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동물농장

조지 오웰

George Orwell — Animal Farm: A Fairy Story (1945)

약 182쪽 · 159분

술에 취한 주인 존스를 쫓아낸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농장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헛간 벽에 일곱 계명을 적는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런데 우유와 사과는 돼지들 몫이 되고, 밤사이 벽의 글씨가 한 마디씩 늘어난다. 오웰이 「동화」라는 부제를 붙인 우화.

1장

매너 농장의 존스 씨는 밤이 되자 닭장 문을 잠갔지만, 너무 취해서 닭들이 드나드는 쪽문까지 닫는 것은 잊어버렸다. 그는 등불의 둥근 불빛을 이리저리 흔들며 비틀비틀 마당을 가로질렀고, 뒷문에서 장화를 차서 벗어 던진 다음 부엌 뒤 헛간의 술통에서 마지막으로 맥주 한 잔을 따라 마시고는 침실로 올라갔다. 존스 부인은 벌써 코를 골고 있었다.

침실 불이 꺼지자마자 농장 곳곳의 우리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푸드덕거렸다. 품평회에서 상을 탄 미들화이트종 수퇘지 메이저 영감이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 이야기를 다른 동물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는 소문이 낮 동안 쭉 돌았던 것이다. 존스 씨가 무사히 잠들면 모두 큰 헛간에 모이기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메이저 영감은(품평회에 나갈 때의 이름은 '윌링던 뷰티'였지만 다들 늘 그렇게 불렀다) 농장에서 워낙 존경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한 시간쯤 잠을 못 자는 것쯤은 아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큰 헛간 한쪽 끝, 단처럼 조금 높게 돋운 자리에 메이저는 벌써 짚을 깔고 편안히 자리 잡고 있었다. 머리 위 들보에는 등불이 하나 걸려 있었다. 그는 열두 살이었고 요즘 들어 몸집이 꽤 불었지만, 여전히 위엄 있는 돼지였다. 엄니를 한 번도 자르지 않았는데도 지혜롭고 너그러워 보였다. 곧 다른 동물들이 도착해서 저마다 제 방식대로 편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맨 먼저 블루벨, 제시, 핀처, 개 세 마리가 왔고, 이어서 돼지들이 와서 단 바로 앞 짚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암탉들은 창턱에 올라앉았고, 비둘기들은 서까래로 푸드덕 날아올랐고, 양과 소들은 돼지들 뒤에 엎드려 되새김질을 시작했다. 짐마차 말 두 마리, 복서와 클로버는 함께 들어왔다. 둘은 아주 천천히 걸으며, 혹시 짚 속에 작은 동물이 숨어 있을까 봐 털북숭이 큰 발굽을 조심조심 내려놓았다. 클로버는 중년에 접어드는, 듬직하고 엄마 같은 암말이었는데, 네 번째 망아지를 낳은 뒤로는 끝내 예전 몸매를 되찾지 못했다. 복서는 어깨 높이가 1미터 80센티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말이었고, 보통 말 두 마리를 합친 만큼 힘이 셌다. 콧등에 흰 줄이 하나 나 있어서 좀 어수룩해 보였는데, 실제로도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한결같은 성품과 엄청난 일솜씨 덕에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다. 말들 다음에는 흰 염소 뮤리엘과 당나귀 벤저민이 들어왔다. 벤저민은 농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성미도 가장 고약한 동물이었다. 말이 거의 없었고, 어쩌다 입을 열면 대개 비꼬는 소리였다. 이를테면 하느님이 파리를 쫓으라고 꼬리를 주셨지만, 자기라면 차라리 꼬리도 없고 파리도 없는 편이 낫겠다는 식이었다. 농장 동물 가운데 그만 유일하게 웃는 법이 없었다. 왜 웃지 않느냐고 물으면 웃을 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는 복서를 무척 아꼈다. 둘은 일요일이면 대개 과수원 너머 작은 풀밭에서 함께 지냈는데, 나란히 풀을 뜯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 두 마리가 막 자리에 눕자, 어미를 잃은 새끼 오리 한 무리가 줄지어 헛간으로 들어왔다. 오리들은 힘없이 삐악거리며, 밟히지 않을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맸다. 클로버가 커다란 앞다리로 둘레에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어 주자, 새끼 오리들은 그 안에 옹기종기 파고들어 금세 잠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에 존스 씨의 이륜마차를 끄는, 예쁘지만 어리석은 흰 암말 몰리가 각설탕 한 덩이를 오물거리며 사뿐사뿐 맵시를 부리며 들어왔다. 몰리는 앞쪽에 자리를 잡고 흰 갈기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갈기에 땋아 넣은 빨간 리본에 다들 눈길을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맨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들어와 늘 그렇듯 가장 따뜻한 자리를 찾아 둘러보더니, 결국 복서와 클로버 사이에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고양이는 메이저가 연설하는 내내 그 자리에서 기분 좋게 가르랑거렸는데, 그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이제 뒷문 뒤 횃대에서 잠을 자는, 사람 손에 길든 까마귀 모지스만 빼고 모든 동물이 모였다. 메이저는 모두 편히 자리를 잡고 귀를 기울이며 기다리는 것을 보고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을 시작했다.

"동무 여러분, 제가 간밤에 꾼 이상한 꿈 이야기는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꿈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먼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동무 여러분, 저는 앞으로 여러 달을 여러분과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제가 얻은 지혜를 여러분께 물려주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살았고, 혼자 우리에 누워 생각할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리건대, 이 세상 삶의 본질을 지금 살아 있는 어느 동물 못지않게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무 여러분, 우리의 삶이란 대체 어떤 것입니까?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되고, 짧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겨우 숨이 붙어 있을 만큼만 먹이를 받고, 일할 수 있는 이들은 마지막 힘 한 방울까지 짜내도록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쓸모가 다하는 바로 그 순간, 끔찍하고 잔인하게 도살당합니다. 잉글랜드의 어떤 동물도 한 살이 넘으면 행복이나 여가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잉글랜드의 어떤 동물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동물의 삶은 비참함과 노예살이입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저 자연의 이치일까요? 우리 땅이 너무 척박해서 그 위에 사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삶을 줄 수 없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동무 여러분, 천 번이라도 아닙니다! 잉글랜드의 흙은 기름지고 기후도 좋습니다. 지금 이 땅에 사는 것보다 훨씬, 훨씬 많은 동물들에게 넉넉히 먹을 것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농장 하나만 해도 말 열두 마리, 소 스무 마리, 양 수백 마리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품위 속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비참한 처지에 머물러 있습니까? 우리가 일해서 거둔 것을 거의 모두 인간에게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동무 여러분, 바로 그것이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입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인간'입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단 하나뿐인 진짜 적입니다. 인간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만 하면, 굶주림과 지나친 노동의 뿌리는 영원히 뽑힙니다.

"인간은 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젖도 내지 않고, 알도 낳지 않고, 쟁기를 끌기엔 너무 약하고, 토끼를 잡을 만큼 빨리 달리지도 못합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모든 동물의 주인입니다. 동물들에게 일을 시키고,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몽땅 자기가 차지합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땅을 갈고, 우리의 똥으로 땅을 기름지게 하는데도, 우리 가운데 맨몸 말고 가진 것이 있는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소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은 우유를 수천 리터나 내놓았습니다. 그 우유는 튼튼한 송아지를 길러 냈어야 마땅한데, 그것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우리 적들의 목구멍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암탉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알을 얼마나 낳았습니까? 그 가운데 병아리로 깬 것은 몇 개나 됩니까? 나머지는 전부 시장으로 가서 존스와 그 일꾼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클로버, 당신이 낳은 망아지 넷은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늙었을 때 기대고 기뻐할 자식들이었을 텐데요. 넷 다 한 살 때 팔려 갔습니다. 당신은 다시는 그 어느 아이도 보지 못할 겁니다. 네 번이나 새끼를 낳고 들에서 그렇게 일한 대가로, 당신이 받은 것이라곤 빠듯한 먹이와 마구간 한 칸 말고 무엇이 있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사는 이 비참한 삶조차 타고난 수명을 다 채우도록 허락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을 두고는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축이니까요. 저는 열두 살이고 새끼를 사백 마리 넘게 보았습니다. 돼지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한평생입니다. 하지만 결국 잔인한 칼날을 피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제 앞에 앉아 있는 어린 돼지 여러분, 여러분은 모두 한 해 안에 도마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그 끔찍한 끝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옵니다. 소도, 돼지도, 닭도, 양도, 누구나 말입니다. 말과 개들도 나을 것이 없습니다. 복서, 당신의 그 굵은 근육이 힘을 잃는 바로 그날, 존스는 당신을 말 도살업자에게 팔아넘길 겁니다. 그자는 당신의 목을 따고 푹 고아서 사냥개 먹이로 만들 겁니다. 개들은 늙어서 이가 빠지면 존스가 목에 벽돌을 매달아 가장 가까운 연못에 빠뜨려 죽입니다.

"그러니 동무 여러분, 우리 삶의 모든 불행이 인간의 횡포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인간을 없애기만 하면, 우리가 일해서 거둔 것은 우리 것이 됩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부유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야 인류를 무너뜨리기 위해 밤낮없이, 몸과 마음을 다해 애쓰는 것입니다! 동무 여러분, 이것이 제가 드리는 말입니다. 반란입니다! 그 반란이 언제 올지는 모릅니다. 일주일 뒤일 수도 있고, 백 년 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 발밑의 이 짚을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확실히, 저는 압니다. 머지않아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요. 동무 여러분, 남은 짧은 생애 동안 그것에서 눈을 떼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드린 이 말을 여러분 뒤에 올 이들에게 전해 주십시오. 그래서 다음 세대들이 승리할 때까지 싸움을 이어 가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동무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의 결심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어떤 말에도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인간과 동물이 이해관계가 같다느니, 한쪽이 잘되면 다른 쪽도 잘된다느니 하는 말을 들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 말고는 어떤 생명의 이익도 돌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물들 사이에는 완전한 단결, 싸움 속의 완전한 동지애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인간은 적입니다. 모든 동물은 동무입니다."

바로 그때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메이저가 말하는 동안 커다란 쥐 네 마리가 구멍에서 기어 나와 뒷다리로 앉아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개들이 갑자기 그 쥐들을 본 것이다. 쥐들은 쏜살같이 구멍으로 뛰어든 덕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 메이저가 조용히 하라고 앞발을 들었다.

"동무 여러분," 그가 말했다. "여기서 정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쥐나 토끼 같은 야생 동물들은 우리의 친구입니까, 적입니까? 투표로 정합시다. 이 모임에 이 질문을 올리겠습니다. 쥐는 동무입니까?"

곧바로 투표가 이루어졌고, 압도적인 다수로 쥐는 동무라고 정해졌다. 반대한 것은 넷뿐이었는데, 개 세 마리와 고양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양이는 양쪽에 다 손을 들었다. 메이저는 말을 이었다.

"더 드릴 말씀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되풀이하겠습니다. 인간과 인간이 하는 모든 짓에 맞서 적의를 품어야 하는 여러분의 의무를 언제나 잊지 마십시오. 두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든 적입니다.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 친구입니다. 또 하나 기억하십시오. 인간과 싸우면서 우리가 인간을 닮아 가서는 안 됩니다. 인간을 이긴 뒤에도 인간의 악덕을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동물도 집 안에서 살아서는 안 되고, 침대에서 자서도 안 되고, 옷을 입어서도, 술을 마셔서도, 담배를 피워서도, 돈을 만져서도, 장사를 해서도 안 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두 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동물도 제 동족을 억눌러서는 안 됩니다. 약하든 강하든, 영리하든 단순하든,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합니다.

"동무 여러분, 이제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 꿈을 말로 다 그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사라진 뒤의 세상을 본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꿈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것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아주 오래전, 제가 어린 새끼 돼지였을 때, 어머니와 다른 암퇘지들이 옛 노래를 하나 부르곤 했습니다. 다들 곡조와 첫 세 마디만 알고 있었지요. 저도 어릴 때는 그 곡조를 알았지만, 오래전에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간밤 꿈속에서 그 곡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노랫말까지 떠올랐습니다. 분명히 아주 먼 옛날 동물들이 부르던 노랫말인데, 여러 세대 동안 잊혀 있던 것입니다. 동무 여러분, 이제 그 노래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저는 늙었고 목소리도 쉬었지만, 곡조만 가르쳐 드리면 여러분은 저보다 더 잘 부르실 겁니다. 노래 제목은 「잉글랜드의 짐승들」입니다."

메이저 영감은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대로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제법 잘 불렀다. '클레멘타인'과 '라 쿠카라차' 사이쯤 되는, 가슴을 뛰게 하는 곡조였다. 노랫말은 이러했다.

잉글랜드의 짐승들아, 아일랜드의 짐승들아,
온 땅 온 하늘 아래 짐승들아,
내가 전하는 기쁜 소식을 들어라,
다가올 황금빛 날의 소식을.

늦든 이르든 그날은 온다,
폭군 인간은 쓰러지고,
잉글랜드의 기름진 들판을
짐승들만이 밟게 되리라.

코에 꿰인 고리는 사라지고
등에 얹힌 마구도 사라지리라,
재갈과 박차는 영영 녹슬고
잔인한 채찍 소리 다시는 없으리라.

생각조차 못 할 만큼 넉넉한 것들,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토끼풀과 콩과 사료용 무가
그날에는 우리 것이 되리라.

잉글랜드의 들판은 환히 빛나고
그 물은 더욱 맑아지고
바람은 더욱 달콤하게 불리라,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그날에.

그날을 위해 우리 모두 일해야 하리,
그날이 밝기 전에 우리가 죽을지라도.
소도 말도, 거위도 칠면조도,
모두가 자유를 위해 애써야 하리.

잉글랜드의 짐승들아, 아일랜드의 짐승들아,
온 땅 온 하늘 아래 짐승들아,
귀 기울여 듣고 널리 전하라,
다가올 황금빛 날의 소식을.

이 노래에 동물들은 미친 듯이 들떴다. 메이저가 끝까지 부르기도 전에 다들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둔한 동물들까지 벌써 곡조와 노랫말 몇 마디를 익혔고, 돼지나 개처럼 영리한 동물들은 몇 분 만에 노래 전체를 외워 버렸다. 그러고는 몇 번 맞춰 보더니, 농장 전체가 한 목소리로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우렁차게 불러 젖혔다. 소들은 음매 하고, 개들은 낑낑대고, 양들은 매애 하고, 말들은 히힝 하고, 오리들은 꽥꽥거리며 불렀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섯 번을 내리 불렀고, 누가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밤새도록 불렀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 소란에 존스 씨가 잠에서 깼다. 그는 마당에 여우가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침실 구석에 늘 세워 두는 총을 집어 들고 어둠 속으로 6호 산탄을 한 발 쏘았다. 산탄 알갱이들이 헛간 벽에 박히자 모임은 허둥지둥 흩어졌다. 다들 제 잠자리로 달아났다. 새들은 횃대로 뛰어오르고, 짐승들은 짚 속에 몸을 묻었고, 농장 전체가 금세 잠이 들었다.

2장

사흘 뒤 메이저 영감은 잠을 자다가 편안히 숨을 거두었다. 그의 몸은 과수원 아래쪽에 묻혔다.

그때가 3월 초였다. 그 뒤 석 달 동안 은밀한 움직임이 많았다. 메이저의 연설은 농장에서 머리가 좀 더 좋은 동물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눈을 열어 주었다. 메이저가 예언한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는 몰랐고, 그것이 자기들이 살아 있는 동안 일어나리라고 생각할 까닭도 없었지만, 그 반란에 대비하는 것이 자기들의 의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다른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돼지들의 몫이 되었다. 돼지들이 동물 가운데 가장 영리하다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바였다. 돼지들 가운데서도 으뜸은 존스 씨가 팔려고 키우던 젊은 수퇘지 두 마리, 스노볼과 나폴레옹이었다. 나폴레옹은 덩치가 크고 좀 사나워 보이는 버크셔종 수퇘지였는데, 농장에서 버크셔종은 그 하나뿐이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하고야 만다는 평이 나 있었다. 스노볼은 나폴레옹보다 활달한 돼지였고, 말이 더 빠르고 꾀도 많았지만, 됨됨이가 그만큼 깊지는 않다는 평을 들었다. 농장의 다른 수퇘지들은 모두 고기로 팔려 갈 어린 돼지들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스퀼러라는 작고 통통한 돼지였다. 볼이 아주 동그랗고, 눈이 반짝이고, 몸놀림이 날렵하고,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그는 말솜씨가 뛰어났고, 까다로운 문제를 두고 말할 때면 이쪽저쪽으로 깡충깡충 뛰며 꼬리를 휙휙 흔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게 어쩐지 무척 그럴듯하게 들렸다. 다른 동물들은 스퀼러가 검은 것도 흰 것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셋은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다듬어 하나의 완전한 사상 체계로 만들고, 거기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셋은 일주일에 며칠씩 밤마다, 존스 씨가 잠든 뒤에 헛간에서 비밀 모임을 열고 다른 동물들에게 동물주의의 원리를 풀어 설명했다. 처음에는 어리석음과 무관심에 많이 부딪쳤다. 어떤 동물들은 존스 씨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그에게 충성해야 할 의무를 이야기했고, "존스 씨가 우리를 먹여 주잖아. 그가 없으면 우린 굶어 죽을 거야" 같은 뻔한 소리를 했다. 또 어떤 동물들은 "우리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이야?"라든가 "어차피 반란이 일어날 거라면, 우리가 애를 쓰든 말든 무슨 차이가 있어?" 같은 질문을 했다. 돼지들은 그런 생각이 동물주의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가장 어리석은 질문을 한 것은 흰 암말 몰리였다. 몰리가 스노볼에게 맨 처음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반란이 일어난 뒤에도 각설탕은 있는 거지?"

"아니," 스노볼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농장에는 설탕을 만들 방법이 없어. 게다가 너한테 설탕은 필요 없어. 귀리랑 건초를 먹고 싶은 만큼 먹게 될 테니까."

"그럼 갈기에 리본은 계속 달아도 되는 거야?" 몰리가 물었다.

"동무," 스노볼이 말했다. "네가 그렇게 아끼는 그 리본은 노예의 표시야. 자유가 리본보다 소중하다는 걸 모르겠어?"

몰리는 그렇다고 했지만, 그다지 납득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돼지들은 사람 손에 길든 까마귀 모지스가 퍼뜨리는 거짓말에 맞서느라 더욱 애를 먹었다. 존스 씨가 특히 아끼는 모지스는 첩자이자 고자질쟁이였지만, 말솜씨 하나는 좋았다. 모지스는 동물들이 죽으면 모두 가는 '얼음사탕 산'이라는 신비한 나라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떠들었다. 그곳은 하늘 위 어딘가, 구름 너머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얼음사탕 산에서는 일주일 내내 일요일이고, 토끼풀이 한 해 내내 철이고, 생울타리마다 각설탕과 아마씨 깻묵이 열린다고 했다. 동물들은 고자질만 하고 일은 하나도 하지 않는 모지스를 미워했지만, 그중에는 얼음사탕 산을 믿는 동물도 있었다. 그래서 돼지들은 그런 곳은 없다고 설득하느라 무척 애를 써야 했다.

돼지들의 가장 충실한 제자는 짐마차 말 두 마리, 복서와 클로버였다. 둘은 무엇이든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을 무척 어려워했지만, 일단 돼지들을 스승으로 받아들이고 나자 들은 것은 무엇이든 빨아들였고, 그것을 쉬운 말로 다른 동물들에게 전했다. 둘은 헛간의 비밀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모임을 마칠 때마다 부르는 「잉글랜드의 짐승들」도 앞장서서 불렀다.

그런데 막상 반란은 누구 예상보다도 훨씬 일찍, 훨씬 쉽게 이루어졌다. 존스 씨는 예전에는 모진 주인이긴 해도 솜씨 있는 농부였지만, 요즘 들어 운이 기울었다. 소송에서 돈을 날린 뒤로 크게 낙담해서 몸에 해로울 만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며칠씩 부엌의 나무 의자에 늘어져 앉아 신문을 읽고, 술을 마시고, 이따금 맥주에 적신 빵 껍질을 모지스에게 먹이며 시간을 보냈다. 일꾼들은 게으르고 정직하지 못했고, 들판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건물들은 지붕을 손봐야 했고, 생울타리는 내버려져 있었고, 동물들은 배를 곯았다.

6월이 왔고, 건초는 거의 벨 때가 되었다. 토요일이던 하짓날 전야에 존스 씨는 윌링던에 갔다가 레드 라이언 술집에서 잔뜩 취하는 바람에 일요일 한낮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일꾼들은 이른 아침에 소젖을 짜고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생각도 하지 않고 토끼 사냥을 나가 버렸다. 돌아온 존스 씨는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얼굴에 덮은 채 응접실 소파에서 곧바로 잠이 들었고, 그래서 저녁이 되도록 동물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마침내 동물들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암소 한 마리가 뿔로 곳간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동물들은 모두 여물통에서 제멋대로 꺼내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존스 씨가 잠에서 깼다. 다음 순간 그와 일꾼 넷이 손에 채찍을 들고 곳간에 들이닥쳐 사방으로 휘둘러 댔다. 굶주린 동물들은 그것만은 견딜 수 없었다. 미리 짠 것도 아닌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기들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달려들었다. 존스와 일꾼들은 갑자기 사방에서 받히고 걷어차였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들은 동물들이 그렇게 구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늘 마음대로 때리고 부려 먹던 짐승들이 갑자기 들고일어나자 그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잠깐 버티다가 이내 막기를 포기하고 줄행랑을 쳤다. 일 분 뒤에는 다섯 사람 모두 큰길로 이어지는 수레 길을 따라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었고, 동물들은 의기양양하게 그 뒤를 쫓았다.

