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정지용 시집

정지용, 시문학사 1935

5장 · 45분

「향수」 「유리창」 「바다」 「호수」. 한국 현대시의 문을 연 시인의 첫 시집에서 시 87편을 원래의 네 부 차례대로 싣고, 박용철의 발문을 붙였습니다.

1부

〈바다 1〉

고래가 이제 횡단(橫斷) 한 뒤
해협(海峽)이 천막(天幕)처럼 퍼덕이오.

...힌물결 피여오르는 아래로 바독돌 자꼬 자꼬 나려가고,

은(銀)방울 날리듯 떠오르는 바다종달새...

한나잘 노려보오 훔켜잡어 고 빩안살 빼스랴고.

*

미억닢새 향기한 바위틈에
진달레꽃빛 조개가 해ㅅ살 쪼이고,
청제비 제날개에 미끄러저 도-네
유리판 같은 하늘에.
바다는- 속속 드리 보이오.
청대ㅅ닢 처럼 푸른
바다
봄

*

꽃봉오리 줄등 켜듯한
조그만 산으로- 하고 있을까요.

솔나무 대나무
다옥한 수풀로- 하고 있을까요.

노랑 검정 알롱 달롱한
블랑키트 두르고 쪼그린 호랑이로- 하고 있을까요.

당신은 「이러한 풍경(風景)」을 데불고
힌 연기 같은
바다
멀리 멀리 항해(航海)합쇼.

〈바다 2〉

바다는 뿔뿔이
달어 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 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힌 발톱에 찢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쓴 해도(海圖)에
손을 싯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회동그란히 받쳐 들었다 !
지구(地球)는 연(蓮)닢인양 옴으라들고......펴고......

〈비로봉〉

백화(白樺)수풀 앙당한 속에
계절(季節)이 쪼그리고 있다.

이곳은 육체(肉體)없는 적막(寂寞)한 향연장(饗宴場)
이마에 스며드는 향료(香料)로운 자양(滋養)!

해발(海拔)오천(五千)피이트 권운층(卷雲層)우에
그싯는 성냥불!

동해(東海)는 푸른 삽화(揷畵)처럼 움직 않고
누뤼 알이 참벌처럼 옴겨 간다.

연정(戀情)은 그림자 마자 벗쟈
산드랗게 얼어라 ! 귀뜨람이 처럼.

〈홍역〉

석탄(石炭) 속에서 피여 나오는
태고연(太古然)히 아름다운 불을 둘러
십이월(十二月)밤이 고요히 물러 앉다.

유리(琉璃)도 빛나지 않고
창장(窓帳)도 깊이 나리운 대로-
문(門)에 열쇠가 끼인 대로-

눈보라는 꿀벌떼 처럼
닝닝거리고 설레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홍역(紅疫)이 척촉(躑躅)처럼 난만(爛漫)하다.

〈비극〉

비극(悲劇)의 힌얼굴을 뵈인적이 있느냐?
그손님의 얼골은 실로 미(美)하니라.
검은 옷에 가리워 오는 이 고귀(高貴)한 심방(尋訪)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당황(唐慌)한다.
실상 그가 남기고 간 자최가 얼마나 향(香)그럽기에
오랜 후일(後日)에야 평화(平和)와 슬픔과 사랑의 선물을 두고 간줄을 알었다.
그의 발옴김이 또한 표범의 뒤를 따르듯 조심스럽기에
가리어 듣는 귀가 오직 그의 노크를 안다.
묵(墨)이 말러 시(詩)가 써지지 아니하는 이 밤에도
나는 맞이할 예비가 있다.
일즉이 나의 딸하나와 아들하나를 드린일이 있기에
혹은 이밤에 그가 예의(禮儀)를 가추지 않고 오량이면
문밖에서 가벼히 사양하겠다!

〈시계를 죽임〉

한밤에 벽시계(壁時計)는 불길(不吉)한 탁목조(啄木鳥)!
나의 뇌수(腦髓)를 미신바늘처럼 쫏다.

일어나 쫑알거리는 「시간(時間)」을 비틀어 죽이다.
잔인(殘忍)한 손아귀에 감기는 간열핀 목아지여!

