때 기차 저 멀리 뒤쪽에서 그 귀에 익은 찬송가 〔두 글자쯤 빈칸〕번의 가락이 들려왔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합창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청년은 확 얼굴빛이 창백해져서 일어나 한 번 그쪽으로 가려는 듯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앉았습니다. 가오루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습니다. 조반니까지 어쩐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누구부터인지 그 노래가 불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또렷하고 힘차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함께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파란 올리브 숲이 보이지 않는 은하수 저편에서 촉촉이 빛나며 점점 뒤쪽으로 가 버렸고, 거기서 흘러오던 신비로운 악기 소리도 이제 기차 소리며 바람 소리에 닳고 닳아 아주 희미해졌습니다.
「아, 공작이 있어.」
「응, 많이 있었어.」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조반니는 작게 작게 되어 이제는 초록빛 조개 단추 하나처럼 보이는 그 숲 위에서, 이따금 푸르스름하게 번쩍번쩍 빛나며 공작이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는 빛의 반사를 보았습니다.
「맞아, 공작 소리도 아까 들렸어.」 캄파넬라가 가오루에게 말했습니다.
「응, 서른 마리쯤은 분명히 있었어. 하프처럼 들린 건 전부 공작이야.」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조반니는 갑자기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퍼져서 저도 모르게,
「캄파넬라, 여기서 뛰어내려서 놀다 가자.」 하고 무서운 얼굴로 말하려 했을 정도였습니다.
강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그 캄캄한 섬 한가운데에 높고 높은 망루가 하나 세워져 있고, 그 위에 헐렁한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사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손에 빨간 깃발과 파란 깃발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가 보고 있는 동안 그 사람은 연신 빨간 깃발을 흔들다가, 갑자기 빨간 깃발을 내려 뒤로 감추듯 하고 파란 깃발을 높이 높이 들어 꼭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세차게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공중에서 쏴아 하고 빗소리 같은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 캄캄한 것이 몇 덩어리고 몇 덩어리고 총알처럼 강 건너편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그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도라지꽃 빛 텅 빈 하늘 아래를 참으로 몇만이나 되는 작은 새들이 몇 무리고 몇 무리고 저마다 바쁘게 바쁘게 울며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새가 날아간다.」 조반니가 창밖에서 말했습니다.
「어디,」 캄파넬라도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때 그 망루 위의 헐렁한 옷을 입은 사내가 갑자기 빨간 깃발을 들고 미친 듯이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뚝 새 떼가 지나가지 않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철퍼덕 하는 짜부라진 듯한 소리가 강 아래쪽에서 나더니 한동안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그런가 싶더니 그 빨간 모자의 신호수가 또 파란 깃발을 흔들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다 건너라 철새야, 지금이다 건너라 철새야.」 그 목소리도 똑똑히 들렸습니다. 그와 함께 또 몇만이나 되는 새 떼가 하늘을 곧장 달려갔습니다. 두 아이가 얼굴을 내민 한가운데 창으로 그 여자아이가 얼굴을 내밀고 고운 뺨을 빛내며 하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어머, 이 새들, 정말 많네요. 어머나 하늘이 어쩜 이렇게 예쁠까.」 여자아이는 조반니에게 말을 걸었지만, 조반니는 잘난 체하네 싫다 하고 생각하며 말없이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여자아이는 작게 후 하고 숨을 쉬고 말없이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캄파넬라가 안쓰러운 듯 창에서 얼굴을 들이고 지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은 새한테 가르쳐 주고 있는 걸까요?」 여자아이가 살며시 캄파넬라에게 물었습니다.