존스 부인은 침실 창밖을 내다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채자 몇 가지 물건을 서둘러 여행 가방에 쑤셔 넣고는 다른 길로 농장을 빠져나갔다. 모지스는 횃대에서 뛰어내려 깍깍 크게 울며 부인 뒤를 푸드덕푸드덕 따라갔다. 그사이 동물들은 존스와 일꾼들을 큰길까지 쫓아낸 뒤 그들 등 뒤로 다섯 가로대 대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렇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미처 알기도 전에, 반란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존스는 쫓겨났고, 매너 농장은 그들의 것이 되었다.

처음 몇 분 동안 동물들은 자기들에게 찾아온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맨 처음 한 일은 다 함께 농장 경계를 한 바퀴 빙 돌며 달리는 것이었다. 어디에도 인간이 숨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두려는 듯이. 그러고는 농장 건물로 달려 돌아와 미움받던 존스 시절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 버렸다. 마구간 끝의 마구 창고 문이 부서져 열렸다. 재갈, 코뚜레, 개 목줄, 그리고 존스 씨가 돼지와 새끼 양을 거세할 때 쓰던 잔인한 칼들이 모두 우물에 던져졌다. 고삐, 굴레, 눈가리개, 모멸스러운 여물 자루는 마당에서 타고 있던 쓰레기 불에 던져졌다. 채찍들도 그랬다. 채찍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보자 동물들은 모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스노볼은 장날이면 말의 갈기와 꼬리를 꾸미던 리본들도 불에 던졌다.

"리본도," 스노볼이 말했다. "옷으로 봐야 해. 옷은 인간의 표시야. 모든 동물은 벌거벗고 다녀야 해."

그 말을 들은 복서는 여름이면 귓속에 파리가 들어오지 않게 쓰던 작은 밀짚모자를 가져와서 다른 것들과 함께 불 속에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물들은 존스 씨를 떠올리게 하는 것을 모조리 없애 버렸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모두를 이끌고 곳간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곡식을 두 배씩 나누어 주었고, 개들에게는 비스킷을 두 개씩 주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곱 번이나 내리 불렀고, 그러고 나서 잠자리에 들어 난생처음 그렇게 푹 잤다.

하지만 동물들은 여느 때처럼 새벽에 잠이 깼고, 어제 일어난 그 영광스러운 일이 문득 떠오르자 다 함께 목초지로 달려 나갔다. 목초지를 조금 내려가면 농장 대부분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동물들은 그 꼭대기로 뛰어 올라가 맑은 아침 햇살 속에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렇다, 이건 그들의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들의 것이었다! 그 생각에 황홀해진 동물들은 빙글빙글 뛰어 돌았고, 신이 나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이슬 속을 뒹굴고, 달콤한 여름 풀을 한 입 가득 뜯어 먹고, 검은 흙덩이를 차올리며 그 진한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러고는 농장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며 경작지와 풀밭과 과수원과 못과 덤불숲을 말없이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마치 그런 것들을 처음 보는 것만 같았고, 지금도 그것이 모두 자기들 것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 다음 동물들은 줄지어 농장 건물로 돌아와 농가 문 앞에서 말없이 멈춰 섰다. 그 집도 그들의 것이었지만, 들어가기가 겁이 났다. 하지만 잠시 뒤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어깨로 문을 밀어 열었고, 동물들은 한 줄로 들어가 무엇 하나라도 흐트러뜨릴까 봐 아주 조심조심 걸었다. 그들은 방에서 방으로 발끝으로 걸어 다녔다. 속삭임보다 큰 소리로는 말도 못 하고, 믿기지 않는 사치스러움을 일종의 두려움에 차서 바라보았다. 깃털 매트리스를 깐 침대, 거울, 말총 소파, 브뤼셀 양탄자, 응접실 벽난로 위에 걸린 빅토리아 여왕의 석판화. 계단을 막 내려오려는데 몰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올라가 보니 몰리는 제일 좋은 침실에 남아 있었다. 존스 부인의 화장대에서 파란 리본 한 가닥을 꺼내 어깨에 대고는 아주 어리석은 모습으로 거울을 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몰리를 매섭게 나무라고는 밖으로 나왔다. 부엌에 걸려 있던 햄 몇 덩이는 묻어 주려고 들고 나왔고, 부엌 뒤 헛간의 맥주 통은 복서가 발굽으로 걷어차 깨뜨렸다. 그 밖에는 집 안의 어떤 것에도 손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농가를 박물관으로 보존하자는 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어떤 동물도 거기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뜻을 같이했다.

동물들은 아침을 먹었고, 그러자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다시 모두를 불러 모았다.

"동무 여러분," 스노볼이 말했다. "지금은 여섯 시 반이고, 우리 앞에는 긴 하루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건초를 거둬들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고는 돼지들이 지난 석 달 동안 존스 씨네 아이들이 쓰다가 쓰레기 더미에 버린 낡은 철자 교본으로 혼자 읽고 쓰기를 익혔다는 것을 밝혔다. 나폴레옹은 검은 페인트와 흰 페인트를 가져오게 해서 큰길로 통하는 다섯 가로대 대문으로 앞장서 내려갔다. 그러자 스노볼이(글씨는 스노볼이 가장 잘 썼다) 앞발의 두 발가락 마디 사이에 붓을 끼우고 대문 맨 위 가로대에 쓰인 '매너 농장'을 칠해 지운 다음, 그 자리에 '동물농장'이라고 썼다. 이제부터 농장 이름은 이것이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농장 건물로 돌아왔고,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사다리를 가져오게 해서 큰 헛간 끝 벽에 세우게 했다. 그들은 지난 석 달 동안 공부한 끝에 돼지들이 동물주의의 원리를 일곱 계명으로 줄여 냈다고 설명했다. 이제 이 일곱 계명을 벽에 새길 것이고, 그것은 동물농장의 모든 동물이 앞으로 영원히 따라 살아야 할, 바꿀 수 없는 법이 될 것이었다. 돼지가 사다리 위에서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아서 애를 좀 먹었지만, 스노볼은 사다리를 올라가 일을 시작했고, 스퀼러가 몇 칸 아래에서 페인트 통을 들고 있었다. 계명은 타르를 칠한 벽에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흰 글씨로 쓰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일곱 계명

1. 두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든 적이다.
2. 네 발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무엇이든 칭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글씨는 아주 반듯했고, '친구'를 '칭구'라고 쓴 것과 글자 하나를 좌우가 뒤집히게 쓴 것만 빼면 맞춤법도 처음부터 끝까지 맞았다. 스노볼이 다른 동물들을 위해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동물들은 모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영리한 동물들은 곧바로 계명을 외우기 시작했다.

"자, 동무 여러분," 스노볼이 페인트 붓을 던지며 외쳤다. "풀밭으로 갑시다! 존스와 그 일꾼들보다 더 빨리 수확을 마치는 것을 우리의 명예로 삼읍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아까부터 불안해 보이던 암소 세 마리가 크게 울어 대기 시작했다. 스물네 시간 동안 젖을 짜지 않아서 젖통이 터질 것 같았던 것이다. 돼지들은 잠깐 생각하더니 양동이를 가져오게 해서 꽤 솜씨 좋게 소젖을 짰다. 돼지의 앞발은 이 일에 제법 알맞았다. 곧 거품이 이는 진한 우유가 다섯 양동이나 생겼고, 많은 동물들이 그것을 퍽 관심 있게 바라보았다.

"저 우유는 다 어떻게 되는 거야?" 누군가가 말했다.

"존스는 가끔 그걸 우리 모이에 조금 섞어 주곤 했는데," 암탉 한 마리가 말했다.

"동무 여러분, 우유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나폴레옹이 양동이 앞을 가로막고 서며 외쳤다. "그건 알아서 처리될 겁니다. 수확이 더 중요합니다. 스노볼 동무가 앞장설 겁니다. 저는 몇 분 뒤에 따라가겠습니다. 앞으로, 동무 여러분! 건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수확을 시작하러 우르르 풀밭으로 내려갔고, 저녁에 돌아와 보니 우유가 사라지고 없었다.

3장

건초를 거둬들이려고 동물들이 얼마나 땀 흘려 일했던지! 하지만 그 노력은 보답을 받았다. 수확은 그들이 바랐던 것보다도 훨씬 큰 성공이었다.

때로는 일이 고됐다. 농기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에게 맞게 만들어진 것이었고, 뒷다리로 서서 써야 하는 도구는 어떤 동물도 쓸 수 없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돼지들은 워낙 영리해서 어떤 어려움이든 피해 갈 방법을 생각해 냈다. 말들로 말하자면, 밭의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었고, 풀 베고 긁어모으는 일을 사실 존스와 그 일꾼들보다 훨씬 잘 알았다. 돼지들은 직접 일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동물들을 지휘하고 감독했다. 아는 것이 더 많으니 그들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했다. 복서와 클로버는 풀 베는 기계나 말이 끄는 갈퀴에 몸을 매고(물론 이제는 재갈도 고삐도 필요 없었다) 밭을 빙빙 돌며 꾸준히 걸었고, 그 뒤에서는 돼지 한 마리가 따라 걸으며 그때그때 "이랴, 동무!"나 "워워, 동무!" 하고 외쳤다. 그리고 가장 보잘것없는 동물까지 모두가 건초를 뒤집고 긁어모으는 일을 했다. 오리와 암탉들까지 하루 종일 햇볕 아래를 오가며 부리로 건초를 몇 가닥씩 날랐다. 결국 그들은 존스와 그 일꾼들이 보통 걸리던 것보다 이틀이나 빨리 수확을 끝냈다. 게다가 농장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눈이 밝은 암탉과 오리들이 마지막 한 줄기까지 주워 모았던 것이다. 그리고 농장의 어떤 동물도 한 입이라도 훔쳐 먹지 않았다.

그해 여름 내내 농장 일은 시계처럼 착착 돌아갔다. 동물들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만큼 행복했다. 이제는 인색한 주인이 찔끔찔끔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자기들을 위해 직접 거둔, 진짜 자기들의 먹이였기에 한 입 한 입이 더없는 기쁨이었다. 쓸모없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 사라지자 모두에게 돌아갈 먹이도 더 많아졌다. 동물들은 서툴렀지만 쉬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어려움도 많았다. 이를테면 그해 늦게 곡식을 거둘 때는 농장에 탈곡기가 없어서 옛날 방식대로 발로 밟아 낟알을 떨고 입김으로 겨를 불어 날려야 했다. 하지만 돼지들의 영리함과 복서의 엄청난 근육 덕분에 언제나 고비를 넘겼다. 복서는 모두의 감탄을 샀다. 존스 시절에도 일을 열심히 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몫을 하는 것 같았다. 농장의 모든 일이 그의 튼튼한 어깨에 달려 있는 것 같은 날도 있었다.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밀고 끌었고, 늘 일이 가장 고된 곳에 있었다. 그는 수탉 한 마리와 약속해서 아침마다 남들보다 30분 일찍 깨워 달라고 했고, 정해진 하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필요해 보이는 일을 스스로 나서서 했다. 어떤 문제든, 어떤 어려움이든 그의 대답은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였다. 그는 이 말을 자기 좌우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모두가 저마다 힘닿는 대로 일했다. 이를테면 암탉과 오리들은 수확 때 흩어진 낟알을 주워 모아 곡식을 열 말이나 아꼈다. 아무도 훔치지 않았고, 아무도 제 몫의 먹이를 두고 투덜대지 않았다. 옛날에는 늘 있던 다툼과 물어뜯기와 시샘도 거의 사라졌다. 아무도 꾀를 부리지 않았다. 아니, 거의 아무도. 사실 몰리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했고, 발굽에 돌이 박혔다는 핑계로 일찍 일을 그만두곤 했다. 그리고 고양이의 행동도 좀 이상했다. 할 일이 생기면 고양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다들 곧 눈치챘다. 고양이는 몇 시간씩 사라졌다가 밥때나, 일이 다 끝난 저녁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늘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다정하게 가르랑거렸기 때문에 그 좋은 뜻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늙은 당나귀 벤저민은 반란 뒤에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는 존스 시절과 똑같이 느릿느릿 고집스럽게 일했다. 꾀를 부리지도 않았지만 더 하겠다고 나서는 법도 없었다. 반란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존스가 사라져서 더 행복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당나귀는 오래 살아. 너희 중에 죽은 당나귀를 본 적 있는 이는 아무도 없잖아" 하고만 대답했다. 다른 동물들은 이 알쏭달쏭한 대답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았다. 아침은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먹었고, 아침을 먹고 나면 매주 빠짐없이 지키는 의식이 있었다. 맨 먼저 깃발을 올렸다. 스노볼은 마구 창고에서 존스 부인의 낡은 초록 식탁보를 찾아내 거기에 흰 페인트로 발굽 하나와 뿔 하나를 그렸다. 이 깃발을 일요일 아침마다 농가 뜰의 깃대에 올렸다. 스노볼의 설명에 따르면 깃발이 초록색인 것은 잉글랜드의 푸른 들판을 나타내고, 발굽과 뿔은 마침내 인류가 무너진 뒤에 세워질 미래의 동물 공화국을 뜻했다. 깃발을 올리고 나면 동물들은 모두 우르르 큰 헛간으로 들어가 '회의'라고 부르는 총회를 열었다. 여기서 다음 주에 할 일을 계획하고, 안건을 내고 토론했다. 안건을 내는 것은 언제나 돼지들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투표하는 법은 알았지만 스스로 안건을 생각해 내지는 못했다. 토론에서 가장 활발한 것은 단연 스노볼과 나폴레옹이었다. 그런데 둘은 결코 의견이 맞는 법이 없다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한쪽이 무슨 제안을 하든 다른 쪽은 틀림없이 반대했다. 과수원 뒤의 작은 풀밭을 더는 일할 수 없는 동물들의 쉼터로 떼어 두자는 결의, 그 자체로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결의를 할 때조차, 동물마다 은퇴 나이를 몇 살로 할지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회의는 언제나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부르며 끝났고, 오후는 쉬면서 보냈다.

돼지들은 마구 창고를 자기들 본부로 정했다. 저녁이면 그들은 여기서 농가에서 가져온 책들로 대장장이 일, 목수 일을 비롯해 필요한 여러 기술을 공부했다. 스노볼은 다른 동물들을 그가 '동물 위원회'라고 부르는 모임들로 조직하는 일에도 바빴다. 그는 이 일에 지칠 줄을 몰랐다. 암탉들을 위해서는 달걀 생산 위원회를, 소들을 위해서는 깨끗한 꼬리 연맹을 만들었고, 야생 동무 재교육 위원회(쥐와 토끼를 길들이는 것이 목적이었다)와 양들을 위한 더 하얀 양털 운동을 비롯해 여러 모임을 만들었으며, 읽기 쓰기 교실도 열었다. 대체로 이런 계획들은 실패였다. 이를테면 야생 동물을 길들이려던 시도는 거의 곧바로 무너졌다. 야생 동물들은 예전과 거의 다름없이 굴었고, 너그럽게 대해 주면 그저 그것을 이용해 먹었다. 고양이는 재교육 위원회에 들어가 며칠 동안 무척 열심히 활동했다. 어느 날은 지붕 위에 앉아, 발이 닿을락 말락 하는 곳에 있는 참새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모든 동물은 동무이니 원하는 참새는 누구든 자기 앞발 위에 와서 앉아도 된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새들은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읽기 쓰기 교실은 큰 성공이었다. 가을이 되자 농장의 거의 모든 동물이 어느 정도는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다.

돼지들은 이미 완벽하게 읽고 쓸 줄 알았다. 개들은 꽤 잘 읽게 되었지만 일곱 계명 말고는 무엇도 읽는 데 관심이 없었다. 염소 뮤리엘은 개들보다 조금 더 잘 읽었고, 저녁이면 가끔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신문 조각을 다른 동물들에게 읽어 주곤 했다. 벤저민은 어느 돼지 못지않게 잘 읽었지만 그 솜씨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가 아는 한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클로버는 알파벳을 다 익혔지만 글자를 이어 낱말을 만들지는 못했다. 복서는 D를 넘어가지 못했다. 그는 커다란 발굽으로 흙먼지 위에 A, B, C, D를 쓰고는, 귀를 뒤로 젖힌 채 그 글자들을 빤히 바라보며 서 있곤 했다. 이따금 앞머리 갈기를 흔들며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기억해 내려고 온 힘을 다했지만,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몇 번은 E, F, G, H를 배우기도 했는데,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쯤이면 언제나 A, B, C, D를 잊어버린 뒤였다. 결국 그는 처음 네 글자로 만족하기로 하고, 기억이 흐려지지 않도록 날마다 한두 번씩 그 글자들을 써 보았다. 몰리는 자기 이름 MOLLIE를 이루는 여섯 글자 말고는 배우려 하지 않았다. 몰리는 나뭇가지 조각으로 그 글자들을 아주 반듯하게 만든 다음, 꽃 한두 송이로 꾸미고는 그 둘레를 빙빙 돌며 감탄했다.

농장의 다른 동물들은 아무도 A를 넘어가지 못했다. 또 양이나 암탉, 오리처럼 머리가 둔한 동물들은 일곱 계명을 외우지 못한다는 것도 드러났다. 한참 생각한 끝에 스노볼은 일곱 계명을 사실상 하나의 격언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선언했다. 바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였다. 그는 이 말에 동물주의의 핵심 원리가 담겨 있다고 했다. 이것을 제대로 깨친 동물은 누구든 인간의 영향에서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 새들은 반대했다. 자기들도 다리가 둘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노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새들에게 증명해 보였다.

"동무 여러분, 새의 날개는," 그가 말했다. "추진 기관이지 조작 기관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다리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을 가르는 표시는 '손'입니다. 인간은 그 도구로 온갖 나쁜 짓을 합니다."

새들은 스노볼의 어려운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동물들은 모두 새 격언을 외우는 일에 매달렸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는 말이 헛간 끝 벽, 일곱 계명 위에 더 큰 글씨로 쓰였다. 양들은 한번 외우고 나자 이 격언을 무척 좋아하게 되어서, 들판에 누워 있다가 다 함께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하고 매애 울기 시작하면 지치지도 않고 몇 시간이고 계속했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위원회에 아무 관심도 없었다. 그는 이미 다 자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일보다 어린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마침 건초 수확 직후에 제시와 블루벨이 새끼를 낳았는데, 둘이 합쳐 튼튼한 강아지 아홉 마리였다. 강아지들이 젖을 떼자마자 나폴레옹은 그 교육을 자기가 맡겠다며 어미들에게서 강아지들을 데려갔다. 그는 마구 창고에서 사다리로만 올라갈 수 있는 다락으로 강아지들을 데려가 꽁꽁 숨겨 두었고, 농장의 다른 동물들은 곧 그 강아지들이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우유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곧 풀렸다. 우유는 날마다 돼지들의 모이에 섞여 들어갔다. 이른 사과가 익어 가고 있었고, 과수원 풀밭에는 바람에 떨어진 사과가 흩어져 있었다. 동물들은 그 사과를 당연히 똑같이 나눌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떨어진 사과를 모두 주워 돼지들이 쓰도록 마구 창고로 가져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그러자 몇몇 동물들이 웅성거렸지만 소용없었다. 이 점에서는 돼지들 모두가, 스노볼과 나폴레옹까지도 완전히 뜻이 같았다. 스퀼러가 다른 동물들에게 필요한 설명을 하러 보내졌다.

"동무 여러분!" 그가 외쳤다. "설마 우리 돼지들이 이기심이나 특권 의식으로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사실 우리 가운데는 우유와 사과를 싫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부터가 싫어합니다. 우리가 이것들을 먹는 목적은 오로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유와 사과에는 (동무 여러분, 이건 과학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돼지의 건강에 꼭 필요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돼지들은 머리로 일하는 일꾼입니다. 이 농장의 관리와 조직은 모두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밤낮으로 여러분의 안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우유를 마시고 그 사과를 먹는 것은 바로 여러분을 위해서입니다. 우리 돼지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존스가 돌아옵니다! 그렇습니다, 존스가 돌아온단 말입니다! 동무 여러분," 스퀼러는 이리저리 깡충깡충 뛰며 꼬리를 휙휙 흔들면서 거의 애원하듯 외쳤다. "설마 여러분 가운데 존스가 돌아오는 꼴을 보고 싶은 이는 없겠지요?"