오늘은 열시간 일하였노라.
피로(疲勞)한 이지(理智)는 그대로 치차(齒車)를 돌리다.

나의 생활(生活)을 일절 분노(憤怒)를 잊었노라.
유리(琉璃)안에 설레는 검은 곰 인양 하품하다.

꿈과 같은 이야기는 꿈에도 아니 하랸다.
필요(必要)하다면 눈물도 제조(製造)할뿐!

어쨋던 정각에 꼭 수면(睡眠)하는것이
고상(高尙)한 무표정(無表情)이오 한취미(趣味)로 하노라 !

명일(明日)! (일자(日字)가 아니어도 좋은 영원(永遠)한 혼례(婚禮)!)
소리없이 옴겨가는 나의 백금(白金)체펠린의 유유(悠悠)한 야간항로(夜間航路)여!

〈아침〉

프로펠러 소리............
선연(鮮姸)한 커-브를 돌아나갔다.

쾌청(快晴)! 짙푸른 유월(六月)도시(都市)는 한층계(層階) 더자랐다.

나는 어깨를 골르다.
하품...... 목을 뽑다.
붉은 숳닭모양 하고
피여 오르는 분수(噴水)를 물었다......뿜었다......
해ㅅ살이 함빡 백공작(白孔雀)의 꼬리를 폈다.

수련(睡蓮)이 화판(花瓣)을 폈다.
옴라쳤던 잎새. 잎새. 잎새
방울 방울 수은(水銀)을 바쳤다.
아아 유방(乳房)처럼 솟아오른 수면(水面)!
바람이 굴고 게우가 미끄러지고 하늘이 돈다.

좋은 아츰-
나는 탐하듯이 호흡(呼吸)하다.
때는 구김살 없는 힌돛을 달다.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빩애 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유리창 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닥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유리창 2〉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앞 잣나무가 자꼬 커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히 가
유리를 입으로 쫏다.
아아, 항안에 든 금(金)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小蒸氣船)처럼 흔들리는 창(窓).
투명(透明)한 보라ㅅ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熱)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戀情)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마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音響)-
머언 꽃!
도회(都會)에는 고흔 화재(火災)가 오른다.

〈난초〉

난초(蘭草)닢은
차라리 수묵색.

난초(蘭草)닢에
엷은 안개와 꿈이 오다.

난초(蘭草)닢은
한밤에 여는 담은 입술이 있다.

난초(蘭草)닢은
별빛에 눈떴다 돌아 눕다.

난초(蘭草)닢은
드러난 팔구비를 어쨔지 못한다.

난초(蘭草)닢에
적은 바람이 오다.

난초(蘭草)닢은
칩다.

〈촉불과 손〉

고요히 그싯는 손씨로
방안 하나 차는 불빛!

별안간 꽃다발에 안긴듯이
올뺌이처럼 일어나 큰눈을 뜨다.

*

그대의 붉은 손이
바위틈에 물을 따오다,
산양(山羊)의 젖을 옮기다,
간소(簡素)한 채소(菜蔬)를 기르다,
오묘한 가지에
장미(薔微)가 피듯이
그대 손에 초밤불이 낳도다.

〈해협〉

포탄(砲彈)으로 뚫은듯 동그란 선창(船窓)으로
눈섶까지 부풀어 오른 수평(水平)이 엿보고,

하늘이 함폭 나려 앉어
큰악한 암닭처럼 품고 있다.

투명(透明)한 어족(魚族)이 행렬(行列)하는 위치(位置)에
홋하게 차지한 나의 자리여!

망토 깃에 솟은 귀는 소라ㅅ속 같이
소란한 무인도(無人島)의 각적(角笛)을 불고-

해협(海峽)오전(午前)두(二)시의 고독(孤獨)은 오롯한 원광(圓光)을 쓰다.
설어울리 없는 눈물을 소녀(少女)처럼 짓쟈.

나의 청춘(靑春)은 나의 조국(祖國)!
다음날 항구의 개인 날세여!