「철새한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예요. 분명 어디선가 봉화가 오르기 때문일 거예요.」 캄파넬라가 조금 자신 없는 듯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기차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머리를 들이고 싶었지만, 밝은 곳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 괴로웠으므로 잠자코 참으며 그대로 서서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슬플까. 나는 마음을 더 곱고 크게 가져야 해. 저기 기슭 저 멀리 꼭 연기 같은 작고 파란 불이 보인다. 저건 정말로 조용하고 차갑다. 나는 저걸 잘 보고 마음을 가라앉힐 거야.) 조반니는 달아올라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누르듯 하며 그쪽을 보았습니다. (아아 정말로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나와 함께 갈 사람은 없을까. 캄파넬라도 저런 여자아이와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고, 나는 정말 괴로워.) 조반니의 눈은 또 눈물로 가득해졌고, 은하수도 꼭 멀리 가 버린 듯 뿌옇게 하얗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때 기차는 차츰 강에서 멀어져 벼랑 위를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건너편 기슭도 또 검은 벼랑이 강기슭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높아져 갔습니다. 그리고 언뜻 커다란 옥수수 나무가 보였습니다. 그 잎은 빙글빙글 오그라들어 있고, 잎 밑에는 벌써 아름다운 초록빛 커다란 껍질이 빨간 수염을 내뿜고 있었고, 진주 같은 알도 언뜻 보였습니다. 그것은 점점 수가 늘어나 이제는 줄지어 벼랑과 철길 사이에 늘어섰고, 저도 모르게 조반니가 창에서 얼굴을 들이고 건너편 창을 보았을 때는, 아름다운 하늘 들판의 지평선 끝까지 그 커다란 옥수수 나무가 거의 온통 심겨 있어 사락사락 바람에 흔들리고, 그 훌륭하게 오그라든 잎 끝에는 꼭 낮 동안 햇빛을 잔뜩 빨아들인 금강석처럼 이슬이 가득 맺혀 빨강이며 초록으로 반짝반짝 타오르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캄파넬라가 「저거 옥수수지?」 하고 조반니에게 말했지만, 조반니는 아무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으므로 그저 퉁명스럽게 들판을 본 채로 「그렇겠지.」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기차는 차츰 조용해지더니 신호기 몇 개와 선로 전환기 불빛을 지나 작은 정거장에 멈추었습니다.
그 정면의 푸르스름한 시계는 정확히 두 시를 가리켰고, 그 시계추는 바람도 없어지고 기차도 움직이지 않는 조용하고 조용한 들판 한가운데서 똑딱똑딱 바르게 시간을 새겨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시계추 소리의 틈새로 멀고 먼 들판 끝에서 희미하고 희미한 가락이 실처럼 흘러왔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이야.」 누나가 혼잣말처럼 이쪽을 보며 가만히 말했습니다. 정말로 이제 기차 안에서는 그 검은 옷의 키 큰 청년도 누구도 모두 상냥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용하고 좋은 곳에서 나는 왜 더 즐거워지지 못할까. 왜 이렇게 혼자 쓸쓸할까. 그래도 캄파넬라는 너무해, 나랑 같이 기차에 타고 있으면서 저런 여자아이하고만 이야기하고 있잖아. 나는 정말 괴로워.) 조반니는 또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듯 하며 건너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맑게 비치는 유리 같은 피리가 울리고 기차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캄파넬라도 쓸쓸한 듯 「별 돌기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네, 네, 이제 이 근처는 험한 고원이니까요.」 뒤쪽에서 누군가 노인인 듯한 사람이 방금 잠이 깬 듯 또랑또랑 이야기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옥수수도 막대로 육십 센티미터나 구멍을 내 두고 거기에 뿌리지 않으면 나지 않아요.」
「그렇습니까. 강까지는 꽤 멀겠지요.」
「네네, 강까지는 육백 미터에서 이천 미터나 됩니다. 이제 아주 험한 협곡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그래, 여기는 콜로라도 고원이 아니었을까,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캄파넬라는 아직 쓸쓸한 듯 혼자 휘파람을 불고, 여자아이는 꼭 비단으로 싼 사과 같은 얼굴빛을 하고 조반니가 보는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옥수수가 없어지고 커다랗고 검은 들판이 가득 펼쳐졌습니다. 신세계 교향곡은 더욱 또렷하게 지평선 끝에서 솟아올랐고, 그 새까만 들판 속을 인디언 하나가 하얀 새 깃털을 머리에 꽂고 수많은 돌을 팔과 가슴에 장식하고 작은 활에 화살을 메긴 채 쏜살같이 기차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어머, 인디언이에요. 인디언이에요. 보세요.」
검은 옷의 청년도 눈을 떴습니다. 조반니도 캄파넬라도 일어섰습니다.