동물들이 확실히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들으니 더 할 말이 없었다. 돼지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너무나 분명했다. 그래서 우유와 떨어진 사과(그리고 사과가 다 익으면 본 수확한 사과도)는 돼지들만 먹기로 더 이상의 말 없이 합의되었다.

4장

늦여름이 되자 동물농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소식이 주 절반에 퍼져 있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날마다 비둘기 떼를 날려 보냈다. 비둘기들이 받은 지시는 이웃 농장 동물들 사이에 섞여 반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잉글랜드의 짐승들」 곡조를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존스 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윌링던의 레드 라이언 술집에 앉아 보냈다. 그는 들어 주는 이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쓸모없는 짐승 떼에게 제 땅에서 쫓겨나는 터무니없는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농부들은 말로는 동정했지만 처음에는 그다지 도와주지 않았다. 속으로는 저마다 어떻게 하면 존스의 불행을 제 이익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몰래 궁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동물농장과 맞닿은 두 농장의 주인은 늘 사이가 나빴다. 그 가운데 하나인 폭스우드 농장은 넓고, 돌보지 않아 낡은 방식 그대로인 농장이었다. 숲이 잔뜩 우거져 있었고, 목초지는 모조리 지쳐 있었고, 생울타리는 꼴사나운 꼴이었다. 주인인 필킹턴 씨는 태평한 신사 농부로, 계절에 따라 낚시나 사냥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 농장인 핀치필드 농장은 더 작고 더 잘 관리되어 있었다. 주인은 프레더릭 씨라는 사람이었는데, 억세고 약삭빠르고, 늘 소송에 휘말려 있었으며, 거래에서 지독하게 군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이 둘은 서로를 워낙 싫어해서, 제 이익을 지키는 일에서조차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동물농장의 반란에 몹시 겁을 먹었고, 자기네 동물들이 그 일을 너무 많이 알게 될까 봐 무척 마음을 졸였다. 처음에 그들은 동물들이 스스로 농장을 꾸려 간다는 생각 자체를 비웃는 척했다. 두 주면 다 끝날 거라고 했다. 그들은 매너 농장(그들은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을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매너 농장이라고 불렀다)의 동물들이 끊임없이 저희끼리 싸우고 있으며 빠르게 굶어 죽어 가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시간이 흘러도 동물들이 굶어 죽지 않은 것이 분명해지자, 프레더릭과 필킹턴은 말을 바꾸어 동물농장에 끔찍한 악행이 판을 치고 있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거기 동물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시뻘겋게 달군 편자로 서로를 고문하고, 암컷들을 함께 나눠 가진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결과라고 프레더릭과 필킹턴은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완전히 믿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들을 쫓아내고 동물들이 스스로 일을 꾸려 가는 놀라운 농장이 있다는 소문은 흐릿하고 뒤틀린 모습으로 계속 떠돌았고, 그해 내내 시골 곳곳에 반항의 물결이 일었다. 늘 순하던 황소들이 갑자기 사나워졌고, 양들은 생울타리를 부수고 토끼풀을 먹어 치웠고, 소들은 우유 통을 걷어찼고, 사냥용 말들은 울타리 앞에서 뛰어넘기를 거부해 등에 탄 사람을 울타리 너머로 내던졌다. 무엇보다 「잉글랜드의 짐승들」의 곡조는 물론 노랫말까지 어디서나 알려져 있었다. 노래는 놀랄 만큼 빠르게 퍼졌다. 인간들은 그저 우스꽝스러운 노래로 여기는 척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화를 참지 못했다.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어떻게 저런 한심한 헛소리를 부를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고들 했다. 그 노래를 부르다 들킨 동물은 그 자리에서 매를 맞았다. 그래도 노래는 막을 수가 없었다. 지빠귀들은 생울타리에서 휘파람으로 불었고, 비둘기들은 느릅나무에서 구구거리며 불렀고, 노래는 대장간의 쇠망치 소리와 교회 종소리 속에까지 스며들었다. 인간들은 그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속에서 자기들이 맞을 앞날의 파멸을 예언하는 소리를 듣고는 남몰래 떨었다.

10월 초, 곡식을 베어 쌓아 두고 일부는 이미 떨었을 무렵, 비둘기 떼가 공중에서 빙빙 돌며 날아와 몹시 흥분한 채로 동물농장 마당에 내려앉았다. 존스와 그 일꾼들이 모두, 폭스우드와 핀치필드에서 온 여섯 사람과 함께 다섯 가로대 대문을 넘어 농장으로 이어지는 수레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맨 앞에서 총을 들고 걸어오는 존스만 빼고 모두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농장을 되찾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일은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터라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농가에서 찾아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전쟁에 관한 낡은 책을 공부한 스노볼이 방어 작전을 맡았다. 그는 재빨리 명령을 내렸고, 몇 분 만에 모든 동물이 제자리에 섰다.

인간들이 농장 건물에 다가오자 스노볼은 첫 공격을 시작했다. 서른다섯 마리나 되는 비둘기들이 모두 사람들 머리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공중에서 똥을 내리깔겼다. 사람들이 그것을 처리하는 사이, 생울타리 뒤에 숨어 있던 거위들이 달려 나와 사람들의 종아리를 사납게 쪼아 댔다. 하지만 이것은 조금 혼란을 일으키려는 가벼운 견제 작전일 뿐이었고, 사람들은 몽둥이로 거위들을 손쉽게 쫓아 버렸다. 스노볼은 이제 두 번째 공격을 시작했다. 뮤리엘과 벤저민과 양들이 모두 스노볼을 앞세우고 앞으로 달려 나가 사방에서 사람들을 찌르고 들이받았고, 벤저민은 몸을 돌려 작은 발굽으로 그들을 걷어찼다. 하지만 이번에도 몽둥이를 들고 징 박은 장화를 신은 사람들을 당해 낼 수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스노볼이 후퇴 신호로 꽥 소리를 지르자 동물들은 모두 돌아서서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달아났다.

사람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들 눈에는 적이 달아나는 것으로 보였고, 그들은 대열도 갖추지 않고 그 뒤를 쫓았다. 바로 스노볼이 노린 대로였다. 사람들이 마당 안쪽까지 들어오자마자, 외양간에 숨어 기다리던 말 세 마리와 소 세 마리와 나머지 돼지들이 갑자기 그들 뒤로 나타나 퇴로를 끊었다. 스노볼은 이제 돌격 신호를 보냈다. 그 자신은 곧장 존스에게 달려들었다. 존스는 그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총을 들어 쏘았다. 산탄 알갱이들이 스노볼의 등에 피 묻은 줄을 그었고, 양 한 마리가 쓰러져 죽었다. 스노볼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95킬로그램이나 되는 몸을 존스의 다리에 내던졌다. 존스는 똥 더미에 나동그라졌고 총은 손에서 날아갔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광경은 복서였다. 그는 종마처럼 뒷다리로 일어서서 쇠 편자를 박은 커다란 발굽을 휘둘렀다. 그의 첫 번째 발길질에 폭스우드에서 온 마구간 소년이 머리를 맞고 진흙탕에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을 보자 몇몇 사람들은 몽둥이를 떨어뜨리고 달아나려 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렸고, 다음 순간 모든 동물이 함께 그들을 마당 안에서 빙빙 돌며 쫓아다녔다. 사람들은 뿔에 받히고, 걷어차이고, 물리고, 짓밟혔다. 농장의 동물치고 제 방식대로 원수를 갚지 않은 동물이 없었다. 고양이조차 지붕에서 갑자기 소몰이꾼의 어깨로 뛰어내려 목에 발톱을 박았고, 그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빠져나갈 틈이 보이자 사람들은 기꺼이 마당 밖으로 내달아 큰길로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쳐들어온 지 5분도 안 되어 그들은 왔던 길로 창피하게 물러갔고, 거위 떼가 쉭쉭거리며 쫓아가 내내 그들의 종아리를 쪼아 댔다.

사람들은 한 명만 빼고 모두 사라졌다. 마당으로 돌아온 복서는 진흙탕에 엎어져 있는 마구간 소년을 뒤집어 보려고 발굽으로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소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었어," 복서가 슬프게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내가 쇠 편자를 박고 있다는 걸 잊었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누가 믿어 줄까?"

"감상에 빠지지 마, 동무!" 아직도 상처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스노볼이 외쳤다. "전쟁은 전쟁이야. 좋은 인간은 죽은 인간뿐이야."

"난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아. 인간 목숨이라도." 복서는 되풀이해 말했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몰리는 어디 있어?" 누군가가 소리쳤다.

정말로 몰리가 보이지 않았다. 잠깐 동안 다들 크게 놀랐다. 사람들이 몰리를 어떻게 해쳤거나, 아예 끌고 갔을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결국 몰리는 제 마구간에 숨어 여물통 건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총소리가 나자마자 달아났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몰리를 찾다가 돌아와 보니, 사실은 기절했을 뿐이던 마구간 소년은 벌써 정신을 차리고 달아나 버린 뒤였다.

동물들은 이제 몹시 들떠서 다시 모였고, 저마다 전투에서 자기가 세운 공을 목청껏 늘어놓았다. 곧바로 즉석에서 승리 축하 행사가 열렸다. 깃발을 올리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여러 번 불렀으며, 그런 다음 죽은 양의 장례를 엄숙하게 치르고 무덤에는 산사나무를 한 그루 심었다. 무덤가에서 스노볼은 짧은 연설을 했다. 필요하다면 모든 동물이 동물농장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말했다.

동물들은 만장일치로 '1등 동물 영웅 훈장'이라는 무공 훈장을 만들기로 하고, 그 자리에서 스노볼과 복서에게 수여했다. 훈장은 놋쇠 메달이었는데(사실은 마구 창고에서 찾아낸, 말에 다는 오래된 놋쇠 장식이었다) 일요일과 휴일에 달기로 했다. '2등 동물 영웅 훈장'도 있었는데, 그것은 죽은 양에게 추서되었다.

전투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결국 매복을 펼친 곳이 외양간이었기 때문에 '외양간 전투'라고 이름 지었다. 존스 씨의 총은 진흙탕에 떨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고, 농가에 탄약이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었다. 그 총을 대포처럼 깃대 밑에 세워 두고 한 해에 두 번 쏘기로 했다. 한 번은 외양간 전투 기념일인 10월 12일에, 또 한 번은 반란 기념일인 하짓날에.

5장

겨울이 다가오면서 몰리는 점점 더 말썽을 부렸다. 몰리는 아침마다 일에 늦었고, 늦잠을 잤다는 핑계를 댔다. 식욕은 아주 좋았는데도 어디가 아픈지 모를 통증을 호소했다. 온갖 핑계를 대고 일을 빠져나가 물웅덩이로 가서는,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바보처럼 넋 놓고 바라보며 서 있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소문도 있었다. 어느 날 몰리가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건초 한 줄기를 씹으며 태평하게 마당으로 들어오자, 클로버가 몰리를 한쪽으로 불러냈다.

"몰리," 클로버가 말했다. "너한테 아주 심각하게 할 말이 있어. 오늘 아침에 네가 동물농장과 폭스우드 농장 사이 생울타리 너머를 보고 있는 걸 봤어. 울타리 건너편에는 필킹턴 씨네 일꾼 하나가 서 있었고. 그리고 내가 멀리 있긴 했지만 거의 확실히 봤는데, 그 사람이 너한테 말을 걸고 있었고 너는 그 사람이 네 코를 쓰다듬게 두고 있었어. 그게 무슨 뜻이야, 몰리?"

"안 그랬어! 나 안 그랬다니까! 사실이 아니야!" 몰리는 펄쩍펄쩍 뛰며 발굽으로 땅을 긁어 대기 시작했다.

"몰리! 내 얼굴을 봐. 그 남자가 네 코를 쓰다듬지 않았다고 명예를 걸고 약속할 수 있어?"

"사실이 아니야!" 몰리는 되풀이했지만 클로버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고, 다음 순간 발꿈치를 돌려 들판으로 달아나 버렸다.

클로버에게 어떤 생각이 스쳤다. 클로버는 다른 동물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몰리의 마구간으로 가서 발굽으로 짚을 들춰 보았다. 짚 밑에는 각설탕 한 무더기와 여러 가지 색깔의 리본 몇 묶음이 숨겨져 있었다.

사흘 뒤 몰리는 사라졌다. 몇 주 동안 아무도 몰리가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그러다 비둘기들이 윌링던 건너편에서 몰리를 보았다고 알려 왔다. 몰리는 빨강과 검정으로 칠한 맵시 있는 이륜마차 끌채 사이에 매여 어느 술집 앞에 서 있었다고 했다. 체크무늬 반바지에 각반을 찬, 술집 주인처럼 보이는 얼굴 붉은 뚱뚱한 남자가 몰리의 코를 쓰다듬으며 각설탕을 먹이고 있었다. 몰리는 털을 새로 깎았고 앞머리 갈기에 진홍색 리본을 매고 있었다. 비둘기들 말로는 몰리가 즐거워 보였다고 했다. 그 뒤로 몰리 이야기를 꺼내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1월에는 지독하게 추운 날씨가 찾아왔다. 땅이 쇠처럼 얼어붙어서 들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큰 헛간에서 회의가 많이 열렸고, 돼지들은 다가오는 철에 할 일을 짜느라 바빴다. 다른 동물들보다 누가 봐도 영리한 돼지들이 농장 방침에 관한 모든 문제를 결정하되, 그 결정은 다수결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다툼만 없었다면 이 방식은 제법 잘 돌아갔을 것이다. 둘은 의견이 갈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의견이 갈렸다. 한쪽이 보리를 더 넓게 심자고 하면 다른 쪽은 틀림없이 귀리를 더 넓게 심자고 했고, 한쪽이 어느 밭이 양배추를 심기에 딱 좋다고 하면 다른 쪽은 그 밭이 뿌리채소 말고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우겼다. 둘에게는 저마다 따르는 무리가 있었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스노볼이 눈부신 연설로 다수를 자주 끌어왔지만, 나폴레옹은 회의와 회의 사이에 제 편을 모으는 데 더 능했다. 특히 양들에게 잘 먹혔다. 요즘 들어 양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매애 하고 외쳐 댔고, 그 소리로 회의를 자주 방해했다. 양들이 유난히 스노볼의 연설이 중요한 대목에 이를 때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터뜨린다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스노볼은 농가에서 찾아낸 『농부와 목축가』 지난 호들을 꼼꼼히 공부해서 새로운 고안과 개량 계획을 잔뜩 품고 있었다. 그는 배수로며 사일리지며 염기성 슬래그 비료에 대해 유식하게 이야기했고, 거름 나르는 수고를 덜기 위해 모든 동물이 날마다 다른 자리에서 들판에 바로 똥을 누게 하는 복잡한 계획까지 짜 두었다. 나폴레옹은 제 계획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지만, 스노볼의 계획은 아무것도 되지 않을 거라고 조용히 말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둘의 모든 논쟁 가운데서도 풍차를 두고 벌어진 논쟁만큼 지독한 것은 없었다.

농장 건물에서 멀지 않은 긴 목초지에 농장에서 가장 높은 곳인 작은 언덕이 하나 있었다. 스노볼은 땅을 살펴본 뒤 이곳이 풍차를 세우기에 딱 맞는 자리라고 선언했다. 풍차로 발전기를 돌려 농장에 전기를 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전기로 우리에 불을 켜고 겨울에는 우리를 데울 수 있고, 둥근 톱이며 여물 써는 기계며 사료용 무 써는 기계, 전기 젖 짜는 기계까지 돌릴 수 있다고 했다. 동물들은 그런 것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농장은 옛날식이라 아주 원시적인 기계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노볼이 자기들이 들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거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닦는 동안 대신 일을 해 줄 꿈같은 기계들의 모습을 그려 보일 때, 동물들은 놀라워하며 귀를 기울였다.

몇 주 만에 스노볼의 풍차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기계에 관한 세부 내용은 대부분 존스 씨가 가지고 있던 책 세 권에서 나왔다. 『집 안에서 쓸모 있는 천 가지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벽돌 쌓기』, 『초보자를 위한 전기』였다. 스노볼은 예전에 부화기를 두던, 바닥이 매끈한 나무라 그림 그리기에 알맞은 헛간을 서재로 썼다. 그는 거기 몇 시간씩 틀어박혀 있었다. 책은 돌로 눌러 펴 두고, 앞발 마디 사이에 분필을 끼우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선을 하나하나 그어 나갔고, 신이 나서 작게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 설계도는 점점 크랭크와 톱니바퀴가 복잡하게 얽힌 덩어리로 커져서 바닥의 절반 넘게 덮었다. 다른 동물들은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지만 무척 인상 깊어 했다. 모두가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스노볼의 그림을 보러 왔다. 암탉과 오리들까지 와서 분필 자국을 밟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나폴레옹만은 거리를 두었다. 그는 처음부터 풍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뜻밖에 설계도를 살펴보러 왔다. 그는 무겁게 걸음을 옮기며 헛간을 한 바퀴 돌았고, 설계도의 구석구석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한두 번 킁킁 냄새를 맡더니, 잠시 곁눈질로 그것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리를 들고 설계도 위에 오줌을 누고는 한마디도 없이 나가 버렸다.

풍차 문제로 농장 전체가 깊이 둘로 갈라졌다. 스노볼도 풍차를 짓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았다. 돌을 날라서 벽을 쌓아야 하고, 그다음에는 날개를 만들어야 하고, 그 뒤에는 발전기와 전선이 필요했다(그것들을 어떻게 구할지는 스노볼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한 해 안에 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일손이 워낙 많이 줄어서 동물들이 일주일에 사흘만 일하면 될 거라고 장담했다. 반면 나폴레옹은 지금 당장 가장 필요한 것은 먹이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며, 풍차에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다들 굶어 죽을 거라고 주장했다. 동물들은 "스노볼에게 한 표를, 일주일에 사흘만 일하자!"와 "나폴레옹에게 한 표를, 여물통을 가득 채우자!"라는 구호 아래 두 패로 갈렸다. 어느 쪽에도 서지 않은 동물은 벤저민뿐이었다. 그는 먹이가 더 넉넉해지리라는 것도, 풍차가 일을 덜어 주리라는 것도 믿지 않았다. 풍차가 있든 없든 삶은 늘 그래 왔듯이 흘러갈 거라고 했다. 다시 말해, 나쁘게.

풍차를 둘러싼 다툼 말고도 농장을 어떻게 지킬지의 문제가 있었다. 인간들이 외양간 전투에서 졌지만 농장을 되찾고 존스 씨를 다시 앉히려고 한층 더 단단히 마음먹고 또 쳐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인간들이 패했다는 소식이 시골 곳곳에 퍼져 이웃 농장 동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들썩이고 있었으니 더욱 그럴 까닭이 있었다. 늘 그렇듯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의견이 갈렸다. 나폴레옹의 말로는, 동물들은 총을 구해서 쓰는 법을 훈련해야 했다. 스노볼의 말로는, 비둘기를 더욱더 많이 내보내 다른 농장 동물들 사이에 반란을 부추겨야 했다. 한쪽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정복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다른 쪽은 어디서나 반란이 일어나면 스스로를 지킬 필요도 없다고 했다. 동물들은 처음에는 나폴레옹의 말을, 그다음에는 스노볼의 말을 듣고서도 어느 쪽이 옳은지 정하지 못했다. 사실 동물들은 늘 그 순간 말하고 있는 쪽에 동의하고 있었다.

마침내 스노볼의 설계도가 완성되는 날이 왔다. 다음 일요일 회의에서 풍차 공사를 시작할지 말지를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동물들이 큰 헛간에 모이자, 스노볼이 일어나서 이따금 양들의 매애 소리에 말이 끊기면서도 풍차를 지어야 하는 까닭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자 나폴레옹이 반박하러 일어섰다. 그는 아주 조용히, 풍차는 헛소리이며 아무에게도 찬성표를 던지라고 권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바로 다시 앉았다. 그는 겨우 30초 남짓 말했고, 자기 말이 어떤 효과를 낼지에는 거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러자 스노볼이 벌떡 일어나, 다시 매애 울기 시작한 양들을 고함으로 누르며 풍차를 지지하는 열정적인 호소를 쏟아 냈다. 그때까지 동물들의 마음은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었지만, 스노볼의 웅변은 순식간에 동물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빛나는 말로, 고달픈 노동을 동물들의 등에서 덜어 냈을 때 동물농장이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 보였다. 그의 상상은 이제 여물 써는 기계나 순무 써는 기계를 훌쩍 넘어서 있었다. 전기는 탈곡기, 쟁기, 써레, 롤러, 곡식 베어 묶는 기계까지 돌릴 수 있고, 우리마다 전깃불과 더운물, 찬물, 전기 난로를 갖춰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을 마쳤을 때는 표가 어느 쪽으로 갈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폴레옹이 일어서더니, 스노볼을 묘하게 곁눈질하며 아무도 그에게서 들어 본 적 없는 높고 가느다란 낑낑 소리를 냈다.