항해(航海)는 정히 연애(戀愛)처럼 비등(沸騰)하고
이제 어드매쯤 한밤의 태양(太陽)이 피여오른다.

〈다시 해협〉

정오(正午) 가까운 해협(海峽)
백묵(白墨)흔적(痕跡)이 적력(的歷)한 원주(圓周)!

마스트 끝에 붉은기(旗)가 하늘 보다 곱다.
감람(甘藍) 포기 포기 솟아 오르듯 무성(茂盛)한 물이랑이어!

반마(斑馬)같이 해구(海狗) 같이 어여쁜 섬들이 달려오건만
일일(一一)히 만저주지 않고 지나가다.

*

해협(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
해협(海峽)은 업지러지지 않었다.

지구(地球)우로 기여가는것이
이다지도 호수운 것이냐!

외진곳 지날제 기적(汽笛)은 무서워서 운다.
당나귀처럼 처량(凄凉)하구나.

해협(海峽)의 칠월(七月)해ㅅ살은
달빛 보담 시원타.

화통(火筒)옆 사닥다리에 나란히
제주도(濟州島)사투리 하는이와 아주 친했다.

수물 한 살 적 첫 항로(航路)에
연애(戀愛)보담 담배를 먼저 배웠다.

〈지도〉

지리(地理)교실(敎室)전용(專用)지도(地圖)는
다시 돌아와 보는 미려(美麗)한 칠월(七月)의정원(庭園).
천도(千島)열도(列島)부근(附近) 가장 짙푸른 곳은 진실(眞實)한 바다 보다 깊다.
한가운데 검푸른 점(點)으로 뛰여들기가 얼마나 황홀(恍惚)한 해학(諧謔)이냐!
의자(椅子)우에서 따이빙자세(姿勢)를 취(取)할수있는 순간(瞬間),
교원실(敎員室)의 칠월(七月)은 진실(眞實)한 바다보담 적막(寂寞)하다.

〈귀로〉

포도(舖道)로 나리는 밤안개에
어깨가 저윽이 무거웁다.

이마에 촉(觸)하는 쌍그란 계절(季節)의 입술
거리에 등(燈)불이 함폭! 눈물 겹구나.

제비도 가고 장미(薔薇)도 숨고
마음은 안으로 상장(喪章)을 차다.

걸음은 절로 드딜데 드디는 삼십(三十)적 분별(分別)
영탄(咏嘆)도 아닌 불길(不吉)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

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
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적막(寂寞)한 습관(習慣)이여!

2부

〈오월 소식〉

오동(梧桐)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記憶)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黃海)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메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快活)한 오월(五月)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順風)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팈를 찾어 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나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風浪)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 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ㄹ간 소리............

〈이른 봄 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새여 들어와
참한 은시계로 자근자근 얻어맞은듯,
마음이 이일 저일 보살필 일로 갈러저,
수은방울처럼 동글 동글 나동그라저,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

쥐나 한마리 훔켜 잡을 듯이
미다지를 살포-시 열고 보노니
사루마다 바람 으론 오호! 치워라.

마른 새삼넝쿨 새이 새이로
빠알간 산새새끼가 물레ㅅ북 드나들듯.

*

새새끼 와도 언어수작을 능히 할가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마음씨가 파다거리여.
새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휘파람이라.
새새끼야, 한종일 날어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

산봉오리-저쪽으로 돌린 푸로우피일-
페랑이꽃 빛으로 볼그레 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 하게
깎어 세운 대리석 기둥 인듯,
간ㅅ뎅이 같은 해가 익을거리는
아침 하늘을 일심으로 떠바치고 섰다,
봄ㅅ바람이 허리띄처럼 휘이 감돌아서서
사알랑 사알랑 날러 오노니,
새새끼도 포르르 포르르 불려 왔구나.

〈압천〉

압천(押川) 십리(十里)ㅅ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 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押川) 십리(十里)ㅅ벌에
해가 저믈어...... 저믈어......