「달려와요, 어머, 달려와요. 쫓아오는 거겠죠?」
「아니요, 기차를 쫓아오는 게 아니에요. 사냥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하는 거예요.」 청년은 지금 어디 있는지 잊었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서 말했습니다.
정말로 인디언은 반쯤은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달린다고 해도 발을 디디는 법이 좀 더 효율적이고 진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또렷하게 하얀 그 깃털이 앞으로 쓰러지듯 하더니 인디언은 딱 멈춰 서서 재빨리 하늘을 향해 활을 당겼습니다. 거기서 두루미 한 마리가 비틀비틀 떨어져 내려와, 다시 달리기 시작한 인디언의 크게 벌린 두 손에 떨어졌습니다. 인디언은 기쁜 듯 서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루미를 들고 이쪽을 보고 있는 그림자도 벌써 자꾸자꾸 작고 멀어졌고, 전봇대의 애자가 반짝반짝 잇달아 두 개쯤 빛나더니 다시 옥수수 숲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쪽 창을 보니 기차는 정말로 높고 높은 벼랑 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 골짜기 밑에는 강이 역시 넓고 밝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네, 이제 이 근처부터 내리막입니다. 아무튼 이번엔 단번에 저 물 위까지 내려가니까 쉽지 않지요. 이 경사가 있어서 기차는 절대로 저쪽에서 이쪽으로는 오지 않아요. 자, 벌써 점점 빨라졌지요?」 아까 그 노인인 듯한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자꾸자꾸 자꾸자꾸 기차는 내려갔습니다. 벼랑 끝에 철길이 걸릴 때는 강이 밝게 아래로 내려다보였습니다. 조반니는 차츰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기차가 작은 오두막 앞을 지나고 그 앞에 아이 하나가 풀 죽어 서서 이쪽을 보고 있을 때 같은 때는 저도 모르게 야호 하고 외쳤습니다.
자꾸자꾸 자꾸자꾸 기차는 달려갔습니다. 객차 안 사람들은 반쯤 뒤로 넘어질 듯하면서 의자에 꼭 매달려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캄파넬라와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은하수는 기차 바로 옆으로, 여태 꽤 세차게 흘러온 듯 이따금 반짝반짝 빛나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엷게 붉은 패랭이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습니다. 기차는 겨우 차분해진 듯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건너편과 이쪽 기슭에 별 모양과 곡괭이를 그린 깃발이 서 있었습니다.
「저거 무슨 깃발일까.」 조반니가 겨우 말을 했습니다.
「글쎄, 모르겠어. 지도에도 없어. 쇠배가 놓여 있네.」
「응.」
「다리를 놓는 데가 아닐까요?」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아아 저거 공병 깃발이야. 다리 놓는 훈련을 하는 거야. 그런데 병사들 모습이 안 보이네.」
그때 건너편 기슭 가까운, 조금 아래쪽에서 보이지 않는 은하수 물이 번쩍 빛나며 기둥처럼 높이 솟구치더니 콰앙 하고 세찬 소리가 났습니다.
「발파야, 발파야.」 캄파넬라는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 기둥처럼 된 물이 보이지 않게 되자, 커다란 연어며 송어가 반짝반짝 하얗게 배를 빛내며 공중으로 내던져졌다가 둥근 고리를 그리며 다시 물에 떨어졌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뛰어오르고 싶을 만큼 마음이 가벼워져서 말했습니다.