그러자 밖에서 무시무시하게 짖는 소리가 나더니, 놋쇠 징을 박은 목걸이를 찬 거대한 개 아홉 마리가 헛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개들은 곧장 스노볼에게 달려들었고, 스노볼은 딱딱 물어 대는 개들의 턱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그는 문밖으로 나갔고 개들이 그 뒤를 쫓았다. 너무 놀라고 겁에 질려 말도 못 한 채, 동물들은 모두 문으로 몰려가 그 추격을 지켜보았다. 스노볼은 큰길로 이어지는 긴 목초지를 가로질러 내달리고 있었다. 돼지만이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개들은 바로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미끄러졌고, 개들에게 붙잡힌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다 그는 다시 일어나 어느 때보다 빨리 달렸고, 그러자 개들이 또 따라붙었다. 한 마리가 스노볼의 꼬리를 거의 물 뻔했지만 스노볼은 아슬아슬하게 꼬리를 휙 빼냈다. 그러고는 마지막 힘을 내서,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생울타리의 구멍을 빠져나갔고, 그 뒤로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말없이 겁에 질려 슬금슬금 헛간으로 돌아왔다. 곧 개들이 펄쩍펄쩍 뛰며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 짐승들이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지만, 수수께끼는 곧 풀렸다. 나폴레옹이 어미들에게서 데려가 남몰래 기른 바로 그 강아지들이었다. 아직 다 자라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개들이었고, 늑대처럼 사나워 보였다. 개들은 나폴레옹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개들이 나폴레옹에게 꼬리 치는 모습이 예전에 다른 개들이 존스 씨에게 꼬리 치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나폴레옹은 개들을 거느리고, 예전에 메이저가 연설하던 바닥의 높은 자리로 올라섰다. 그는 이제부터 일요일 아침 회의는 열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회의는 필요 없고 시간만 낭비한다고 했다. 앞으로 농장 운영에 관한 모든 문제는 그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돼지 특별 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는 비공개로 모여서 결정한 것을 나중에 다른 동물들에게 알릴 것이었다. 동물들은 여전히 일요일 아침마다 모여 깃발에 경례하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부르고, 그 주의 명령을 받을 것이지만, 토론은 더 이상 없을 것이었다.

스노볼이 쫓겨난 충격이 있었는데도, 동물들은 이 발표에 크게 당황했다. 알맞은 말을 찾을 수만 있었다면 항의했을 동물도 여럿 있었다. 복서조차 막연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귀를 뒤로 젖히고, 앞머리 갈기를 여러 번 흔들며, 생각을 가다듬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하지만 결국 할 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돼지들 가운데는 말을 더 잘하는 이들도 있었다. 앞줄에 있던 어린 돼지 네 마리가 날카롭게 꽥꽥거리며 반대하더니, 넷 모두 벌떡 일어나 한꺼번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폴레옹 둘레에 앉아 있던 개들이 낮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고, 돼지들은 입을 다물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양들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엄청나게 매애 울어 대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거의 15분이나 이어지는 바람에 토론할 기회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그 뒤 스퀼러가 농장을 돌며 다른 동물들에게 새 방식을 설명하러 보내졌다.

"동무 여러분," 그가 말했다. "나폴레옹 동무가 이 짐을 더 떠맡으면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는지, 여기 계신 모든 동물이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동무 여러분, 지도자 노릇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깊고 무거운 책임입니다. 모든 동물이 평등하다는 것을 나폴레옹 동무보다 굳게 믿는 이는 없습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길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실 겁니다. 하지만 동무 여러분, 여러분이 때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러분이 허황된 풍차 이야기를 하는 스노볼을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해 봅시다. 이제 우리가 아는 대로 범죄자나 다름없던 그 스노볼을요."

"그는 외양간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잖아," 누군가가 말했다.

"용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퀼러가 말했다. "충성과 복종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외양간 전투로 말하자면, 스노볼이 거기서 한 역할이 크게 부풀려졌다는 것이 밝혀질 때가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규율, 동무 여러분, 철의 규율! 그것이 오늘의 구호입니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적들이 우리를 덮칠 겁니다. 동무 여러분, 설마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시는 건 아니겠지요?"

이번에도 이 말에는 대꾸할 수가 없었다. 동물들은 분명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에 토론을 하는 것이 그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면, 토론은 그만두어야 했다. 이제 생각할 시간이 있었던 복서는 "나폴레옹 동무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옳을 거야"라는 말로 모두의 마음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 뒤로 그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라는 자기 좌우명에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는 격언을 하나 더 보탰다.

이 무렵 추위가 풀리고 봄갈이가 시작되었다. 스노볼이 풍차 설계도를 그리던 헛간은 닫혔고, 설계도는 바닥에서 지워졌으려니 했다. 일요일 아침마다 열 시가 되면 동물들은 큰 헛간에 모여 그 주의 명령을 받았다. 이제 살이 다 삭아 깨끗해진 메이저 영감의 두개골이 과수원에서 파내어져 깃대 밑 그루터기 위, 총 옆에 놓였다. 깃발을 올린 뒤에 동물들은 헛간에 들어가기 전에 공손한 태도로 줄지어 그 두개골 앞을 지나가야 했다. 요즘은 예전처럼 다 함께 어울려 앉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스퀼러, 그리고 노래와 시를 짓는 데 놀라운 재주가 있는 미니머스라는 돼지와 함께 높은 단 앞쪽에 앉았고, 어린 개 아홉 마리가 그 둘레에 반원을 그리며 앉았고, 다른 돼지들은 그 뒤에 앉았다. 나머지 동물들은 헛간 한가운데에 그들을 마주 보고 앉았다. 나폴레옹은 그 주의 명령을 거칠고 군인 같은 말투로 읽었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한 번 부르고 나면 동물들은 모두 흩어졌다.

스노볼이 쫓겨나고 세 번째 일요일, 동물들은 나폴레옹이 결국 풍차를 짓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랐다. 그는 마음을 바꾼 까닭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이 일이 더해지면 무척 고되게 일해야 할 것이며 먹이를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만 했다. 하지만 설계도는 마지막 세부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돼지 특별 위원회가 지난 3주 동안 그것을 다듬어 왔다는 것이었다. 풍차를 짓고 여러 가지를 개량하는 데는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날 저녁 스퀼러는 다른 동물들에게 남몰래, 나폴레옹은 사실 한 번도 풍차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처음에 풍차를 주장한 것이 나폴레옹이었고, 스노볼이 부화기 헛간 바닥에 그린 설계도는 사실 나폴레옹의 서류 더미에서 훔친 것이라고 했다. 풍차는 사실 나폴레옹이 창안한 것이었다. 그럼 왜 그렇게 강하게 반대했느냐고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자 스퀼러는 아주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야말로 나폴레옹 동무의 꾀라고 했다. 그는 위험한 인물이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스노볼을 없애려는 작전으로 그저 풍차에 반대하는 '척'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제 스노볼이 사라졌으니 그의 방해 없이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스퀼러는 이것이 이른바 '전술'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깡충깡충 돌며 꼬리를 휙휙 흔들고 즐겁게 웃으면서 "전술입니다, 동무 여러분, 전술!" 하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동물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스퀼러가 워낙 그럴듯하게 말하는 데다 마침 그와 함께 있던 개 세 마리가 몹시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기 때문에, 더 묻지 않고 그 설명을 받아들였다.

6장

그해 내내 동물들은 노예처럼 일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하면서도 행복했다. 자기들이 하는 모든 일이 게으르고 도둑질하는 인간 무리가 아니라 자기들 자신과 뒤에 올 동족을 위한 것임을 잘 알았기에, 어떤 수고나 희생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봄과 여름 내내 그들은 일주일에 60시간을 일했고, 8월에 나폴레옹은 일요일 오후에도 일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일은 철저히 자원해서 하는 것이었지만, 빠지는 동물은 먹이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했다. 그래도 어떤 일들은 손을 대지 못한 채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 수확은 지난해보다 조금 못했고, 초여름에 뿌리채소를 심었어야 할 밭 두 곳은 쟁기질을 제때 끝내지 못해 씨를 뿌리지 못했다. 다가오는 겨울이 힘들 거라는 것은 내다볼 수 있었다.

풍차는 뜻밖의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 농장에는 쓸 만한 석회암 채석장이 있었고, 바깥채 하나에서 모래와 시멘트도 넉넉히 찾아냈기 때문에, 짓는 데 필요한 재료는 모두 손닿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동물들이 처음에 풀지 못한 문제는 돌을 알맞은 크기로 쪼개는 방법이었다. 곡괭이나 쇠지레를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는데, 뒷다리로 설 수 있는 동물이 없으니 그런 것을 쓸 수 있는 동물도 없었다. 몇 주 동안 헛된 애를 쓴 끝에야 누군가에게 알맞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중력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대로 쓰기에는 너무 큰 바위들이 채석장 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동물들은 이 바위들에 밧줄을 감고는, 소든 말이든 양이든 밧줄을 붙잡을 수 있는 동물은 모두 함께(중요한 순간에는 돼지들까지 거들었다), 비탈을 따라 채석장 꼭대기까지 애가 탈 만큼 천천히 끌어 올렸다. 그리고 거기서 바위를 가장자리 너머로 밀어 떨어뜨려 아래에서 산산조각 나게 했다. 일단 깨진 돌을 나르는 일은 비교적 쉬웠다. 말들은 수레에 가득 실어 날랐고, 양들은 돌덩이를 하나씩 끌었고, 뮤리엘과 벤저민까지 낡은 작은 이륜 수레에 몸을 매고 제 몫을 했다. 늦여름이 되자 돌이 넉넉히 쌓였고, 돼지들의 감독 아래 공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디고 고된 일이었다. 바위 하나를 채석장 꼭대기까지 끌어 올리는 데 하루 종일 녹초가 되도록 애써야 할 때도 많았고, 가장자리 너머로 밀어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복서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힘은 다른 동물들의 힘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것 같았다. 바위가 미끄러지기 시작해 언덕 아래로 끌려 내려가게 된 동물들이 절망해서 비명을 지를 때면, 언제나 복서가 밧줄을 붙들고 버텨서 바위를 멈춰 세웠다. 그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발굽 끝으로 땅을 할퀴며, 커다란 옆구리가 땀에 흠뻑 젖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비탈을 올라가는 모습은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클로버는 이따금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렀지만, 복서는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와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라는 두 구호가 모든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답인 것 같았다. 그는 수탉과 다시 약속해서 아침에 30분이 아니라 45분 일찍 깨워 달라고 했다. 그리고 요즘은 별로 없는 짬이 나면, 혼자 채석장에 가서 깨진 돌을 한 짐 모아 아무 도움 없이 풍차 짓는 자리까지 끌고 내려갔다.

일은 고됐지만 그해 여름 내내 동물들은 그리 궁색하지 않았다. 존스 시절보다 먹이가 많지는 않았다 해도 적지도 않았다. 자기들만 먹고살면 되고, 낭비가 심한 인간 다섯까지 먹여 살릴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워낙 커서, 웬만큼 실패해서는 그것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러모로 동물들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고 수고를 덜어 주었다. 이를테면 김매기 같은 일은 인간은 할 수 없을 만큼 꼼꼼하게 해냈다. 또 이제는 훔치는 동물이 없으니 목초지와 경작지 사이에 울타리를 칠 필요가 없었고, 그 덕에 생울타리와 문을 손보는 수고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도 여름이 깊어 가면서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등유, 못, 끈, 개 비스킷, 말 편자를 만들 쇠가 필요했는데, 어느 것도 농장에서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나중에는 씨앗과 화학 비료, 여러 가지 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풍차에 들어갈 기계도 필요할 것이었다. 그것들을 어떻게 구할지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동물들이 명령을 받으러 모이자 나폴레옹은 새로운 방침을 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제부터 동물농장은 이웃 농장들과 거래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급히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풍차에 필요한 것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건초 한 더미와 올해 거둔 밀 일부를 팔기로 했고, 나중에 돈이 더 필요하면 달걀을 팔아서 메워야 한다고 했다. 윌링던에는 달걀이 늘 잘 팔리는 시장이 있었다. 나폴레옹은 암탉들이 이 희생을 풍차 건설에 바치는 자기들만의 특별한 기여로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동물들은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 인간과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 절대 장사하지 않는다, 절대 돈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존스를 쫓아낸 뒤 그 승리의 첫 회의에서 맨 처음 통과시킨 결의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던가? 동물들은 모두 그런 결의를 통과시킨 것을 기억했다. 적어도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이 회의를 없앴을 때 항의했던 어린 돼지 네 마리가 머뭇머뭇 목소리를 높였지만, 개들이 엄청나게 으르렁거리자 금세 잠잠해졌다. 그러자 늘 그렇듯 양들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외치기 시작했고, 잠깐의 어색함은 그렇게 무마되었다. 마침내 나폴레옹이 조용히 하라고 앞발을 들고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동물들 가운데 누구도 인간과 접촉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그건 분명 무척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그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질 생각이었다. 윌링던에 사는 변호사 윔퍼 씨라는 사람이 동물농장과 바깥세상 사이에서 중개인 노릇을 하기로 했고, 월요일 아침마다 농장에 와서 지시를 받아 갈 것이라고 했다. 나폴레옹은 늘 하던 대로 "동물농장 만세!"를 외치며 연설을 마쳤고,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부른 뒤 동물들은 해산했다.

그 뒤 스퀼러가 농장을 한 바퀴 돌며 동물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장사를 하거나 돈을 쓰는 것을 금하는 결의는 통과된 적도, 제안된 적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그것은 순전히 상상이며, 아마 처음에 스노볼이 퍼뜨린 거짓말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했다. 몇몇 동물들은 여전히 조금 미심쩍어했지만, 스퀼러는 약삭빠르게 물었다. "동무 여러분, 그게 꿈에서 본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십니까? 그런 결의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까? 어디에 적혀 있기라도 합니까?" 그런 것이 글로 적혀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므로, 동물들은 자기들이 잘못 기억했던 것이라고 납득했다.

윔퍼 씨는 약속대로 월요일마다 농장에 왔다. 그는 구레나룻을 기른 작고 교활해 보이는 사내로, 아주 작은 사무실을 차린 변호사였지만, 동물농장에 중개인이 필요할 것이고 그 수수료가 쏠쏠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챌 만큼은 눈치가 빨랐다. 동물들은 일종의 두려움을 품고 그가 오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되도록 그를 피했다. 그래도 네 발로 선 나폴레옹이 두 발로 선 윔퍼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은 동물들의 자부심을 북돋웠고, 새 방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했다. 이제 인류와의 관계는 예전과 꼭 같지는 않았다. 동물농장이 번창한다고 해서 인간들이 동물농장을 덜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미워했다. 인간들은 하나같이, 그 농장이 머지않아 파산할 것이며 무엇보다 풍차가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신조처럼 믿었다. 그들은 술집에 모여서는 도표까지 그려 가며 풍차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혹은 서 있더라도 결코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서로에게 증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동물들이 스스로 일을 꾸려 가는 그 솜씨에 어떤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그 증거 하나는, 그들이 동물농장을 제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매너 농장이라고 부르는 척을 그만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존스를 편드는 일도 그만두었다. 존스는 농장을 되찾을 희망을 버리고 주의 다른 지방으로 가서 살고 있었다. 윔퍼를 통하는 것 말고는 동물농장과 바깥세상 사이에 아직 아무런 접촉이 없었지만, 나폴레옹이 폭스우드의 필킹턴 씨나 핀치필드의 프레더릭 씨 가운데 한 사람과 정식으로 사업 계약을 맺으려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과 동시에 맺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돼지들이 갑자기 농가로 들어가 살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이번에도 동물들은 초창기에 이를 금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던 것 같았고, 이번에도 스퀼러는 그렇지 않다고 동물들을 설득해 냈다. 농장의 두뇌인 돼지들에게는 조용히 일할 곳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또 '지도자'(요즘 들어 그는 나폴레옹을 '지도자'라는 칭호로 부르기 시작했다)의 위엄에도 그저 돼지우리보다는 집에서 사는 편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도 돼지들이 부엌에서 밥을 먹고 응접실을 놀이방으로 쓸 뿐 아니라 침대에서 잠까지 잔다는 말을 듣자 몇몇 동물들은 마음이 불편했다. 복서는 늘 하던 대로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라며 넘겼지만, 침대를 금하는 분명한 규정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 같았던 클로버는 헛간 끝으로 가서 거기 새겨진 일곱 계명을 읽어 보려고 애썼다. 글자 하나하나밖에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클로버는 뮤리엘을 데려왔다.

"뮤리엘," 클로버가 말했다. "네 번째 계명을 읽어 줘. 침대에서 절대 자지 말라는 무슨 말이 있지 않아?"

뮤리엘은 조금 애를 먹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갔다.

"'어떤 동물도 시트를 깐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라고 쓰여 있어." 마침내 뮤리엘이 말했다.

이상하게도 클로버는 네 번째 계명에 시트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벽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 그랬던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마침 개 두세 마리를 거느리고 지나가던 스퀼러가 이 문제 전체를 제대로 바라보게 해 주었다.

"그러니까 동무 여러분, 우리 돼지들이 이제 농가의 침대에서 잔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군요?" 그가 말했다. "그게 어떻다는 겁니까? 설마 침대를 금하는 규정이 있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겠지요? 침대란 그저 잠을 자는 곳을 말할 뿐입니다. 제대로 보면 우리 안의 짚더미도 침대입니다. 규정이 금한 것은 시트입니다. 시트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우리는 농가 침대에서 시트를 걷어 내고 담요를 덮고 잡니다. 정말 편안한 침대지요! 하지만 동무 여러분, 요즘 우리가 해야 하는 머리 쓰는 일을 생각하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편안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동무 여러분, 우리의 휴식을 빼앗으려는 건 아니겠지요? 우리가 너무 지쳐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기를 바라지는 않으시겠지요? 설마 여러분 가운데 존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는 없겠지요?"

동물들은 이 점에서는 곧바로 그를 안심시켰고, 돼지들이 농가 침대에서 자는 일에 대해서는 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이제부터 돼지들은 아침에 다른 동물들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난다는 발표가 났을 때에도 아무런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가을이 되자 동물들은 지쳤지만 행복했다. 힘든 한 해였고, 건초와 곡식 일부를 판 뒤라 겨울나기 먹이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풍차가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다. 풍차는 이제 거의 절반이 지어져 있었다. 수확이 끝나자 맑고 건조한 날씨가 한동안 이어졌고, 동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다. 돌덩이를 끌고 하루 종일 터벅터벅 오가는 일도, 그렇게 해서 벽을 30센티미터라도 더 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보람 있다고 여겼다. 복서는 밤에도 나와서 한가위 보름달 빛 아래 혼자 한두 시간씩 일하곤 했다. 동물들은 짬이 나면 반쯤 지은 풍차 둘레를 빙빙 돌며, 그 벽이 얼마나 튼튼하고 곧게 섰는지 감탄하고, 자기들이 이렇게 웅장한 것을 지을 수 있었다는 데 놀라워했다. 늙은 벤저민만이 풍차에 열광하기를 거부했다. 물론 그는 늘 그렇듯 당나귀는 오래 산다는 알쏭달쏭한 말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1월이 왔고, 남서쪽에서 사나운 바람이 몰아쳤다. 이제 너무 축축해서 시멘트를 섞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공사를 멈춰야 했다. 마침내 어느 날 밤에는 폭풍이 워낙 거세서 농장 건물들이 주춧돌째 흔들리고 헛간 지붕의 기와 몇 장이 날아갔다. 암탉들은 겁에 질려 꼬꼬댁거리며 깨어났는데, 모두 동시에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아침에 동물들이 우리에서 나와 보니 깃대가 바람에 쓰러져 있었고, 과수원 아래쪽의 느릅나무 한 그루가 무처럼 뽑혀 나가 있었다. 그것을 막 알아차렸을 때, 모든 동물의 목에서 절망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끔찍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풍차가 무너져 있었다.

동물들은 한마음으로 그곳으로 달려 내려갔다. 좀처럼 걸음을 서두르지 않던 나폴레옹이 모두를 앞질러 달렸다. 그랬다. 그들이 애쓴 모든 것의 결실이 주춧돌까지 무너져 내려 거기 있었다. 그토록 고생하며 깨고 나른 돌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동물들은 처음에는 말도 못 하고 무너진 돌무더기를 슬프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나폴레옹은 말없이 이리저리 오가며 이따금 땅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그의 꼬리는 뻣뻣해져서 좌우로 날카롭게 씰룩거렸는데, 그것은 그가 머리를 몹시 굴리고 있다는 표시였다. 갑자기 그는 마음을 정한 듯 우뚝 멈춰 섰다.

"동무 여러분,"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게 누구의 짓인지 아십니까? 밤에 와서 우리 풍차를 쓰러뜨린 적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스노볼입니다!" 그가 갑자기 천둥 같은 목소리로 고함쳤다. "스노볼이 이런 짓을 저질렀습니다! 우리 계획을 뒤틀고, 창피하게 쫓겨난 것을 앙갚음하려는 순전한 악의로, 이 배신자가 밤을 틈타 몰래 기어 들어와 거의 한 해 동안 우리가 해 온 일을 부숴 버렸습니다. 동무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서 스노볼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그를 붙잡아 심판을 받게 하는 동물에게는 누구든 '2등 동물 영웅 훈장'과 사과 한 말을 주겠습니다. 산 채로 잡아 오는 이에게는 두 말을 주겠습니다!"