〈석류〉

장미꽃 처럼 곱게 피여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여
홍보석 같은 알을 한알 두알 맛 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ㅅ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졸음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물음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불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갑판 위〉

나지익 한 하늘은 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운 피가 고이고
배는 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면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해적 같은 외딴섬이
흩어져 날으는 갈매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얀 큰 팔구비에 안기여
지구덩이가 동그랗다는 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원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 슨 어깨에 유월 볕이 스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ㅅ길은 수평선 저쪽까지 기폭처럼 퍼덕인다.

*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 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 듯 나부끼고.

그대는 바람보고 꾸짖는구료.

*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둘이 함께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태극선〉

이 아이는 고무뽈을 따러
흰 산양이 서로 부르는 푸른 잔디 우로 달리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범나비 뒤를 그리여
소스라치게 위태한 절벽 갓을 내닫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는 내처 날개가 돋혀
꽃잠자리 제자를 슨 하늘로 도는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내 무릎 우에 누온 것이 아니라)

새와 꽃, 인형, 납병정, 기관차들을 거나리고
모래밭과 바다, 달과 별 사이로
다리 긴 왕자처럼 다니는 것이려니,

(나도 일찍이, 점두록 흐르는 강가에 이 아이를
뜻도 아니한 시름에 겨워
풀피리만 찢은 일이 있다)

이 아이의 비단결 숨소리를 보라.
이 아이의 씩씩하고도 보드라운 모습을 보라.
이 아이 입술에 깃들인 박꽃 웃음을 보라.

(나는, 쌀, 돈셈, 지붕 샐 것이 문득 마음 키인다)

반딧불 하릿하게 날고
지렁이 기름불만치 우는 밤,
모와드는 훗훗한 바람에
슬프지도 않은 태극선 자루가 나부끼다.

〈카페 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빛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 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 간다.

*

(옹 패롵 서방 ! 꿋 이브닝!)

(꾿 이브닝!)(이 친구는 어떠하시오!)

울금향 아가씨는 이밤에도
경사 커-틴 밑에서 조시는 구료!
나는 자작의 아들도 아모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뺌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 강아지야
내 발을 빨어다오.
내 발을 빨어다오.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깃발. 깃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 옮기는
하이얀 양장의 점경!

그는 흘러가는 실심한 풍경이여니...
부질없이 오량쥬 껍질 씹는 시름...

아아, 애시리,황
그대는 상해로 가는 구료...

〈조약돌〉

조약돌 도글 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알는 피에로의 설음과
첫길에 고달픈
청제비의 푸념 겨운 지줄댐과,
꾀집어 아즉 붉어 오르는
피에 맺혀,
비 날리는 이국거리를
탄식하며 헤매노나.

조약돌 도글 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피리〉

자네는 인어를 잡아
아씨를 삼을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따뜻한 바다속에 여행도 하려니.

자네는 유리 같은 유령이 되어
뼈만 앙사하게 보일수 있나?

달이 이리 창백한 밤엔
풍선을 잡어타고
화분 날리는 하늘로 둥 둥 떠오르기도 하려니.

아모도 없는 나무 그늘 속에서
피리와 단둘이 이야기 하노니.

〈다알리아〉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심 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흰 뭇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 나오는 따알리아.

〈홍춘〉

춘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 제춤에 뜻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졸음조는 마을길에 고달퍼
아름 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 오노니.

〈저녁햇살〉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 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 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흑단초.
네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 빨어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뻣나무 열매〉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다 나섰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가 지운 듯 스러졌니?
그끄제 밤에 늬가 참버리처럼 닝닝거리고 간 뒤로-
불빛은 송홧가루 삐운 듯 무리를 둘러 쓰고
문풍지에 아름푸시 얼음 풀린 먼 여울이 떠는구나
바람세는 연사흘 두고 유달리도 미끄러워
한창 때 삭신이 덧나기도 쉬웁단다.
외로운 서 강화도로 떠날 임시 해서-
웃 입술에 그 뻣나무 열매가 안나서서 쓰겠니?
그래 그 뻣나무 열매를 그대로 달고 가랴니?