「하늘의 공병 대대다. 어때, 송어 같은 게 꼭 이렇게 되어서 튀어 올랐지. 나 이렇게 신나는 여행은 해 본 적이 없어. 좋다.」
「저 송어라면 가까이서 보면 이만하겠다. 물고기가 많이 있나 봐, 이 물속에.」
「작은 물고기도 있을까요?」 여자아이가 이야기에 이끌려 말했습니다.
「있겠지요. 큰 게 있으니까 작은 것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멀어서 지금 작은 건 안 보였어요.」 조반니는 이제 완전히 기분이 풀려서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여자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저거 분명 쌍둥이 별님의 궁전이야.」 사내아이가 갑자기 창밖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오른쪽 낮은 언덕 위에 작은 수정으로라도 만든 듯한 궁전 두 채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쌍둥이 별님의 궁전이 뭐야?」
「나 전에 몇 번이나 엄마한테 들었어. 꼭 작은 수정 궁전 두 채가 나란히 있으니까 분명 그거야.」
「얘기해 봐. 쌍둥이 별님이 어쨌는데?」
「나도 알아. 쌍둥이 별님이 들판에 놀러 나갔다가 까마귀랑 싸웠지?」
「그게 아니야. 있잖아, 은하수 기슭에 말이야, 엄마가 이야기해 주셨어, …….」
「그러고 나서 혜성이 끼익끼익 후우 끼익끼익 후우 하면서 왔지?」
「싫어 다아짱, 그게 아니야. 그건 다른 얘기야.」
「그럼 저기서 지금 피리를 불고 있을까.」
「지금 바다에 가 있어.」
「틀렸어. 벌써 바다에서 올라오셨어.」
「맞아 맞아. 나 알아, 내가 얘기할게.」
강 건너편 기슭이 갑자기 빨개졌습니다. 버드나무며 무엇이며가 새까맣게 비쳐 보였고, 보이지 않는 은하수 물결도 이따금 반짝반짝 바늘처럼 빨갛게 빛났습니다. 정말로 건너편 기슭 들판에서 커다랗고 새빨간 불이 타오르고, 그 검은 연기는 높이 도라지꽃 빛 차가워 보이는 하늘마저 그을릴 것 같았습니다. 루비보다도 빨갛게 비치고 리튬보다도 아름답게, 취한 듯이 그 불은 타고 있었습니다.
「저건 무슨 불일까. 저렇게 빨갛게 빛나는 불은 무엇을 태우면 생길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전갈의 불이야.」 캄파넬라가 또 지도와 씨름하며 대답했습니다.
「어머, 전갈의 불이라면 나 알아.」
「전갈의 불이 뭔데?」 조반니가 물었습니다.
「전갈이 불에 타 죽었대. 그 불이 지금도 타고 있다고 나 몇 번이나 아빠한테 들었어.」
「전갈이면 벌레잖아.」
「응, 전갈은 벌레야. 그렇지만 착한 벌레야.」
「전갈은 착한 벌레가 아니야. 나 박물관에서 알코올에 담가 놓은 거 봤어. 꼬리에 이런 갈고리가 있어서 그걸로 쏘이면 죽는다고 선생님이 그랬어.」
「맞아. 그렇지만 착한 벌레야.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셨어. 옛날 발도라 들판에 전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작은 벌레 같은 걸 죽여서 먹고 살았대. 그런데 어느 날 족제비한테 들켜서 잡아먹힐 뻔했대. 전갈은 힘껏 달아나고 또 달아났지만 끝내 족제비한테 붙잡힐 뻔했어. 그때 갑자기 앞에 우물이 있어서 그 안에 빠져 버렸어. 이제 아무리 해도 올라올 수가 없어서 전갈은 물에 빠져 죽어 가기 시작했어. 그때 전갈은 이렇게 말하며 기도했대.