동물들은 스노볼마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을 받았다. 분노의 외침이 터졌고, 모두가 스노볼이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잡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거의 곧바로 언덕에서 조금 떨어진 풀밭에서 돼지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몇 미터밖에 따라가지 못했지만 생울타리의 구멍 쪽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나폴레옹은 발자국에 코를 대고 깊이 냄새를 맡더니 스노볼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스노볼이 아마 폭스우드 농장 쪽에서 왔을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동무 여러분!" 발자국을 다 살펴보자 나폴레옹이 외쳤다.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부터 풍차를 다시 짓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든 해가 뜨든 겨울 내내 지을 겁니다. 이 비열한 배신자에게 우리가 한 일을 그렇게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줄 겁니다. 동무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우리 계획에는 어떤 변경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계획은 정해진 날짜 그대로 해낼 것입니다. 앞으로, 동무 여러분! 풍차 만세! 동물농장 만세!"

7장

혹독한 겨울이었다. 폭풍이 지나가자 진눈깨비와 눈이 내렸고, 그다음에는 2월 한참까지도 풀리지 않는 된서리가 내렸다. 동물들은 바깥세상이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풍차를 제때 끝내지 못하면 시샘 많은 인간들이 기뻐하며 우쭐댈 거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힘닿는 데까지 풍차를 다시 짓는 일을 이어 갔다.

인간들은 심술궂게도 스노볼이 풍차를 무너뜨렸다는 것을 믿지 않는 척했다. 그들은 벽이 너무 얇아서 무너졌다고 했다.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벽 두께를 예전의 45센티미터가 아니라 90센티미터로 쌓기로 했고, 그러려면 돌을 훨씬 더 많이 모아야 했다. 오랫동안 채석장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뒤로 이어진 건조하고 꽁꽁 언 날씨에 일이 조금 나아갔지만, 혹독한 일이었고, 동물들은 예전만큼 희망을 품을 수 없었다. 그들은 늘 추웠고, 대개는 배도 고팠다. 복서와 클로버만이 결코 기운을 잃지 않았다. 스퀼러는 봉사의 기쁨과 노동의 존엄에 대해 훌륭한 연설을 했지만, 다른 동물들은 복서의 힘과 그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외치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에서 더 큰 힘을 얻었다.

1월에 먹이가 모자랐다. 곡식 배급이 크게 줄었고, 그 대신 감자를 더 배급하겠다는 발표가 났다. 그런데 감자 구덩이를 충분히 두껍게 덮지 않아서 감자 대부분이 얼어 버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감자들은 물러지고 색이 변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동물들은 며칠씩 겨와 사료용 무 말고는 먹을 것이 없었다. 굶주림이 코앞에 닥친 것 같았다.

이 사실을 바깥세상에 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풍차가 무너진 데 기세가 오른 인간들은 동물농장에 대한 새로운 거짓말을 꾸며 내고 있었다. 동물들이 모두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 가고 있으며, 끊임없이 저희끼리 싸우고, 서로 잡아먹고 새끼까지 죽이게 되었다는 소문이 또다시 퍼지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먹이 사정의 진실이 알려지면 나쁜 결과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고, 윔퍼 씨를 이용해 정반대의 인상을 퍼뜨리기로 했다. 그때까지 동물들은 매주 찾아오는 윔퍼와 접촉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골라 뽑은 몇몇 동물들, 주로 양들에게 윔퍼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 배급이 늘었다고 무심한 듯 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게다가 나폴레옹은 곳간의 거의 빈 여물통들을 모래로 거의 가장자리까지 채운 다음, 그 위를 남은 곡식과 가루로 덮으라고 명령했다. 그럴듯한 핑계를 대서 윔퍼를 곳간으로 데려가 여물통을 슬쩍 보게 했다. 윔퍼는 속아 넘어갔고, 동물농장에 먹이가 모자라지 않다고 바깥세상에 계속 알렸다.

하지만 1월 말이 되자 어디선가 곡식을 더 구해 와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요즘 나폴레옹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문마다 사나워 보이는 개들이 지키는 농가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 밖으로 나올 때는 의식이라도 치르듯 개 여섯 마리에게 둘러싸여 나왔는데, 개들은 그를 바짝 에워싸고 누구라도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으르렁거렸다. 그는 일요일 아침에도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았고, 다른 돼지, 대개는 스퀼러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어느 일요일 아침, 스퀼러는 이제 막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한 암탉들이 알을 내놓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나폴레옹이 윔퍼를 통해 일주일에 달걀 사백 개를 넘기는 계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 값이면 여름이 오고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농장을 꾸려 가기에 넉넉한 곡식과 가루를 살 수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암탉들은 끔찍한 비명을 질러 댔다. 이런 희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미리 듣기는 했지만, 정말 그렇게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것이다. 암탉들은 막 봄에 품을 알을 모으고 있었고, 지금 알을 가져가는 것은 살해라고 항의했다. 존스를 쫓아낸 뒤 처음으로 반란 비슷한 것이 일어났다. 블랙 미노르카종 어린 암탉 세 마리를 앞세우고, 암탉들은 나폴레옹의 뜻을 꺾으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나섰다. 그들의 방법은 서까래로 날아올라 거기서 알을 낳는 것이었고, 알은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나폴레옹은 재빠르고 무자비하게 움직였다. 그는 암탉들의 배급을 끊으라고 명령했고, 암탉에게 곡식 한 알이라도 주는 동물은 사형에 처한다고 공포했다. 개들이 이 명령이 지켜지도록 감시했다. 암탉들은 닷새 동안 버티다가 항복하고 둥지 상자로 돌아갔다. 그사이 아홉 마리가 죽었다. 죽은 암탉들은 과수원에 묻혔고, 콕시듐증이라는 닭 병으로 죽었다고 발표되었다. 윔퍼는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달걀은 약속대로 넘겨져서 일주일에 한 번 식료품 가게 짐차가 농장으로 와서 실어 갔다.

그동안 스노볼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이웃 농장인 폭스우드나 핀치필드 가운데 한 곳에 숨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무렵 나폴레옹은 다른 농부들과 예전보다 조금 사이가 나아져 있었다. 마침 마당에는 10년 전 너도밤나무 숲을 베어 낼 때 쌓아 둔 목재 더미가 하나 있었다. 잘 마른 목재였고, 윔퍼는 나폴레옹에게 그것을 팔라고 권했다. 필킹턴 씨와 프레더릭 씨 모두 그것을 사고 싶어 안달이었다. 나폴레옹은 둘 사이에서 망설이며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가 프레더릭과 거래를 맺을 것 같아 보일 때마다 스노볼이 폭스우드에 숨어 있다는 발표가 났고, 필킹턴 쪽으로 기울 때면 스노볼이 핀치필드에 있다는 말이 돌았다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그러다 이른 봄, 갑자기 놀라운 일이 발견되었다. 스노볼이 밤마다 몰래 농장에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은 너무 불안해서 우리 안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가 밤마다 어둠을 틈타 기어 들어와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른다는 것이었다. 곡식을 훔치고, 우유 통을 엎고, 달걀을 깨고, 모판을 짓밟고, 과일나무 껍질을 갉아 먹는다고 했다. 무엇이든 잘못되면 스노볼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예사가 되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배수구가 막히면 누군가 틀림없이 스노볼이 밤에 와서 그랬다고 했고, 곳간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는 농장 전체가 스노볼이 그것을 우물에 던졌다고 확신했다. 이상하게도, 잃어버린 열쇠가 곡식 가루 자루 밑에서 나온 뒤에도 동물들은 계속 그렇게 믿었다. 소들은 스노볼이 자기들 우리에 기어 들어와 자는 동안 젖을 짜 간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그해 겨울 골칫거리였던 쥐들도 스노볼과 한패라는 말이 돌았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활동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개들을 거느리고 나서서 농장 건물을 꼼꼼히 둘러보았고, 다른 동물들은 공손하게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나폴레옹은 몇 걸음마다 멈춰 서서 스노볼의 발자국 흔적을 찾아 땅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는데, 그는 냄새로 그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헛간이며 외양간이며 닭장이며 채소밭이며 구석구석 냄새를 맡았고, 거의 어디서나 스노볼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는 땅바닥에 주둥이를 대고 깊이 몇 번 킁킁거리고는 끔찍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노볼! 그놈이 여기 왔었어! 냄새가 똑똑히 나!" 그리고 '스노볼'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개들은 모두 피가 얼어붙을 듯이 으르렁거리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동물들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스노볼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처럼 그들 둘레의 공기에 스며들어 온갖 위험으로 그들을 위협하는 것만 같았다. 저녁에 스퀼러가 동물들을 불러 모으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알려 줄 심각한 소식이 있다고 했다.

"동무 여러분!" 스퀼러는 신경질적으로 깡충깡충 뛰며 외쳤다. "아주 끔찍한 일이 드러났습니다. 스노볼이 핀치필드 농장의 프레더릭에게 자신을 팔아넘겼습니다. 프레더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공격해서 농장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공격이 시작되면 스노볼이 그의 길잡이 노릇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노볼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그저 허영심과 야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무 여러분, 우리가 틀렸습니다.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스노볼은 처음부터 존스와 한패였습니다! 그는 내내 존스의 첩자였습니다. 그가 남기고 간 문서로 모두 증명되었고, 우리는 그 문서를 이제 막 찾아냈습니다. 동무 여러분, 제 생각에는 이걸로 많은 것이 설명됩니다. 외양간 전투에서 그가 우리를 패배시켜 파멸로 몰아넣으려고 했던 것을, 다행히 실패했지만, 우리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습니까?"

동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스노볼이 풍차를 무너뜨린 것보다 훨씬 더한 악행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다 받아들이기까지 몇 분이 걸렸다. 동물들은 모두 기억했다. 아니,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외양간 전투에서 스노볼이 자기들 앞에서 돌진하던 모습을, 고비마다 자기들을 다시 모으고 북돋우던 모습을, 존스의 총에서 날아온 산탄 알갱이에 등을 다쳤을 때도 한순간도 멈추지 않던 모습을. 처음에는 그것이 그가 존스 편이었다는 것과 어떻게 맞아떨어지는지 좀 알기 어려웠다. 좀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 복서조차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엎드려 앞발굽을 몸 밑에 접어 넣고 눈을 감더니, 무척 애를 써서 생각을 정리해 냈다.

"난 그 말 안 믿어," 그가 말했다. "스노볼은 외양간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어. 내가 직접 봤다고. 우리가 싸움이 끝나자마자 그한테 '1등 동물 영웅 훈장'을 주지 않았어?"

"그게 우리 실수였어, 동무. 이제 우리는 알게 됐거든. 우리가 찾아낸 비밀 문서에 다 적혀 있어. 사실 그는 우리를 파멸로 꾀어내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그는 다쳤잖아," 복서가 말했다. "그가 피를 흘리며 달리는 걸 우리 모두 봤어."

"그것도 다 짜고 한 일이야!" 스퀼러가 외쳤다. "존스의 총알은 그를 스치기만 했어. 네가 글을 읽을 줄만 안다면, 그가 직접 쓴 글로 보여 줄 수도 있어. 음모는 이랬어. 결정적인 순간에 스노볼이 달아나라는 신호를 보내서 싸움터를 적에게 내주는 거지. 그리고 그는 거의 성공할 뻔했어. 아니, 동무, 우리의 영웅적인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가 아니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성공했을 거야. 존스와 그 일꾼들이 마당 안으로 들어온 바로 그 순간, 스노볼이 갑자기 돌아서서 달아났고 많은 동물들이 그를 따라갔던 거 기억 안 나? 그리고 겁이 퍼지고 모든 것을 잃은 것 같던 바로 그 순간에, 나폴레옹 동무가 '인류에게 죽음을!' 하고 외치며 앞으로 뛰어나가 존스의 다리를 물어뜯었던 것도 기억나지? 동무, 그건 분명히 기억나지?" 스퀼러는 이리저리 깡충거리며 소리쳤다.

스퀼러가 그 장면을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 보이자 동물들은 정말 그것을 기억하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전투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렀을 때 스노볼이 돌아서서 달아났던 것은 기억났다. 하지만 복서는 아직도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스노볼이 처음부터 배신자였다고는 믿지 않아,"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 뒤에 그가 한 짓은 다른 얘기야. 하지만 외양간 전투에서만큼은 그는 좋은 동무였다고 믿어."

"우리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께서," 스퀼러가 아주 천천히, 단호하게 말했다. "단언하셨어. 단언하셨다고, 동무. 스노볼은 처음부터 존스의 첩자였다고. 그래, 반란이란 걸 생각하기도 한참 전부터."

"아,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복서가 말했다. "나폴레옹 동무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게 옳을 거야."

"그게 바로 참된 정신이야, 동무!" 스퀼러가 외쳤다. 하지만 그가 반짝이는 작은 눈으로 복서를 아주 험악하게 노려보는 것을 다들 눈치챘다. 그는 돌아서서 가려다가 멈춰 서서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이 농장의 모든 동물에게 경고합니다.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있으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노볼의 첩자들이 우리 가운데 숨어 있다고 생각할 만한 까닭이 있으니까요!"

나흘 뒤 늦은 오후, 나폴레옹은 모든 동물에게 마당에 모이라고 명령했다. 모두 모이자 나폴레옹이 훈장 두 개를 다 달고(얼마 전 그는 자기 자신에게 '1등 동물 영웅 훈장'과 '2등 동물 영웅 훈장'을 수여했다) 농가에서 나왔다. 아홉 마리의 거대한 개들이 그의 둘레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으르렁거렸고, 그 소리에 모든 동물의 등줄기가 오싹했다. 동물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말없이 몸을 웅크렸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미리 아는 것 같았다.

나폴레옹은 엄한 얼굴로 모인 동물들을 훑어보더니, 높고 가느다란 낑낑 소리를 냈다. 그러자 곧바로 개들이 앞으로 뛰쳐나가 돼지 네 마리의 귀를 물고는, 아프고 무서워서 꽥꽥거리는 그들을 나폴레옹의 발밑으로 끌고 왔다. 돼지들의 귀에서 피가 흘렀고, 피 맛을 본 개들은 잠시 완전히 미쳐 버린 것 같았다. 모두가 놀랍게도, 개 세 마리가 복서에게 달려들었다. 복서는 개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커다란 발굽을 내밀어 공중에 뜬 개 한 마리를 받아 땅바닥에 짓눌렀다. 그 개는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다른 두 마리는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추고 달아났다. 복서는 그 개를 짓밟아 죽일지 놓아줄지 알려고 나폴레옹을 바라보았다. 나폴레옹은 낯빛이 바뀐 것 같더니, 개를 놓아주라고 날카롭게 명령했다. 그러자 복서는 발굽을 들었고, 개는 멍이 든 채 깨갱거리며 슬금슬금 물러갔다.

이윽고 소동이 가라앉았다. 돼지 네 마리는 얼굴 구석구석에 죄책감을 써 붙인 채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이제 그들에게 죄를 자백하라고 했다. 그들은 나폴레옹이 일요일 회의를 없앴을 때 항의했던 바로 그 돼지 네 마리였다. 그들은 더 다그치지 않았는데도, 스노볼이 쫓겨난 뒤로 줄곧 그와 몰래 연락해 왔으며, 그와 함께 풍차를 무너뜨렸고, 동물농장을 프레더릭 씨에게 넘기기로 그와 약속했다고 자백했다. 그리고 스노볼이 자기가 오래전부터 존스의 첩자였다고 그들에게 남몰래 털어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자백을 마치자 개들이 곧바로 그들의 목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끔찍한 목소리로 자백할 것이 있는 다른 동물은 없느냐고 물었다.

달걀을 두고 반란을 꾀했던 우두머리 암탉 세 마리가 앞으로 나와서, 스노볼이 꿈에 나타나 나폴레옹의 명령을 어기라고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들도 도살되었다. 그다음에는 거위 한 마리가 나와서, 지난해 수확 때 이삭 여섯 개를 몰래 감춰 두었다가 밤에 먹었다고 자백했다. 그다음에는 양 한 마리가 물웅덩이에 오줌을 누었다고 자백했다. 스노볼이 그렇게 하라고 부추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양 두 마리는 나폴레옹을 특히 충실히 따르던 늙은 숫양이 기침을 앓고 있을 때 모닥불 둘레를 빙빙 돌며 쫓아다녀서 죽게 했다고 자백했다. 그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자백과 처형은 계속 이어졌고, 마침내 나폴레옹의 발치에는 시체가 무더기로 쌓였고, 공기는 피 냄새로 무거웠다. 존스가 쫓겨난 뒤로 그곳에서는 맡아 본 적이 없는 냄새였다.

모든 것이 끝나자 돼지와 개들을 뺀 나머지 동물들은 한 무리가 되어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몸을 떨었고 비참했다. 스노볼과 한패가 된 동물들의 배신과 방금 본 잔혹한 응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충격적인지 알 수 없었다. 옛날에도 똑같이 끔찍한 피의 장면이 자주 있었지만, 이제 그것이 자기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훨씬 더 나쁘게 느껴졌다. 존스가 농장을 떠난 뒤로 오늘까지 다른 동물을 죽인 동물은 하나도 없었다. 쥐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은 반쯤 지은 풍차가 서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갔고, 한마음으로 마치 온기를 나누려는 듯 서로 붙어 엎드렸다. 클로버, 뮤리엘, 벤저민, 소들, 양들, 거위와 암탉 떼, 사실상 모두가 그랬다. 나폴레옹이 동물들에게 모이라고 명령하기 직전에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만 빼고.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복서만 서 있었다. 그는 길고 검은 꼬리로 옆구리를 휙휙 치며 안절부절못하고 이리저리 서성였고, 이따금 놀란 듯이 작게 히힝 울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이해가 안 돼. 우리 농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믿지 못했을 거야. 우리한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게 틀림없어. 내가 보기에 해결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 거야. 이제부터 나는 아침에 꼬박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날 거야."

그러고 그는 육중한 걸음으로 터벅터벅 채석장으로 향했다. 거기 도착하자 그는 돌을 두 짐이나 연이어 모아 풍차까지 끌고 내려간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동물들은 말없이 클로버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이 엎드려 있는 언덕에서는 시골이 넓게 내려다보였다. 동물농장 대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큰길까지 뻗어 내려가는 긴 목초지, 풀밭, 덤불숲, 물웅덩이, 어린 밀이 빽빽하고 푸르게 자란 갈아엎은 밭, 그리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농장 건물들의 붉은 지붕. 맑은 봄 저녁이었다. 풀과 싹이 터지는 생울타리가 낮게 비치는 햇살에 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농장이 동물들에게 이토록 탐스러운 곳으로 보인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종의 놀라움 속에서, 그것이 자기들의 농장이며 구석구석 모두 자기들의 재산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비탈 아래를 내려다보는 클로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클로버가 자기 생각을 말로 할 수 있었다면, 몇 해 전 인류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바랐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메이저 영감이 처음으로 반란을 일깨워 주던 그날 밤에 고대했던 것은 이런 공포와 학살의 장면이 아니었다. 클로버에게 앞날의 그림이 있었다면, 그것은 굶주림과 채찍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두가 평등하고, 저마다 힘닿는 대로 일하고, 메이저가 연설하던 날 밤 클로버가 앞다리로 길 잃은 새끼 오리들을 감싸 주었듯이 강한 이가 약한 이를 지켜 주는 사회였다. 그런데 그 대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도 감히 제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는 사나운 개들이 어디나 돌아다니고, 끔찍한 죄를 자백한 동무들이 갈가리 찢기는 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때가 와 있었다. 클로버의 마음에 반란이나 불복종을 꾀하는 생각은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존스 시절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클로버는 알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클로버는 충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주어진 명령을 따르고, 나폴레옹의 지도를 받아들일 것이었다. 그래도 클로버와 다른 모든 동물들이 바라고 애써 온 것은 이런 것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이 풍차를 짓고 존스의 총알에 맞섰던 것은 이런 것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이 클로버의 생각이었지만, 클로버에게는 그것을 표현할 말이 없었다.

마침내 클로버는 찾지 못한 말을 대신할 무언가가 될 것 같아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둘레에 앉아 있던 다른 동물들이 따라 불렀고, 그들은 그 노래를 세 번이나 되풀이해 불렀다. 아주 아름다운 가락으로, 하지만 그 어느 때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을 만큼 느리고 구슬프게.

막 세 번째로 노래를 다 불렀을 때, 스퀼러가 개 두 마리를 거느리고 무언가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태도로 다가왔다. 그는 나폴레옹 동무의 특별 법령에 따라 「잉글랜드의 짐승들」이 폐지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제부터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은 금지되었다.

동물들은 깜짝 놀랐다.

"왜?" 뮤리엘이 외쳤다.

"이젠 필요 없으니까, 동무," 스퀼러가 딱딱하게 말했다. "「잉글랜드의 짐승들」은 반란의 노래였어. 하지만 이제 반란은 완성됐어. 오늘 오후 배신자들의 처형이 마지막 행동이었지. 안팎의 적이 모두 무너졌어. 「잉글랜드의 짐승들」에서 우리는 앞으로 올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그리움을 노래했지. 하지만 이제 그 사회는 세워졌어. 이 노래가 더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건 분명하잖아."

겁에 질려 있었지만, 몇몇 동물들은 어쩌면 항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양들이 늘 하던 대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매애 울기 시작했고, 그 소리가 몇 분 동안 이어지면서 토론은 끝나 버렸다.

그렇게 해서 「잉글랜드의 짐승들」은 더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시인 미니머스가 다른 노래를 지었는데, 그 노래는 이렇게 시작했다.

동물농장, 동물농장,
나로 하여 네게 해가 미치는 일은 결코 없으리!

그리고 이 노래가 일요일 아침마다 깃발을 올린 뒤에 불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동물들에게는 그 노랫말도 곡조도 「잉글랜드의 짐승들」에 결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8장

며칠 뒤, 처형으로 생긴 공포가 가라앉자 몇몇 동물들은 여섯 번째 계명이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였다는 것을 기억했다. 적어도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돼지나 개들이 듣는 데서 그 이야기를 꺼내려는 동물은 없었지만, 그동안 벌어진 죽음들이 이 계명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로버는 벤저민에게 여섯 번째 계명을 읽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벤저민이 늘 그렇듯 그런 일에는 끼어들지 않겠다고 하자 뮤리엘을 데려왔다. 뮤리엘이 클로버에게 계명을 읽어 주었다. 계명은 이러했다.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어찌 된 일인지 '이유 없이'라는 말이 동물들의 기억에서 빠져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계명이 어겨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스노볼과 한패가 된 배신자들을 죽인 데에는 분명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그해 내내 동물들은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벽을 예전보다 두 배로 두껍게 해서 풍차를 다시 짓고, 그것을 정해진 날까지 끝내고, 거기에 농장의 정해진 일까지 하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었다. 동물들은 존스 시절보다 더 오래 일하면서도 더 잘 먹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스퀼러가 기다란 종이를 앞발로 누르고서 숫자 목록을 읽어 주었다. 그 숫자들은 온갖 먹을거리의 생산량이 저마다 200퍼센트, 300퍼센트, 혹은 500퍼센트 늘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동물들은 그를 믿지 않을 까닭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반란 전에는 사정이 어땠는지 이제는 더 이상 똑똑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숫자는 좀 적고 먹이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다.

이제 모든 명령은 스퀼러나 다른 돼지를 통해 내려왔다. 나폴레옹 자신은 두 주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다 나타날 때면 개들의 호위를 받을 뿐 아니라, 검은 수탉 한 마리가 그 앞에서 행진하며 일종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나폴레옹이 말하기 전에 수탉이 "꼬끼오!" 하고 크게 울었다. 농가 안에서도 나폴레옹은 다른 돼지들과 떨어진 방에서 산다고 했다. 그는 혼자 식사를 했고, 개 두 마리가 시중을 들었으며, 늘 응접실 유리장에 있던 크라운 더비 도자기 식기로만 먹었다. 또 다른 두 기념일 말고도 해마다 나폴레옹의 생일에도 총을 쏘겠다는 발표가 났다.

이제 나폴레옹은 결코 그냥 '나폴레옹'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늘 격식을 갖추어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라고 불렸고, 돼지들은 그에게 '모든 동물의 아버지', '인류의 공포', '양 우리의 수호자', '새끼 오리들의 친구' 같은 칭호를 지어 붙이기를 좋아했다. 스퀼러는 연설을 할 때면 볼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폴레옹의 지혜와 그 마음의 선함, 그리고 그가 세상 모든 동물에게, 특히 아직도 다른 농장에서 무지와 노예살이 속에 사는 불행한 동물들에게 품고 있는 깊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이든 잘된 일과 운 좋은 일은 모두 나폴레옹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 예사가 되었다. 암탉 한 마리가 다른 암탉에게 "우리의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의 이끄심 덕분에 엿새 동안 알을 다섯 개나 낳았어" 하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또 웅덩이에서 물을 마시던 소 두 마리가 "나폴레옹 동무의 지도 덕분에 물맛이 얼마나 좋은지!"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농장의 이런 분위기는 미니머스가 지은 「나폴레옹 동무」라는 시에 잘 드러나 있었다. 시는 이러했다.

아버지 없는 이들의 친구여!
행복의 샘이여!
여물통의 주인이여! 아, 내 영혼은
불타오르네, 그대의
고요하고 위엄 있는 눈을,
하늘의 해 같은 그 눈을 우러러볼 때,
나폴레옹 동무여!

그대는 그대의 피조물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주는 이,
하루 두 번 부른 배, 뒹굴 수 있는 깨끗한 짚.
크든 작든 모든 짐승이
제 우리에서 평안히 잠드니,
그대가 모두를 지켜보시기 때문,
나폴레옹 동무여!

내게 젖먹이 새끼 돼지가 있다면,
그 아이가 맥주병만큼이나
밀대만큼 자라기도 전에
그대에게 충실하고 참되도록
배우게 하리라,
그래, 그 아이의 첫 울음은
"나폴레옹 동무!"이리라.

나폴레옹은 이 시를 마음에 들어 했고, 큰 헛간 벽, 일곱 계명이 있는 쪽의 반대편 끝에 새겨 넣게 했다. 시 위에는 스퀼러가 흰 페인트로 그린 나폴레옹의 옆얼굴 초상이 걸렸다.

그동안 나폴레옹은 윔퍼를 통해 프레더릭, 필킹턴과 복잡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목재 더미는 아직 팔리지 않았다. 둘 가운데 그것을 손에 넣으려 더 안달하는 쪽은 프레더릭이었지만, 그는 적당한 값을 부르려 하지 않았다. 동시에 프레더릭과 그 일꾼들이 동물농장을 공격해 풍차를 부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다시 돌았다. 풍차가 지어지는 것을 보고 그가 미칠 듯이 질투했다는 것이었다. 스노볼은 여전히 핀치필드 농장에 숨어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여름에 동물들은 암탉 세 마리가 나서서, 스노볼에게 부추김을 받아 나폴레옹을 죽이려는 음모에 가담했다고 자백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암탉들은 곧바로 처형되었고, 나폴레옹의 안전을 위한 새로운 대책들이 마련되었다. 밤에는 개 네 마리가 침대 네 귀퉁이에서 한 마리씩 그의 침대를 지켰고, 핑크아이라는 어린 돼지가 나폴레옹이 먹기 전에 모든 음식을 먼저 맛보는 일을 맡았다. 독이 들었을까 봐서였다.

거의 같은 무렵, 나폴레옹이 목재 더미를 필킹턴 씨에게 팔기로 했다는 발표가 났다. 그리고 동물농장과 폭스우드 사이에 몇 가지 생산물을 주고받는 정식 협정도 맺을 것이라고 했다. 나폴레옹과 필킹턴의 관계는 윔퍼를 통해서만 오갔지만 이제 거의 우호적이었다. 동물들은 인간인 필킹턴을 믿지 않았지만,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프레더릭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름이 깊어 가고 풍차가 완공에 가까워질수록 비열한 기습이 곧 닥친다는 소문은 점점 더 커졌다. 프레더릭이 모두 총을 든 사내 스무 명을 이끌고 쳐들어올 생각이며, 이미 치안 판사와 경찰을 매수해 두어서 동물농장의 땅문서를 손에 넣기만 하면 아무도 아무것도 묻지 않을 거라고들 했다. 게다가 핀치필드에서는 프레더릭이 자기 동물들에게 저지르는 잔혹한 짓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들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늙은 말을 채찍질해 죽였고, 소들을 굶겼고, 개를 용광로에 던져 죽였고, 저녁이면 수탉들의 며느리발톱에 면도날 조각을 묶어 싸움을 붙이며 즐긴다는 것이었다. 동무들이 그런 일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동물들은 분노로 피가 끓었고, 다 함께 나가서 핀치필드 농장을 공격하고 인간들을 쫓아내 그곳 동물들을 풀어 주게 해 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했다. 하지만 스퀼러는 경솔한 행동을 삼가고 나폴레옹 동무의 전략을 믿으라고 타일렀다.

그래도 프레더릭에 대한 반감은 계속 높아만 갔다. 어느 일요일 아침, 나폴레옹은 헛간에 나타나 자기는 단 한 번도 목재 더미를 프레더릭에게 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부류의 악당과 거래하는 것은 자기 위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여전히 반란 소식을 퍼뜨리러 내보내던 비둘기들은 폭스우드 어디에도 발을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고, 예전 구호인 "인류에게 죽음을" 대신 "프레더릭에게 죽음을"을 외치라는 명령도 받았다. 늦여름에는 스노볼의 또 다른 술책이 드러났다. 밀밭에 잡초가 무성했는데, 스노볼이 밤에 몰래 찾아왔을 때 씨앗용 곡식에 잡초 씨를 섞어 놓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음모를 알고 있던 수거위 한 마리가 스퀼러에게 제 죄를 자백하고는 곧바로 독초인 벨라도나 열매를 삼켜 목숨을 끊었다. 동물들은 이제, 그때까지 많은 동물이 믿어 왔던 것과 달리, 스노볼이 '1등 동물 영웅 훈장'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외양간 전투가 끝나고 얼마 뒤에 스노볼 자신이 퍼뜨린 전설일 뿐이었다. 훈장을 받기는커녕 그는 전투에서 비겁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견책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몇몇 동물들은 어리둥절한 채로 이 말을 들었지만, 스퀼러는 곧 그들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납득시킬 수 있었다.

가을에 엄청나게, 녹초가 되도록 애쓴 끝에(수확도 거의 같은 때에 거둬들여야 했으니까) 풍차가 완공되었다. 기계는 아직 설치해야 했고 윔퍼가 그것을 사들이려고 협상하고 있었지만, 건물은 다 지어졌다. 온갖 어려움에도, 경험도 없고 원시적인 도구밖에 없고 운도 나빴고 스노볼의 배신까지 있었는데도, 공사는 정해진 날짜에 딱 맞춰 끝났다! 녹초가 되었지만 자랑스러운 동물들은 자기들의 걸작 둘레를 빙빙 돌았다. 그들 눈에는 처음 지었을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였다. 게다가 벽은 예전보다 두 배나 두꺼웠다. 이번에는 폭약이 아니고서야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었다! 자기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어떤 낙담을 이겨 냈는지, 날개가 돌고 발전기가 돌아가면 자기들 삶이 얼마나 크게 달라질지를 생각하자, 이 모든 것을 생각하자, 피로가 싹 가셨고 그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풍차 둘레를 빙빙 뛰어다녔다. 나폴레옹도 개들과 수탉을 거느리고 완공된 풍차를 살펴보러 내려왔다. 그는 동물들이 이룬 일을 몸소 축하하며, 풍차의 이름을 '나폴레옹 풍차'라고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 동물들은 헛간의 특별 모임에 불려 왔다. 나폴레옹이 목재 더미를 프레더릭에게 팔았다고 발표하자 동물들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내일 프레더릭의 짐마차들이 와서 목재를 실어 가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필킹턴과 친한 척하던 내내 나폴레옹은 사실 프레더릭과 몰래 약속을 맺고 있었던 것이다.

폭스우드와의 관계는 모두 끊어졌고, 필킹턴에게는 모욕적인 전갈이 보내졌다. 비둘기들은 핀치필드 농장을 피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구호도 "프레더릭에게 죽음을"에서 "필킹턴에게 죽음을"로 바꾸라는 지시를 받았다. 동시에 나폴레옹은 동물농장이 곧 공격받는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거짓이며, 프레더릭이 제 동물들에게 잔인하게 군다는 이야기도 크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동물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소문들은 모두 아마 스노볼과 그의 첩자들에게서 나왔을 거라고 했다. 이제 보니 스노볼은 핀치필드 농장에 숨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실 평생 그곳에 가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폭스우드에서 살고 있으며(꽤 호화롭게 산다고들 했다) 사실 몇 해 전부터 필킹턴에게서 생활비를 받아 왔다는 것이었다.

돼지들은 나폴레옹의 교활함에 황홀해했다. 필킹턴과 친한 척함으로써 그는 프레더릭이 값을 12파운드나 올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퀼러의 말로는, 나폴레옹의 뛰어난 머리가 진짜로 드러난 대목은 그가 아무도, 프레더릭조차 믿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프레더릭은 목재 값을 '수표'라는 것으로 치르고 싶어 했는데, 그것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적은 종잇조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그는 진짜 5파운드 지폐로, 그것도 목재를 실어 가기 전에 값을 치르라고 요구했다. 프레더릭은 이미 돈을 다 치렀다. 그리고 그 금액은 풍차에 들어갈 기계를 사기에 딱 맞았다.

그사이 목재는 빠른 속도로 실려 나갔다. 목재가 다 실려 나가자, 동물들이 프레더릭의 지폐를 구경하도록 헛간에서 또 한 번 특별 모임이 열렸다. 나폴레옹은 훈장 두 개를 다 달고 거룩하게 미소를 지으며 단 위의 짚 침대에 기대 누워 있었고, 그 곁에는 농가 부엌에서 가져온 사기 접시에 돈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동물들은 천천히 줄지어 지나가며 저마다 실컷 바라보았다. 그리고 복서가 지폐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내밀자, 그 얇고 하얀 것들이 그의 숨결에 흔들리며 바스락거렸다.

사흘 뒤 끔찍한 소동이 벌어졌다. 윔퍼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내달려 와서는, 자전거를 마당에 내던지고 곧장 농가로 뛰어 들어갔다. 다음 순간 나폴레옹의 방에서 숨이 막힐 듯한 분노의 고함이 울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소식이 들불처럼 농장을 휩쓸었다. 지폐가 위조지폐였던 것이다! 프레더릭은 목재를 공짜로 가져간 셈이었다!

나폴레옹은 곧바로 동물들을 불러 모으고, 끔찍한 목소리로 프레더릭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프레더릭을 붙잡으면 산 채로 삶아 버리겠다고 했다. 동시에 이런 배신 뒤에는 최악의 사태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레더릭과 그 일꾼들이 오래전부터 예상하던 공격을 언제라도 해 올 수 있었다. 농장으로 들어오는 길목마다 보초가 세워졌다. 또 필킹턴과 좋은 관계를 되살리기를 바라며, 화해의 전갈을 든 비둘기 네 마리를 폭스우드로 보냈다.

바로 다음 날 아침 공격이 시작되었다. 동물들이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망을 보던 이들이 달려와서 프레더릭과 그 패거리가 벌써 다섯 가로대 대문을 넘어왔다고 알렸다. 동물들은 꽤 용감하게 나가서 그들을 맞섰지만, 이번에는 외양간 전투 때처럼 쉽게 이기지 못했다. 사내가 열다섯 명이었고 총이 여섯 자루나 있었는데, 그들은 50미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총을 쏘기 시작했다. 동물들은 끔찍한 폭발음과 따끔한 산탄 알갱이를 견딜 수 없었고, 나폴레옹과 복서가 다시 모으려고 애썼는데도 곧 밀려나고 말았다. 이미 여럿이 다쳤다. 동물들은 농장 건물로 피해 틈새와 옹이구멍으로 조심스럽게 밖을 엿보았다. 풍차를 포함한 큰 목초지 전체가 적의 손에 넘어갔다. 그 순간에는 나폴레옹조차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꼬리를 뻣뻣하게 세우고 씰룩거리며 말없이 이리저리 서성였다. 다들 간절한 눈길로 폭스우드 쪽을 바라보았다. 필킹턴과 그 일꾼들이 도와준다면 아직 이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날 내보냈던 비둘기 네 마리가 돌아왔고, 그 가운데 한 마리가 필킹턴에게서 받은 종잇조각을 물고 있었다. 거기에는 연필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꼴좋다."

그사이 프레더릭과 그 일꾼들은 풍차 둘레에 멈춰 섰다. 동물들은 그들을 지켜보았고, 낙담한 웅성거림이 퍼졌다. 사내 둘이 쇠지레와 큰 쇠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들은 풍차를 부수려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나폴레옹이 외쳤다. "우리는 벽을 그러기엔 너무 두껍게 쌓았습니다. 일주일이 걸려도 부수지 못할 겁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동무 여러분!"

하지만 벤저민은 사내들이 움직이는 것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쇠망치와 쇠지레를 든 두 사내는 풍차 밑동 가까이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벤저민은 천천히, 거의 재미있어하는 듯한 태도로 긴 주둥이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그가 말했다. "저들이 뭘 하는지 안 보여? 조금 있으면 저 구멍에 폭약을 채워 넣을 거야."

동물들은 겁에 질려 기다렸다. 이제는 건물 밖으로 나가 볼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몇 분 뒤 사내들이 사방으로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는 귀가 먹먹한 굉음이 울렸다. 비둘기들이 공중으로 소용돌이치며 날아올랐고, 나폴레옹을 뺀 모든 동물이 배를 땅에 바짝 대고 엎드려 얼굴을 감췄다. 다시 일어나 보니 풍차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검은 연기 구름이 걸려 있었다. 바람이 천천히 연기를 날려 보냈다. 풍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광경을 보자 동물들에게 용기가 되살아났다. 조금 전까지 느꼈던 두려움과 절망은 이 비열하고 더러운 짓에 대한 분노 속에 잠겨 버렸다. 복수를 외치는 거대한 함성이 터졌고, 동물들은 다른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고 한 덩어리가 되어 적을 향해 곧장 돌격했다. 이번에는 우박처럼 쏟아지는 잔인한 산탄 알갱이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납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사내들은 쏘고 또 쏘았고, 동물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몽둥이와 무거운 장화를 휘둘렀다. 소 한 마리와 양 세 마리와 거위 두 마리가 죽었고, 거의 모두가 다쳤다. 뒤에서 작전을 지휘하던 나폴레옹조차 산탄 알갱이에 꼬리 끝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사내들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셋은 복서의 발굽에 맞아 머리가 깨졌고, 또 하나는 소의 뿔에 배를 받혔고, 또 하나는 제시와 블루벨에게 바지가 거의 다 찢겨 나갔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생울타리 뒤로 몰래 돌아가라고 지시해 두었던 그의 호위대 개 아홉 마리가 갑자기 사내들의 옆구리 쪽에 나타나 사납게 짖어 대자, 사내들은 겁에 질렸다. 그들은 자기들이 포위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았다. 프레더릭은 아직 길이 열려 있을 때 빠져나가자고 일꾼들에게 외쳤고, 다음 순간 겁쟁이 적들은 죽어라 달아나고 있었다. 동물들은 들판 맨 아래까지 그들을 쫓아갔고, 그들이 가시덤불 생울타리를 억지로 뚫고 나갈 때 마지막으로 몇 번 더 걷어찼다.

그들은 이겼지만 지치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동물들은 천천히 절뚝거리며 농장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풀밭에 쓰러져 있는 동무들의 주검을 보자 몇몇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풍차가 서 있던 자리에서 슬픔에 잠겨 말없이 멈춰 섰다. 그랬다, 풍차는 사라졌다. 그들이 한 노동의 흔적이 거의 마지막 하나까지 사라졌다! 주춧돌마저 일부가 부서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지으려 해도 예전처럼 무너진 돌을 쓸 수도 없었다. 이번에는 돌들까지 사라졌다. 폭발의 힘에 돌들이 수백 미터 밖까지 날아가 버린 것이다. 마치 풍차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동물들이 농장에 다가가자, 싸우는 동안 웬일인지 보이지 않던 스퀼러가 꼬리를 휙휙 흔들고 흡족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깡충깡충 그들 쪽으로 왔다. 그리고 동물들은 농장 건물 쪽에서 장엄하게 울리는 총소리를 들었다.

"저 총은 왜 쏘는 거야?" 복서가 말했다.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려고!" 스퀼러가 외쳤다.

"무슨 승리?" 복서가 말했다. 그의 무릎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고, 편자 하나를 잃고 발굽이 쪼개졌으며, 뒷다리에는 산탄 알갱이가 열두 개나 박혀 있었다.

"무슨 승리냐고, 동무? 우리가 우리 땅에서, 동물농장의 신성한 땅에서 적을 몰아내지 않았어?"

"하지만 저들이 풍차를 부쉈잖아. 우리가 2년이나 매달려 지은 건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풍차는 또 지으면 돼. 마음만 먹으면 여섯 개라도 지을 거야. 동무, 넌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몰라. 적은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을 차지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나폴레옹 동무의 지도 덕분에, 우리는 그 땅을 한 뼘도 남김없이 되찾았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걸 되찾은 거네," 복서가 말했다.

"그게 우리의 승리야," 스퀼러가 말했다.