아아, 나는 여태 얼마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번에 족제비에게 잡아먹히려 할 때는 그토록 힘껏 달아났다. 그래도 끝내 이렇게 되고 말았다. 아아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구나. 어째서 나는 내 몸을 잠자코 족제비에게 주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 족제비도 하루를 더 살았을 텐데. 부디 하느님. 제 마음을 보아 주세요. 이렇게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말고, 부디 다음번에는 참된 모두의 행복을 위해 제 몸을 써 주세요. 하고 말했대. 그랬더니 어느새 전갈은 자기 몸이 새빨갛고 아름다운 불이 되어 타오르며 밤의 어둠을 비추고 있는 걸 보았대. 지금도 타고 있다고 아빠가 말씀하셨어. 정말로 저 불이 그거야.」
「맞아. 봐. 저기 삼각표들이 꼭 전갈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조반니는 정말로 그 커다란 불 저편에 삼각표 세 개가 꼭 전갈의 팔처럼, 이쪽에 삼각표 다섯 개가 전갈의 꼬리며 갈고리처럼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그 새빨갛고 아름다운 전갈의 불은 소리 없이 밝게 밝게 타올랐습니다.
그 불이 차츰 뒤쪽으로 멀어짐에 따라, 모두는 뭐라 말할 수 없이 흥겨운 여러 가지 악기 소리며 풀꽃 향기 같은 것, 휘파람이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따위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곧 가까이에 마을인지 무엇인지가 있어서 거기서 축제라도 열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켄타우루스, 이슬을 내려라.」 갑자기 여태 잠들어 있던 조반니 옆의 사내아이가 건너편 창을 보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아 거기에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새파란 가문비나무인지 전나무인지가 서 있고, 그 안에는 많고 많은 꼬마전구가 꼭 반딧불이 천 마리라도 모인 것처럼 켜져 있었습니다.
「아아, 맞다, 오늘 밤 켄타우루스 축제지.」
「아아, 여기는 켄타우루스 마을이야.」 캄파넬라가 곧 말했습니다. 〔이하 원고 한 장? 없음〕
「공 던지기라면 나는 절대 안 빗나가.」
사내아이가 크게 뽐내며 말했습니다.
「이제 곧 사우전크로스입니다. 내릴 채비를 하세요.」 청년이 모두에게 말했습니다.
「나 기차 좀 더 탈 거야.」 사내아이가 말했습니다. 캄파넬라 옆의 여자아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일어나 채비를 시작했지만, 역시 조반니네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여기서 내려야 해요.」 청년은 입을 꼭 다물고 사내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싫어. 나 기차 좀 더 타고 나서 갈래.」
조반니가 참다못해 말했습니다.
「우리랑 같이 타고 가자. 우리는 어디까지든 갈 수 있는 차표를 가지고 있어.」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여기서 내려야 해. 여기가 하늘나라로 가는 곳이니까.」 여자아이가 쓸쓸한 듯 말했습니다.
「하늘나라 같은 데 안 가도 되잖아. 우리는 여기서 하늘나라보다 더 좋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우리 선생님이 그랬어.」
「그렇지만 엄마도 가 계시고, 게다가 하느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걸.」
「그런 하느님은 가짜 하느님이야.」
「너의 하느님이 가짜 하느님이야.」
「그렇지 않아.」
「너의 하느님은 어떤 하느님인가요?」 청년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참된 단 한 분의 하느님이에요.」
「참된 하느님은 물론 단 한 분이지요.」
「아아, 그런 게 아니라 단 한 분의 참되고 참된 하느님이에요.」
「그러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여러분이 머지않아 그 참된 하느님 앞에서 저희와 만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청년은 다소곳이 두 손을 모았습니다. 여자아이도 꼭 그대로 했습니다. 모두 정말로 헤어지기가 아쉬운 듯 그 얼굴빛도 조금 창백해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하마터면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릴 뻔했습니다.
「자, 이제 채비는 다 됐나요? 곧 사우전크로스니까.」
아아 바로 그때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은하수 저 멀리 아래쪽에, 파랑이며 주황이며 온갖 빛으로 아로새겨진 십자가가 꼭 한 그루의 나무처럼 강 속에서 서서 빛나고, 그 위에는 푸르스름한 구름이 둥근 고리가 되어 후광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기차 안이 온통 술렁거렸습니다. 모두 그 북십자 때처럼 똑바로 서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아이가 참외에 달려들 때 같은 기쁨의 소리며 뭐라 말할 수 없이 깊고 다소곳한 한숨 소리만 들렸습니다. 그리고 차츰 십자가는 창 정면으로 왔고, 그 사과 속살 같은 푸르스름한 고리 구름도 천천히 천천히 돌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밝고 즐겁게 모두의 목소리가 울렸고, 모두는 그 하늘 먼 곳에서, 차가운 하늘 먼 곳에서, 맑게 비치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상쾌한 나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신호기와 전등 불빛 속을 기차는 차츰 느려지더니 마침내 십자가 바로 맞은편에 가서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자, 내리는 거예요.」 청년은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차츰 건너편 출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안녕.」 여자아이가 돌아보며 두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안녕.」 조반니는 꼭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으며 화난 듯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는 몹시 괴로운 듯 눈을 크게 뜨고 한 번 더 이쪽을 돌아보더니, 그 뒤로는 말없이 나가 버렸습니다. 기차 안은 벌써 반 넘게 비어 버려 갑자기 휑하고 쓸쓸해졌고, 바람이 가득 불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보고 있으니 모두 다소곳이 줄을 지어 그 십자가 앞 은하수 물가에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은하수 물을 건너 거룩한 흰옷 입은 사람 하나가 손을 뻗으며 이쪽으로 오는 것을 두 아이는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벌써 유리 호루라기가 울리고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가 싶더니 은빛 안개가 강 아래쪽에서 스르르 흘러와 이제 그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수많은 호두나무가 잎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 안개 속에 서 있고, 황금빛 둥근 빛을 두른 전기 다람쥐가 귀여운 얼굴을 그 속에서 언뜻언뜻 내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스르르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딘가로 가는 가도인 듯, 작은 전등이 한 줄로 켜진 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동안 철길을 따라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가 그 불빛 앞을 지나갈 때면 그 작은 콩알만 한 불은 꼭 인사라도 하듯 폭 꺼졌다가, 두 아이가 지나가면 다시 켜졌습니다.
돌아보니 아까 그 십자가는 아주 작아져서 정말로 이제 그대로 가슴에라도 달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아까 그 여자아이며 청년들이 그 앞 하얀 물가에 아직 무릎 꿇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쪽인지도 모를 그 하늘나라로 가 버렸는지 흐릿해서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조반니는 아아 하고 깊이 숨을 쉬었습니다.
「캄파넬라, 또 우리 둘만 남았네.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같이 가자. 나는 이제 저 전갈처럼 정말로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같은 건 백 번 태워도 괜찮아.」
「응. 나도 그래.」 캄파넬라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참된 행복은 대체 뭘까.」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나도 모르겠어.」 캄파넬라가 멍하니 말했습니다.