그들은 절뚝거리며 마당으로 들어갔다. 복서의 다리 살갗 밑에 박힌 산탄 알갱이가 몹시 쑤셨다. 그는 풍차를 주춧돌부터 다시 짓는 고된 노동이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고, 벌써 마음속으로 그 일을 위해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기가 열한 살이며 어쩌면 자기의 그 굵은 근육도 예전 같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록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다시 총소리를 듣고(총은 모두 일곱 번 울렸다), 나폴레옹이 동물들의 활약을 축하하는 연설을 듣자, 동물들은 결국 자기들이 큰 승리를 거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에서 죽은 동물들의 장례가 엄숙하게 치러졌다. 복서와 클로버가 영구차 노릇을 하는 짐마차를 끌었고, 나폴레옹이 몸소 행렬 맨 앞에서 걸었다. 꼬박 이틀이 축하 행사에 바쳐졌다. 노래와 연설이 있었고, 총도 더 쏘았고, 동물마다 사과 한 개씩, 새마다 곡식 60그램씩, 개마다 비스킷 세 개씩 특별 선물이 내려졌다. 이 전투는 '풍차 전투'라고 부르기로 했고, 나폴레옹이 새로운 훈장인 '녹색 깃발 훈장'을 만들어 자기 자신에게 수여했다는 발표가 났다. 모두가 들떠 즐거워하는 가운데 지폐에 얽힌 불운한 일은 잊혔다.

그로부터 며칠 뒤, 돼지들이 농가 지하실에서 위스키 한 상자를 찾아냈다. 처음 그 집을 차지했을 때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그날 밤 농가에서 큰 노랫소리가 들려왔는데, 모두가 놀랍게도 그 속에 「잉글랜드의 짐승들」 가락이 섞여 있었다. 아홉 시 반쯤, 존스 씨의 낡은 중산모를 쓴 나폴레옹이 뒷문으로 나와서 마당을 빠르게 한 바퀴 내달리고는 다시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그런데 아침이 되자 농가에는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움직이는 돼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스퀼러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눈빛이 흐리멍덩하고,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느리고 풀 죽은 걸음으로 걸었는데, 영락없이 크게 앓는 모습이었다. 그는 동물들을 불러 모아 끔찍한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했다. 나폴레옹 동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농가 문밖에 짚이 깔렸고, 동물들은 발끝으로 걸었다. 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지도자를 잃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서로에게 물었다. 결국 스노볼이 나폴레옹의 음식에 독을 넣는 데 성공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열한 시에 스퀼러가 또 발표를 하러 나왔다. 나폴레옹 동무가 이 세상에서 하는 마지막 일로 엄숙한 법령을 공포했다고 했다. 술을 마시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나폴레옹은 조금 나아진 것 같았고, 다음 날 아침 스퀼러는 그가 회복하고 있다고 알릴 수 있었다. 그날 저녁에는 나폴레옹이 다시 일을 시작했고, 그다음 날에는 그가 윔퍼에게 윌링던에서 맥주 빚기와 술 증류에 관한 소책자 몇 권을 사 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일주일 뒤 나폴레옹은 과수원 너머의 작은 풀밭을 갈아엎으라고 명령했다. 그 풀밭은 원래 더 일할 수 없는 동물들이 풀을 뜯으며 쉬는 곳으로 떼어 두기로 했던 곳이었다. 목초지가 지쳐서 씨를 다시 뿌려야 한다는 발표가 났지만, 곧 나폴레옹이 거기에 보리를 심으려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무렵 거의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어느 날 밤 열두 시쯤 마당에서 무언가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났고, 동물들은 우리에서 뛰쳐나왔다. 달빛이 밝은 밤이었다. 일곱 계명이 쓰여 있는 큰 헛간 끝 벽 아래에 두 동강 난 사다리가 쓰러져 있었다. 그 곁에는 스퀼러가 잠시 정신을 잃고 큰대자로 뻗어 있었고, 가까이에 등불과 페인트 붓과 엎어진 흰 페인트 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개들이 곧바로 스퀼러를 빙 둘러쌌고, 그가 걸을 수 있게 되자마자 농가로 데리고 돌아갔다. 동물들 가운데 이게 무슨 뜻인지 짐작이라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늙은 벤저민만 빼고. 그는 다 안다는 듯 주둥이를 끄덕였고, 무슨 일인지 아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혼자 일곱 계명을 읽어 보던 뮤리엘은 동물들이 잘못 기억하고 있던 계명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다섯 번째 계명이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잊어버린 말이 있었다. 실제로 계명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떤 동물도 '지나치게'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9장

복서의 쪼개진 발굽은 오랫동안 낫지 않았다. 동물들은 승리 축하 행사가 끝난 다음 날부터 풍차를 다시 짓기 시작했다. 복서는 하루도 일을 쉬려 하지 않았고, 아파하는 티를 내지 않는 것을 명예로 여겼다. 저녁이면 그는 클로버에게만 남몰래 발굽이 무척 괴롭다고 털어놓았다. 클로버는 약초를 씹어 만든 찜질약으로 발굽을 치료해 주었고, 클로버와 벤저민은 둘 다 복서에게 일을 좀 덜 하라고 졸랐다. "말의 허파도 영원하진 않아," 클로버가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복서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단 하나 진짜 소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전에 풍차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 동물농장의 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은퇴 나이는 말과 돼지는 열두 살, 소는 열네 살, 개는 아홉 살, 양은 일곱 살, 닭과 거위는 다섯 살로 정해졌다. 넉넉한 노령 연금도 합의되었다. 아직 연금을 받고 실제로 은퇴한 동물은 없었지만, 요즘 들어 그 이야기가 점점 더 자주 나왔다. 과수원 너머의 작은 밭이 보리밭이 되었으니, 이제 큰 목초지 한 귀퉁이에 울타리를 쳐서 나이 든 동물들이 풀을 뜯는 곳으로 삼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말의 경우 연금은 하루에 곡식 2.3킬로그램, 겨울에는 건초 7킬로그램이고, 공휴일에는 당근 하나나 어쩌면 사과 하나가 나온다고 했다. 복서의 열두 번째 생일은 이듬해 늦여름이었다.

그사이 삶은 고달팠다. 겨울은 지난겨울만큼 추웠고, 먹이는 더 모자랐다. 이번에도 돼지와 개들의 몫을 빼고는 모든 배급이 줄었다. 스퀼러는 배급을 너무 엄격하게 똑같이 나누면 동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그는 겉으로야 어떻게 보이든 다른 동물들이 사실은 먹이가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증명해 보였다. 당분간 배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사실이었지만(스퀼러는 늘 그것을 '조정'이라고 했지, 결코 '삭감'이라고 하지 않았다), 존스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나아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날카롭고 빠른 목소리로 숫자를 읽어 내려가며, 동물들이 존스 시절보다 귀리도, 건초도, 순무도 더 많이 받고, 일하는 시간은 더 짧고, 마시는 물은 더 깨끗하고, 더 오래 살고, 어린 새끼들이 살아남는 비율도 더 높고, 우리에 깔린 짚도 더 많고, 벼룩에도 덜 시달린다는 것을 자세히 증명했다. 동물들은 그 말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믿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존스와 그가 상징하던 모든 것은 그들의 기억에서 거의 희미해져 있었다. 그들은 요즘 삶이 혹독하고 헐벗었으며, 자주 배고프고 자주 추우며, 잠자는 때가 아니면 대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옛날에는 틀림없이 더 나빴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는 것이 기뻤다. 게다가 그때 그들은 노예였고 지금은 자유로웠으며, 스퀼러가 빠뜨리지 않고 짚어 주었듯이, 바로 그 점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먹여 살려야 할 입이 훨씬 많아졌다. 가을에 암퇘지 네 마리가 거의 동시에 새끼를 낳아서, 모두 합쳐 새끼 돼지가 서른한 마리나 태어났다. 새끼 돼지들은 얼룩무늬였는데, 농장에 수퇘지라고는 나폴레옹뿐이었으니 그 아비가 누구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벽돌과 목재를 사들이면 농가 뜰에 교실을 지을 것이라는 발표가 났다. 당분간 새끼 돼지들은 농가 부엌에서 나폴레옹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은 뜰에서 운동을 했고, 다른 어린 동물들과 어울려 노는 것은 말렸다. 또 이 무렵, 길에서 돼지와 다른 동물이 마주치면 다른 동물이 비켜서야 한다는 것과, 모든 돼지는 지위에 상관없이 일요일에 꼬리에 초록 리본을 다는 특권을 누린다는 것이 규칙으로 정해졌다.

농장은 꽤 괜찮은 한 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돈이 모자랐다. 교실을 지을 벽돌과 모래와 석회를 사야 했고, 풍차에 들어갈 기계를 위해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해야 했다. 또 집에서 쓸 등유와 양초, 나폴레옹의 식탁에 오를 설탕(그는 살이 찐다는 이유로 다른 돼지들에게는 설탕을 금했다), 그리고 연장, 못, 끈, 석탄, 철사, 고철, 개 비스킷처럼 늘 새로 사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건초 한 더미와 감자 수확 일부를 팔았고, 달걀 계약은 일주일에 육백 개로 늘었다. 그래서 그해 암탉들은 수를 겨우 유지할 만큼만 병아리를 깠다. 12월에 줄어든 배급은 2월에 또 줄었고, 기름을 아끼려고 우리 안에 등불을 켜는 것도 금지되었다. 하지만 돼지들은 꽤 편안해 보였고, 오히려 살이 찌고 있었다. 2월 말의 어느 오후, 동물들이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따뜻하고 진하고 입맛 도는 냄새가 존스 시절에는 쓰지 않던, 부엌 너머의 작은 양조장에서 마당 저편으로 풍겨 왔다. 누군가 보리 삶는 냄새라고 했다. 동물들은 배고픈 듯 공기를 킁킁 맡으며 저녁으로 따뜻한 죽이 나오는 건 아닐까 궁금해했다. 하지만 따뜻한 죽은 나오지 않았고, 다음 일요일에 이제부터 보리는 모두 돼지들 몫이라는 발표가 났다. 과수원 너머 밭에는 이미 보리가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곧 모든 돼지가 날마다 맥주를 반 리터씩 받고, 나폴레옹은 2리터가 넘게 받는데, 그의 맥주는 늘 크라운 더비 수프 그릇에 담겨 나온다는 소문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견뎌야 할 고생이 있다 해도, 요즘의 삶에는 예전보다 더 큰 품위가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어느 정도 메워 주었다. 노래도 더 많고, 연설도 더 많고, 행진도 더 많았다. 나폴레옹은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 시위'라는 것을 열라고 명령했다. 그 목적은 동물농장의 투쟁과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동물들은 일을 멈추고 군대처럼 대열을 지어 농장 경내를 행진했다. 돼지가 앞장서고, 그다음은 말, 그다음은 소, 그다음은 양, 그다음은 닭과 오리였다. 개들은 행렬 양옆을 따랐고, 맨 앞에서는 나폴레옹의 검은 수탉이 행진했다. 복서와 클로버는 언제나 발굽과 뿔과 함께 "나폴레옹 동무 만세!"라는 글귀를 적은 초록 깃발을 둘이 함께 들었다. 행진이 끝나면 나폴레옹을 기리는 시를 낭송했고, 스퀼러가 최근에 먹을거리 생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자세히 알려 주는 연설을 했고, 이따금 총을 한 발 쏘기도 했다. 자발적 시위를 가장 열렬히 좋아한 것은 양들이었다. 누군가 시위가 시간 낭비이고 추위 속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고 불평하면(돼지나 개가 근처에 없을 때 몇몇 동물들이 가끔 그렇게 불평했다), 양들이 틀림없이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를 우렁차게 매애 울어 그 입을 다물게 했다. 하지만 대체로 동물들은 이런 행사를 즐겼다. 결국 자기들이 진짜로 자기들의 주인이며 자기들이 하는 일은 자기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노래와 행진과 스퀼러의 숫자 목록과 우렁찬 총소리와 수탉의 울음소리와 펄럭이는 깃발 덕분에, 동물들은 적어도 얼마 동안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잊을 수 있었다.

4월에 동물농장은 공화국으로 선포되었고, 대통령을 뽑아야 했다. 후보는 나폴레옹 하나뿐이었고, 그는 만장일치로 뽑혔다. 같은 날, 스노볼이 존스와 공모한 것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밝혀 주는 새로운 문서가 발견되었다는 발표가 났다. 이제 보니 스노볼은 동물들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계략을 써서 외양간 전투를 지려고 한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존스 편에서 싸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인간 쪽 군대를 이끈 지도자가 바로 그였고, 그는 "인류 만세!"를 외치며 싸움터로 돌진했다고 했다. 몇몇 동물들이 아직도 보았다고 기억하는 스노볼 등의 상처는 나폴레옹의 이빨에 물린 자국이라고 했다.

한여름에 까마귀 모지스가 몇 해 동안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농장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서, 여전히 일은 하지 않고 얼음사탕 산에 대해 예전과 똑같은 투로 떠들었다. 그는 그루터기 위에 앉아 검은 날개를 퍼덕이며, 들어 주는 동물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몇 시간씩 이야기했다. "저 위에 있습니다, 동무 여러분," 그는 커다란 부리로 하늘을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하곤 했다. "저 위, 여러분 눈에 보이는 저 먹구름 바로 건너편에, 거기 얼음사탕 산이 있습니다. 우리 불쌍한 동물들이 영원히 일에서 벗어나 쉬게 될 그 행복한 나라가요!" 그는 한번 높이 날아올랐을 때 그곳에 가 보았으며, 끝없는 토끼풀 밭과 생울타리마다 자라는 아마씨 깻묵과 각설탕을 보았다고까지 했다. 많은 동물들이 그의 말을 믿었다. 지금 우리 삶은 배고프고 고되다, 그러니 어딘가에 더 나은 세상이 있는 것이 옳고 마땅하지 않은가, 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것은 모지스에 대한 돼지들의 태도였다. 돼지들은 모두 얼음사탕 산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경멸하듯 말하면서도, 그가 일도 하지 않고 농장에 머물게 해 주었고, 날마다 맥주를 작은 잔으로 한 잔씩 주었다.

발굽이 낫자 복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했다. 사실 그해에는 모든 동물이 노예처럼 일했다. 농장의 정해진 일과 풍차를 다시 짓는 일 말고도, 3월에 시작한 새끼 돼지들의 학교 짓기가 있었다. 모자란 먹이로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복서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 어디에서도 그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었다. 털가죽은 예전보다 윤기가 덜했고, 커다란 엉덩이는 쪼그라든 것 같았다. 다른 동물들은 "봄풀이 나면 복서도 기운을 차릴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봄이 왔는데도 복서는 살이 오르지 않았다. 이따금 채석장 꼭대기로 이어지는 비탈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의 무게를 버티려고 근육에 힘을 줄 때면, 계속하겠다는 의지 말고는 아무것도 그를 서 있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그의 입술이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라는 말을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는 목소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에도 클로버와 벤저민은 건강을 돌보라고 경고했지만, 복서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의 열두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연금을 받으며 쉬러 가기 전에 돌을 넉넉히 쌓아 둘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었다.

여름의 어느 늦은 저녁, 복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문이 갑자기 농장에 퍼졌다. 그는 혼자 나가서 돌 한 짐을 풍차까지 끌고 내려가던 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은 사실이었다. 몇 분 뒤 비둘기 두 마리가 그 소식을 들고 날아왔다. "복서가 쓰러졌어! 옆으로 누워서 못 일어나!"

농장 동물의 절반쯤이 풍차가 서 있는 언덕으로 달려 나갔다. 거기 복서가 수레 끌채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목을 쭉 뻗은 채 머리조차 들지 못했다. 눈은 흐릿했고, 옆구리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입에서는 가느다란 피 한 줄기가 흘러나와 있었다. 클로버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복서!" 클로버가 외쳤다. "괜찮아?"

"허파 때문이야," 복서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나 없이도 너희가 풍차를 끝낼 수 있을 거야. 돌은 꽤 많이 쌓아 뒀어. 어차피 한 달만 더 하면 되는 거였고. 사실 은퇴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어쩌면 벤저민도 나이가 들었으니 같이 은퇴하게 해 줘서 내 말동무가 되어 줄지도 몰라."

"당장 도움을 구해야 해," 클로버가 말했다. "누가 얼른 달려가서 스퀼러한테 이 일을 알려 줘."

다른 동물들은 모두 곧바로 스퀼러에게 소식을 전하러 농가로 내달렸다. 클로버만 남았고, 벤저민도 남아서 복서 곁에 엎드려 아무 말 없이 긴 꼬리로 그에게서 파리를 쫓아 주었다. 15분쯤 지나 스퀼러가 몹시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타났다. 그는 나폴레옹 동무가 농장에서 가장 충실한 일꾼 가운데 하나에게 닥친 이 불행을 알고 더없이 깊이 상심했으며, 벌써 복서를 윌링던의 병원으로 보내 치료받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동물들은 그 말에 조금 불안해졌다. 몰리와 스노볼 말고는 농장을 떠난 동물이 하나도 없었고, 병든 동무를 인간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퀼러는 윌링던의 수의사가 농장에서 하는 것보다 복서를 훨씬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쉽게 설득했다. 그리고 30분쯤 지나 복서가 조금 기운을 차리자, 동물들은 간신히 그를 일으켜 세웠고, 그는 클로버와 벤저민이 짚을 두툼하게 깔아 둔 자기 마구간까지 겨우 절뚝거리며 돌아갔다.

그 뒤 이틀 동안 복서는 마구간에 누워 있었다. 돼지들은 욕실 약상자에서 찾아낸 분홍색 물약 큰 병 하나를 보내 주었고, 클로버는 하루 두 번 밥을 먹은 뒤에 그것을 복서에게 먹였다. 저녁이면 클로버는 그의 마구간에 엎드려 이야기를 나누었고, 벤저민은 파리를 쫓아 주었다. 복서는 이 일을 아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잘 회복하면 3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고, 큰 목초지 한 귀퉁이에서 보낼 평화로운 날들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공부하고 마음을 닦을 여유가 생기는 것은 처음일 것이었다. 그는 남은 생애를 알파벳의 나머지 스물두 글자를 배우는 데 바칠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벤저민과 클로버는 일이 끝난 뒤에만 복서와 함께 있을 수 있었는데, 그를 데려갈 짐마차가 온 것은 한낮이었다. 동물들이 모두 돼지 한 마리의 감독 아래 순무밭 김을 매고 있는데, 벤저민이 목청껏 울부짖으며 농장 건물 쪽에서 달려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벤저민이 흥분한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그가 내달리는 모습을 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빨리, 빨리!" 그가 외쳤다. "당장 와! 그놈들이 복서를 데려가고 있어!" 동물들은 돼지의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고 일을 내던지고 농장 건물로 달려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마당에는 말 두 마리가 끄는 지붕 덮인 커다란 짐마차가 서 있었다. 옆구리에는 글씨가 쓰여 있었고, 운전석에는 운두가 낮은 중산모를 쓴 교활해 보이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복서의 마구간은 비어 있었다.

동물들은 짐마차 둘레로 몰려들었다. "잘 가, 복서!" 그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잘 가!"

"바보들! 바보들아!" 벤저민이 그들 둘레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작은 발굽으로 땅을 구르며 소리쳤다. "바보들! 저 짐마차 옆구리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안 보여?"

그 말에 동물들은 멈칫했고, 잠잠해졌다. 뮤리엘이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벤저민은 뮤리엘을 밀어내고, 죽은 듯한 정적 속에서 읽었다.

"'앨프리드 시먼즈, 말 도살 및 아교 제조, 윌링던. 가죽과 뼛가루 판매. 사냥개 사육장 납품.'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놈들이 복서를 말 도살업자한테 데려가는 거라고!"

모든 동물에게서 공포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마부석의 사내가 말들에게 채찍질을 했고, 짐마차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을 빠져나갔다. 동물들은 모두 목청껏 소리치며 뒤를 쫓았다. 클로버가 앞으로 헤치고 나갔다. 짐마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클로버는 육중한 다리를 움직여 내달리려 했지만 겨우 구보에 그쳤다. "복서!" 클로버가 외쳤다. "복서! 복서! 복서!" 그런데 바로 그때, 밖의 소란을 듣기라도 한 듯, 콧등에 흰 줄이 난 복서의 얼굴이 짐마차 뒤쪽의 작은 창문에 나타났다.

"복서!" 클로버가 끔찍한 목소리로 외쳤다. "복서! 나와! 빨리 나와! 놈들이 널 죽이러 데려가는 거야!"

동물들은 모두 "나와, 복서, 나와!" 하고 따라 외쳤다. 하지만 짐마차는 벌써 속도를 내며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복서가 클로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뒤 그의 얼굴이 창문에서 사라지더니, 짐마차 안에서 발굽으로 엄청나게 쿵쿵 차는 소리가 났다. 그는 발로 차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었다. 복서가 발굽으로 몇 번만 차면 짐마차가 성냥개비처럼 부서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아! 그의 힘은 이미 그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 몇 순간 뒤 발굽 소리는 점점 약해지다가 잦아들었다. 절망한 동물들은 짐마차를 끄는 말 두 마리에게 멈춰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동무들, 동무들!" 그들은 외쳤다. "너희 형제를 죽음으로 끌고 가지 마!"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기엔 너무 무지한 그 멍청한 짐승들은 귀를 뒤로 젖히고 걸음만 더 재촉했다. 복서의 얼굴은 다시 창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 앞질러 달려가 다섯 가로대 대문을 닫을 생각을 했지만 너무 늦었다. 다음 순간 짐마차는 대문을 지나 길 저편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복서는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사흘 뒤, 복서가 말이 받을 수 있는 온갖 보살핌을 다 받았는데도 윌링던의 병원에서 죽었다는 발표가 났다. 스퀼러가 그 소식을 알리러 왔다. 그는 복서의 마지막 몇 시간을 곁에서 지켰다고 했다.