「우리 열심히 하자.」 조반니가 가슴 가득 새로운 힘이 솟는 듯 후 하고 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아, 저기 석탄 자루야. 하늘의 구멍이야.」 캄파넬라가 조금 그쪽을 피하듯 하면서 은하수의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조반니는 그쪽을 보고 그만 흠칫 놀라고 말았습니다. 은하수의 한 곳에 커다랗고 캄캄한 구멍이 휑하니 뚫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바닥이 얼마나 깊은지, 그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들여다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눈이 시큰시큰 아플 뿐이었습니다. 조반니가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저렇게 큰 어둠 속이라도 무섭지 않아. 꼭 모두의 참된 행복을 찾으러 갈 거야. 어디까지고 어디까지고 우리 같이 나아가자.」
「응, 꼭 갈 거야. 아아, 저기 들판은 어쩜 저렇게 예쁠까. 다들 모여 있네. 저기가 참된 하늘나라야. 앗 저기 있는 거 우리 어머니야.」 캄파넬라가 갑자기 창 멀리 보이는 고운 들판을 가리키며 외쳤습니다.
조반니도 그쪽을 보았지만, 거기는 그저 뿌옇게 하얗게 흐려 있을 뿐, 아무리 해도 캄파넬라가 말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그쪽을 보고 있는데, 건너편 강기슭에 전봇대 두 개가 꼭 양쪽에서 팔짱을 낀 것처럼 빨간 가로대를 잇대고 서 있었습니다.
「캄파넬라, 우리 같이 가자.」 조반니가 이렇게 말하며 돌아보았더니, 여태 캄파넬라가 앉아 있던 자리에 이제 캄파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검은 벨벳만 빛나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꼭 총알처럼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힘껏 세차게 가슴을 치며 외치고, 그러고는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온 사방이 한꺼번에 캄캄해진 것 같았습니다.
조반니는 눈을 떴습니다. 원래 그 언덕 풀숲에서 지쳐 잠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가슴은 어쩐지 이상하게 달아올라 있고 뺨에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습니다. 마을은 아까 그대로 아래에서 수많은 불빛을 엮고 있었지만, 그 빛은 어쩐지 아까보다 달아오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꿈속에서 걸었던 은하수도 역시 아까 그대로 하얗게 흐릿하게 걸려 있었고, 새까만 남쪽 지평선 위에서는 유난히 연기가 낀 듯했으며, 그 오른쪽에는 전갈자리의 빨간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하늘 전체의 위치는 그다지 바뀌지도 않은 것 같았습니다.
조반니는 쏜살같이 언덕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엄마 생각이 가슴 가득 떠올랐던 것입니다. 성큼성큼 검은 소나무 숲속을 지나, 그러고는 희끄무레한 목장 울타리를 돌아 아까 그 입구에서 어두운 외양간 앞으로 다시 왔습니다. 거기에는 누군가 방금 돌아온 듯, 아까는 없던 수레 하나가 무슨 통을 두 개 싣고 놓여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반니는 외쳤습니다.
「네.」 희고 통 넓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곧 나와 섰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오늘 우유가 우리 집에 안 왔는데요.」
「아, 미안했어요.」 그 사람은 곧 안으로 가서 우유병 하나를 들고 와 조반니에게 건네면서 또 말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했어요. 오늘은 낮에 깜빡하고 송아지 울타리를 열어 두는 바람에 녀석이 곧장 어미 소한테 가서 반쯤이나 먹어 버렸지 뭐예요…….」 그 사람은 웃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받아 갈게요.」
「네, 정말 미안했어요.」
「아니에요.」
조반니는 아직 따뜻한 우유병을 두 손바닥으로 감싸듯 들고 목장 울타리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나무가 있는 거리를 지나 큰길로 나와 또 한동안 가자 길은 네거리가 되었고, 그 오른쪽, 거리 끝에 아까 캄파넬라네가 등불을 띄우러 간 강에 걸린 커다란 다리의 망루가 밤하늘에 흐릿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네거리 모퉁이며 가게 앞에 여자들이 일고여덟씩 모여 다리 쪽을 보며 무언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리 위에도 여러 가지 불빛이 가득했습니다.
조반니는 어째서인지 가슴이 확 차가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뜸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 있어요?」 하고 외치듯 물었습니다.