"제가 본 것 가운데 가장 가슴 뭉클한 광경이었습니다!" 스퀼러가 앞발을 들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머리맡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말할 기운조차 거의 없을 때, 그는 풍차가 완성되기 전에 떠나는 것이 단 하나의 슬픔이라고 제 귀에 속삭였습니다. '앞으로, 동무들!' 그가 속삭였습니다. '반란의 이름으로 앞으로. 동물농장 만세! 나폴레옹 동무 만세!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 동무 여러분,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스퀼러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고, 말을 잇기 전에 작은 눈으로 이리저리 의심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그는 복서를 데려갈 때 어리석고 사악한 소문이 돌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몇몇 동물들이 복서를 데려간 짐마차에 '말 도살'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는, 복서가 말 도살업자에게 보내지는 거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어떤 동물이 그렇게까지 어리석을 수 있다니 거의 믿기지 않는다고 스퀼러는 말했다. 설마, 그는 꼬리를 휙휙 흔들고 이리저리 깡충거리며 분개해서 외쳤다, 설마 여러분이 사랑하는 지도자 나폴레옹 동무를 그 정도로밖에 모른단 말입니까? 하지만 사실 그 까닭은 아주 간단했다. 그 짐마차는 원래 말 도살업자의 것이었는데, 수의사가 사들이고는 옛 이름을 아직 칠해 지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착각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동물들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안도했다. 그리고 스퀼러가 복서의 임종 모습과 그가 받은 훌륭한 보살핌, 나폴레옹이 값을 따지지 않고 치른 비싼 약들에 대해 생생하게 더 이야기하자, 그들의 마지막 의심마저 사라졌다. 그리고 동무의 죽음에 대해 느끼던 슬픔은, 적어도 그가 행복하게 죽었다는 생각에 조금 누그러졌다.

다음 일요일 아침 모임에는 나폴레옹이 몸소 나타나 복서를 기리는 짧은 추도 연설을 했다. 애도해 마지않는 동무의 유해를 농장으로 모셔 와 묻을 수는 없었지만, 농가 뜰의 월계수로 커다란 화환을 만들어 복서의 무덤에 바치도록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돼지들은 복서를 기리는 추모 연회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나폴레옹은 복서가 가장 좋아하던 두 격언, "내가 더 열심히 일하면 돼"와 "나폴레옹 동무는 언제나 옳다"를 되새기며 연설을 마쳤다. 모든 동물이 이 격언들을 자기 것으로 삼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연회를 열기로 한 날, 식료품 가게 짐차가 윌링던에서 와서 농가에 커다란 나무 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날 밤 시끌벅적한 노랫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격렬하게 다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열한 시쯤 유리가 엄청나게 와장창 깨지는 소리로 끝났다. 다음 날 한낮이 될 때까지 농가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돼지들이 어디선가 돈을 구해서 위스키를 또 한 상자 사들였다는 말이 돌았다.

10장

세월이 흘렀다. 계절이 오고 갔고, 동물들의 짧은 생애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클로버와 벤저민과 까마귀 모지스와 몇몇 돼지들 말고는 반란 이전의 옛날을 기억하는 이가 아무도 없는 때가 왔다.

뮤리엘은 죽었다. 블루벨과 제시와 핀처도 죽었다. 존스도 죽었다. 그는 그 지방의 다른 곳에 있는 알코올 중독자 요양소에서 죽었다. 스노볼은 잊혔다. 복서도 그를 알던 몇몇을 빼고는 잊혔다. 클로버는 이제 관절이 뻣뻣하고 눈에 눈곱이 잘 끼는, 늙고 뚱뚱한 암말이었다. 은퇴할 나이를 두 해나 넘겼지만, 사실 실제로 은퇴한 동물은 하나도 없었다. 목초지 한 귀퉁이를 나이 든 동물들을 위해 떼어 두자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쑥 들어갔다. 나폴레옹은 이제 몸무게가 150킬로그램이나 되는 다 자란 수퇘지였다. 스퀼러는 너무 살이 쪄서 눈앞을 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늙은 벤저민만이 주둥이 둘레가 조금 더 하얘진 것과, 복서가 죽은 뒤로 그 어느 때보다 더 침울하고 말이 없어진 것 말고는 예전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이제 농장에는 동물이 훨씬 많아졌다. 다만 초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크게 늘지는 않았다. 반란이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희미한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동물들이 많이 태어났고, 이곳에 오기 전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는 동물들도 많이 사들였다. 이제 농장에는 클로버 말고도 말이 세 마리 있었다. 다들 늠름하고 훌륭한 짐승들이었고, 기꺼이 일하고 좋은 동무였지만, 아주 어리석었다. 셋 가운데 누구도 알파벳을 B 이상 익히지 못했다. 그들은 반란과 동물주의의 원리에 대해 듣는 것은 무엇이든, 특히 거의 어머니처럼 존경하는 클로버에게서 듣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의심스러웠다.

농장은 이제 더 번창했고 더 잘 조직되어 있었다. 필킹턴 씨에게서 사들인 밭 두 곳만큼 넓어지기까지 했다. 풍차는 마침내 성공적으로 완공되었고, 농장은 탈곡기와 건초 올리는 기계를 따로 갖추었으며, 새 건물도 여러 채 늘었다. 윔퍼는 이륜마차를 한 대 장만했다. 하지만 풍차는 결국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이지 않았다. 곡식을 빻는 데 쓰였고, 그것으로 꽤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동물들은 풍차를 하나 더 짓느라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것이 완공되면 발전기를 설치할 거라고들 했다. 하지만 스노볼이 한때 동물들에게 꿈꾸게 했던 호사스러운 것들, 전깃불과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는 우리, 일주일에 사흘만 일하는 것은 더 이상 입에 오르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그런 생각들이 동물주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가장 참된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사는 데 있다고 그는 말했다.

어쩐지 농장은 더 부유해졌는데 동물들 자신은 조금도 부유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돼지와 개들은 빼고. 어쩌면 그것은 돼지도 많고 개도 많은 탓이기도 했다. 이 짐승들이 제 나름대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스퀼러가 지칠 줄 모르고 설명했듯이, 농장을 감독하고 조직하는 데는 끝없는 일이 있었다. 그 일의 대부분은 다른 동물들이 너무 무지해서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이를테면 스퀼러는 돼지들이 날마다 '서류철', '보고서', '회의록', '비망록'이라는 알 수 없는 것들에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들은 커다란 종이로, 빽빽하게 글씨로 덮어야 했고, 다 덮이고 나면 곧바로 화로에 넣어 태웠다. 스퀼러는 이것이 농장의 안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돼지든 개든 자기 노동으로 먹을 것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수가 아주 많았고, 언제나 식욕이 좋았다.

다른 동물들로 말하자면, 그들이 아는 한 그들의 삶은 늘 그래 왔던 그대로였다. 그들은 대개 배가 고팠고, 짚 위에서 잤고, 웅덩이에서 물을 마셨고, 들에서 일했다.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렸고, 여름에는 파리에 시달렸다. 이따금 그들 가운데 나이 든 동물들은 흐릿한 기억을 짜내며, 존스를 쫓아낸 지 얼마 안 된 반란 초기에 사정이 지금보다 나았는지 못했는지 가려 보려고 했다. 그들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지금의 삶과 견주어 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기댈 것이라곤 모든 것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증명해 보이는 스퀼러의 숫자 목록뿐이었다. 동물들은 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제 그런 것을 따져 볼 시간도 거의 없었다. 늙은 벤저민만이 자기 긴 생애의 구석구석을 다 기억한다고 했고, 사정은 결코 훨씬 더 좋았던 적도 훨씬 더 나빴던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굶주림과 고생과 실망은, 그의 말로는, 바꿀 수 없는 삶의 법칙이었다.

그래도 동물들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들은 동물농장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한 명예와 특권 의식을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주 전체에서, 아니 잉글랜드 전체에서 동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유일한 농장이었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가장 어린 동물조차, 15킬로미터나 30킬로미터 떨어진 농장에서 데려온 새로 온 동물들조차, 그 사실에 감탄하기를 그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총소리가 울리고 깃대 꼭대기에서 초록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볼 때면, 그들의 가슴은 사라지지 않는 자부심으로 벅차올랐고, 이야기는 언제나 옛 영웅 시절로, 존스를 쫓아낸 일로, 일곱 계명을 쓰던 일로, 쳐들어온 인간들을 무찌른 큰 전투들로 흘러갔다. 옛 꿈들은 하나도 버려지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푸른 들판이 더는 인간의 발에 밟히지 않게 될 날, 메이저가 예언한 동물 공화국은 여전히 믿어지고 있었다. 언젠가 그날은 올 것이었다. 곧은 아닐 수도 있고, 지금 살아 있는 어떤 동물의 생애 안에서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날은 올 것이었다. 「잉글랜드의 짐승들」 곡조조차 여기저기서 몰래 흥얼거려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농장의 모든 동물이 그 곡조를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감히 소리 내어 부르는 동물은 없었겠지만. 그들의 삶은 고되고, 그들의 희망이 다 이루어진 것도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다른 동물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굶주린다면, 그것은 폭군 같은 인간들을 먹여 살리느라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고되게 일한다면, 적어도 자기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그들 가운데 두 발로 걷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다른 동물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이도 하나도 없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했다.

초여름의 어느 날, 스퀼러는 양들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명령하고는, 농장 반대쪽 끝에 어린 자작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황무지로 그들을 데리고 갔다. 양들은 스퀼러의 감독 아래 거기서 하루 종일 나뭇잎을 뜯어 먹었다. 저녁이 되자 스퀼러는 혼자 농가로 돌아왔지만, 날씨가 따뜻하니 양들에게는 그 자리에 있으라고 일렀다. 결국 양들은 꼬박 일주일을 거기 머물렀고, 그동안 다른 동물들은 양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스퀼러는 날마다 대부분의 시간을 양들과 함께 보냈다. 그는 양들에게 새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러려면 남의 눈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양들이 돌아온 직후의 어느 기분 좋은 저녁, 동물들이 일을 마치고 농장 건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마당에서 겁에 질린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동물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클로버의 목소리였다. 클로버가 다시 울자, 동물들은 모두 내달려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클로버가 본 것을 보았다.

돼지 한 마리가 뒷다리로 걷고 있었다.

그랬다, 스퀼러였다. 그 자세로 자기의 꽤 큰 몸집을 지탱하는 데 아직 썩 익숙하지 않은 듯 조금 어색했지만, 그는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마당을 가로질러 거닐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농가 문에서 돼지들이 길게 줄지어 나왔다. 모두 뒷다리로 걷고 있었다. 더 잘 걷는 돼지도 있었고, 한두 마리는 조금 비틀거려서 지팡이라도 짚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모두가 마당을 한 바퀴 무사히 다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개들이 엄청나게 짖어 대고 검은 수탉이 날카롭게 울더니, 나폴레옹이 몸소 나왔다. 그는 위엄 있게 꼿꼿이 서서 거만한 눈길로 좌우를 둘러보았고, 그의 둘레에서는 개들이 껑충껑충 뛰놀았다.

그는 앞발에 채찍을 쥐고 있었다.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놀라고 겁에 질려 서로 바짝 붙어 선 채, 동물들은 돼지들의 긴 행렬이 마당을 천천히 도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치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았다. 그러다 첫 충격이 가시고,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개들에 대한 두려움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결코 불평하지 않고 결코 비판하지 않는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무언가 항의의 말을 꺼냈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마치 신호라도 받은 듯 양들이 모두 엄청나게 매애 울어 대기 시작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그 소리는 5분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양들이 잠잠해졌을 때는 이미 항의할 기회가 지나가 버린 뒤였다. 돼지들이 행진을 하며 농가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벤저민은 누군가 코로 자기 어깨를 비비는 것을 느꼈다. 그가 돌아보았다. 클로버였다. 클로버의 늙은 눈은 그 어느 때보다 흐려 보였다. 클로버는 아무 말 없이 그의 갈기를 살며시 끌어당겨, 일곱 계명이 쓰여 있는 큰 헛간 끝으로 그를 데려갔다. 한동안 둘은 흰 글씨가 쓰인 타르 칠한 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눈이 침침해졌어," 마침내 클로버가 말했다. "젊었을 때도 저기 쓰인 걸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런데 저 벽이 달라 보이는 것 같아. 일곱 계명이 예전 그대로야, 벤저민?"

이번만은 벤저민도 자기 원칙을 깨기로 하고, 벽에 쓰인 것을 클로버에게 읽어 주었다. 이제 거기에는 계명이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러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그 뒤로는, 다음 날 농장 일을 감독하는 돼지들이 모두 앞발에 채찍을 쥐고 있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돼지들이 라디오를 사들이고, 전화를 놓을 준비를 하고, 『존 불』과 『팃비츠』와 『데일리 미러』를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입에 파이프를 물고 농가 뜰을 거니는 모습이 보여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돼지들이 존스 씨의 옷을 옷장에서 꺼내 입고, 나폴레옹은 검은 웃옷에 사냥용 반바지와 가죽 각반을 차고 나타나고, 그가 아끼는 암퇘지는 존스 부인이 일요일마다 입던 물결무늬 비단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조차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뒤 오후, 이륜마차 여러 대가 농장으로 들어왔다. 이웃 농부들의 대표단이 시찰을 오도록 초대받은 것이다. 그들은 농장 구석구석을 안내받았고, 보는 것마다, 특히 풍차에 크게 감탄했다. 동물들은 순무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그들은 땅에서 얼굴을 거의 들지도 않고 부지런히 일했다. 돼지와 인간 방문객 가운데 어느 쪽을 더 무서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농가에서 큰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뒤섞인 목소리를 듣자 동물들은 갑자기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동물과 인간이 대등한 자격으로 만나는 지금, 저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동물들은 한마음으로 되도록 조용히 농가 뜰로 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문 앞에서 그들은 더 나아가기가 반쯤 겁이 나서 멈춰 섰지만, 클로버가 앞장서 들어갔다. 그들은 발끝으로 집까지 다가갔고, 키가 큰 동물들은 식당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 기다란 탁자 둘레에 농부 여섯 명과 지위 높은 돼지 여섯 마리가 앉아 있었고, 나폴레옹은 탁자 맨 끝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돼지들은 의자에 앉은 것이 완전히 편안해 보였다. 일행은 카드놀이를 즐기다가 잠시 멈춘 참이었는데, 분명 건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커다란 주전자가 돌았고, 머그잔마다 맥주가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동물들의 어리둥절한 얼굴을 알아차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폭스우드의 필킹턴 씨가 머그잔을 손에 들고 일어서 있었다. 그는 곧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 건배를 청하겠지만, 그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몇 마디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불신과 오해의 시기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자신은 무척 흡족하며, 이 자리에 계신 다른 분들도 분명 그러실 거라고 그는 말했다. 한때는, 물론 자신이나 이 자리의 누구도 그런 감정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한때는 동물농장의 존경하는 소유주들이 이웃 인간들에게, 적대감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미심쩍은 눈길을 받던 때가 있었다. 불행한 사건들도 일어났고, 잘못된 생각들도 돌았다. 돼지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농장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비정상이며 이웃에 불안한 영향을 끼치기 쉽다고들 여겼다. 너무 많은 농부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농장에서는 방종과 무질서의 기운이 판칠 거라고 짐작했다. 그들은 그것이 자기네 동물들에게, 심지어 자기네 일꾼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의심은 모두 사라졌다. 오늘 그와 그의 친구들은 동물농장을 찾아와 구석구석을 제 눈으로 살펴보았는데, 무엇을 발견했던가? 가장 최신의 방식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농부의 본보기가 될 만한 규율과 질서였다. 동물농장의 하층 동물들은 주의 어떤 동물들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먹는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거라고 그는 믿었다. 실제로 그와 함께 온 방문객들은 오늘 당장 자기네 농장에 들여갈 생각인 점들을 많이 보았다.

그는 동물농장과 이웃들 사이에 지금 흐르고 있고 또 마땅히 흘러야 할 우호적인 감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말을 마치겠다고 했다. 돼지와 인간 사이에는 어떤 이해관계의 충돌도 없으며, 있을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투쟁과 어려움은 하나였다. 노동 문제는 어디서나 같지 않은가? 여기서 필킹턴 씨가 미리 공들여 준비한 우스갯소리를 일행에게 던지려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그는 잠시 너무 우스워서 그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한참 캑캑거리느라 여러 겹의 턱이 자줏빛이 된 끝에 그는 간신히 말을 뱉었다. "여러분에게 다뤄야 할 하층 동물들이 있다면," 그가 말했다. "우리에게는 하층 계급이 있지요!" 이 재치 있는 말에 탁자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필킹턴 씨는 동물농장에서 본 적은 배급과 긴 노동 시간과 전반적으로 응석을 받아 주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 다시 한번 돼지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일행에게 모두 일어서서 잔이 가득 찼는지 확인해 달라고 청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신사 여러분," 필킹턴 씨가 말을 맺었다. "신사 여러분, 건배를 제안합니다. 동물농장의 번영을 위하여!"

열렬한 환호와 발 구르는 소리가 터졌다. 나폴레옹은 무척 흡족해서 자리를 떠나 탁자를 돌아와서는 필킹턴 씨의 머그잔에 자기 잔을 부딪친 다음 단숨에 비웠다. 환호가 가라앉자, 계속 서 있던 나폴레옹이 자기도 할 말이 몇 마디 있다고 알렸다.

나폴레옹의 연설이 늘 그렇듯, 그 연설은 짧고 요점이 분명했다. 그는 자기도 오해의 시기가 끝나서 기쁘다고 했다. 오랫동안 자기와 자기 동료들의 사고방식에 무언가 체제를 뒤엎으려는, 심지어 혁명적인 것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그 소문이 어떤 사악한 적이 퍼뜨린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까닭이 있다고 했다. 그들이 이웃 농장의 동물들 사이에 반란을 부추기려 한다는 누명까지 썼다. 그보다 진실에서 먼 것은 없었다! 그들의 단 하나 바람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이웃들과 평화롭게, 정상적인 사업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영광스럽게도 다스리고 있는 이 농장은 협동조합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땅문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지만, 돼지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옛 의심이 아직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근 농장의 관행에 몇 가지 변화를 주었는데 그것이 신뢰를 더욱 북돋울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농장의 동물들에게는 서로를 '동무'라고 부르는 좀 어리석은 관습이 있었다. 이것은 금지될 것이다. 또 출처를 알 수 없는 아주 이상한 관습도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마다 뜰의 기둥에 못 박혀 있는 수퇘지 두개골 앞을 줄지어 지나가는 것이었다. 이것도 금지될 것이고, 두개골은 이미 땅에 묻었다. 손님들께서는 깃대 꼭대기에 휘날리는 초록 깃발도 보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에 거기 그려져 있던 흰 발굽과 뿔이 이제 지워졌다는 것도 눈치채셨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깃발은 그냥 초록 깃발일 것이다.

그는 필킹턴 씨의 훌륭하고 이웃다운 연설에 딱 한 가지만 지적할 것이 있다고 했다. 필킹턴 씨는 내내 '동물농장'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폴레옹 자신이 지금 처음으로 발표하는 것이니까.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은 폐지되었다. 이제부터 이 농장은 '매너 농장'으로 불릴 것이다. 그는 그것이 이 농장의 바르고 본래의 이름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신사 여러분," 나폴레옹이 말을 맺었다. "아까와 같은 건배를, 다만 다른 형태로 제안하겠습니다. 잔을 가득 채우십시오. 신사 여러분, 제 건배는 이것입니다. 매너 농장의 번영을 위하여!"

아까와 똑같이 우렁찬 환호가 터졌고, 머그잔은 바닥까지 비워졌다. 그런데 밖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동물들에게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돼지들의 얼굴에서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클로버의 늙고 흐린 눈이 이 얼굴에서 저 얼굴로 옮겨 다녔다. 어떤 돼지는 턱이 다섯 겹이었고, 어떤 돼지는 네 겹, 어떤 돼지는 세 겹이었다. 하지만 녹아내리며 바뀌고 있는 것 같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다 박수가 끝나자 일행은 다시 카드를 집어 들고 아까 멈췄던 놀이를 이어 갔고, 동물들은 말없이 슬그머니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20미터도 가지 못하고 우뚝 멈춰 섰다. 농가에서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다시 달려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랬다,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함을 지르고, 탁자를 쾅쾅 치고, 날카롭게 의심하는 눈길을 주고받고, 노발대발하며 부인하고 있었다. 말썽의 원인은 나폴레옹과 필킹턴 씨가 동시에 스페이드 에이스를 한 장씩 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열두 개의 목소리가 화가 나서 고함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들은 모두 똑같았다. 이제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바깥의 동물들은 돼지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서 인간으로 눈길을 옮겼다. 하지만 이미 누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었다.

리뷰

앱에서 이어서 읽기읽던 자리와 서재가 앱에 같이 있습니다.

App Store Google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