「아이가 물에 빠졌대요.」 한 사람이 말하자 그 사람들은 일제히 조반니 쪽을 보았습니다. 조반니는 정신없이 다리 쪽으로 달렸습니다. 다리 위는 사람으로 가득해서 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흰 제복을 입은 순경도 나와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다리 어귀에서 날듯이 아래 넓은 강변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강변 물가를 따라 수많은 불빛이 바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건너편 기슭의 어두운 둑에서도 불이 일고여덟 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한가운데를, 이제 쥐참외 등불도 없는 강이 희미하게 소리를 내며 잿빛으로 조용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변 맨 아래쪽, 모래톱처럼 튀어나온 곳에 사람들이 모여 또렷하게 새까맣게 서 있었습니다. 조반니는 성큼성큼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는 갑자기 아까 캄파넬라와 같이 있던 마르소와 마주쳤습니다. 마르소가 조반니에게 달려왔습니다.
「조반니, 캄파넬라가 강에 들어갔어.」
「왜, 언제?」
「자넬리가 말이야, 배 위에서 쥐참외 등불을 물 흐르는 쪽으로 밀어 주려고 했어. 그때 배가 흔들려서 물에 빠졌잖아. 그러니까 캄파넬라가 곧장 뛰어들었어. 그리고 자넬리를 배 쪽으로 밀어 보냈어. 자넬리는 가토한테 붙잡혔어. 그런데 그다음에 캄파넬라가 안 보이는 거야.」
「다들 찾고 있지?」
「응, 곧 다들 왔어. 캄파넬라 아버지도 왔어. 그런데 못 찾았어. 자넬리는 집에 데려갔어.」
조반니는 모두가 있는 그쪽으로 갔습니다. 거기에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푸르스름하고 뾰족한 턱을 한 캄파넬라의 아버지가 검은 옷을 입고 똑바로 서서 오른손에 든 시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두도 가만히 강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조반니는 발이 덜덜덜덜 떨렸습니다. 고기 잡을 때 쓰는 아세틸렌램프가 여럿 바쁘게 왔다 갔다 했고, 검은 강물은 반짝반짝 작은 물결을 일으키며 흐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래쪽은 강폭 가득 은하가 크게 비쳐서 꼭 물이 없는 그대로의 하늘처럼 보였습니다.
조반니는 그 캄파넬라가 이제 저 은하 끝에밖에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는 아직, 어딘가 물결 사이에서
「나 엄청 헤엄쳤어.」 하면서 캄파넬라가 나오거나, 아니면 캄파넬라가 어디 사람들이 모르는 모래톱에라도 닿아 서서 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캄파넬라의 아버지가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제 틀렸습니다. 빠진 지 사십오 분이 지났으니까요.」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달려가 박사님 앞에 서서, 저는 캄파넬라가 간 곳을 알아요, 저는 캄파넬라와 같이 걷고 있었어요, 하고 말하려 했지만, 이제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박사님은 조반니가 인사하러 온 줄로 알았는지, 한동안 찬찬히 조반니를 보더니,
「조반니였지요. 오늘 밤 정말 고마워요.」 하고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조반니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습니다.
「너희 아버지는 벌써 돌아오셨니?」 박사님은 시계를 꼭 쥔 채로 또 물었습니다.
「아니요.」 조반니는 희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 나한테는 그저께 아주 건강하다는 소식이 왔는데. 오늘쯤이면 벌써 도착할 무렵인데. 배가 늦어진 모양이구나. 조반니. 내일 방과 후에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 놀러 오렴.」
그렇게 말하면서 박사님은 다시 강 아래쪽, 은하가 가득 비친 쪽으로 가만히 눈길을 보냈습니다.
조반니는 이제 여러 가지 일로 가슴이 벅차 아무 말도 못 하고 박사님 앞을 떠나, 얼른 엄마에게 우유를 가져다드리고 아빠가 돌아온다는 걸 알려야겠다고 생각하니, 이제 쏜살같이 강변을 거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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