〈엽서에 쓴 글〉

나비가 한 마리 날러 들어온 양 하고
이 종잇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 한동안 파다거리 오리다.
-대수롭지도 않은 산목숨과도 같이.
그러나 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데 가까운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에이며
찬비에 함추름 취적시고 왔오.
-스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 검은 이밤이 다 회도록
참한 뮤-쓰처럼 쥬무시압.
해발 이천 피이트 산봉우리 우에서
이제 바람이 나려 옵니다.

〈선취〉

해협이 일어서기로만 하니깐
배가 한사코 기어오르다 미끄러지곤 한다.

괴롬이란 참지 않어도 겪어지는 것이
주검이란 죽을 수 있는것 같이.

뇌수가 튀어나올랴고 지긋지긋 견딘다.
꼬꼬댁 소리도 할 수 없이

얼빠진 장닭처럼 건들리며 나가니
갑판은 거북등처럼 뚫고 나가는데 해협이 업히랴고만 한다.

젊은 선원이 숫제 하-모니카를 불고 섰다.
바다의 삼림에서 태풍이나 만나야 감상할 수 있다는 듯이

암만 가려 드딘대도 해협은 자꼬 꺼져들어간다.
수평선이 없어진 날 단말마의 신혼행이여 !

오직 한낱 의무를 찾어내어 그의 선실로 옮기다.
기도도 허락되지 않는 연옥에서 심방하랴고

계단을 나리랴니깐
계단이 올라온다.

도어를 부등켜 안고 기억할 수 없다.
하늘이 죄여 들어 나의 심장을 짜노라고

영양은 고독도 아닌 슬픔도 아닌
올빼미 같은 눈을 하고 체모에 기고 있다.

애련을 베풀가 하면
즉시 구토가 재촉된다.

연락선에는 일체로 간호가 없다.
징을 치고 뚜우 뚜우 부는 외에

우리들의 짐짝 트렁크에 이마를 대고
여덟시간 내- 간구하고 또 울었다.

〈봄〉

외ㅅ가마귀 울며 나른 알로
허울한 돌기둥 넷이 스고,
이끼 흔적 푸르른데
황혼(黃昏)이 붉게 물들다.

거북 등 솟아오른 다리
길기도한 다리,
바람이 수면(水面)에 옴기니
휘이 비껴 쓸리다.

〈슬픈 기차〉

우리들의 기차(汽車)는 아지랑이 남실거리는 섬나라 봄날 왼하로를 익살스런 마드로스 파이프로 피우며 간 단 다.
우리들의 기차(汽車)는 느으릿 느으릿 유월소 걸어가듯 걸어 간 단 다.

우리들의 기차(汽車)는 노오란 배추꽃 비탈밭 새로
헐레벌덕어리며 지나 간 단 다.

나는 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마음만은 가벼워
나는 차창(車窓)에 기댄 대로 희파람이나 날리쟈.

먼데 산이 군마(軍馬)처럼 뛰여오고 가까운데 수풀이 바람처럼 불려 가고
유리판을 펼친듯, 뢰호내해(瀨戶內海) 퍼언한 물 물. 물. 물.
손까락을 담그면 포도(葡萄)빛이 들으렸다.

입술에 적시면 탄산수(炭酸水)처럼 끓으렸다.
복스런 돛폭에 바람을 안고 웃배가 팽이 처럼 밀려가 다 간,
나비가 되여 날러간다.

나는 차창(車窓)에 기댄대로 옥토끼처럼 고마운 잠이나 들쟈.
청(靑)만틀 깃자락에 마담.R의 고달픈 뺨이 붉으레 피였다. 고은 석탄(石炭)불처럼 이글거린다.
당치도 않은 어린아이 잠재기 노래를 부르심은 무슨 뜻이뇨?

잠 들어라.
가여운 내 아들아.
잠 들어라.

나는 아들이 아닌것을, 옷수염 자리 잡혀가는, 어린 아들이 버얼서 아닌것을.
나는 유리쪽에 가깝한 입김을 비추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나 그시며 가 쟈.
나는 늬긋 늬긋한 가슴을 밀감(蜜柑)쪽으로나 씻어나리쟈.

대수풀 울타리마다 요염(妖艶)한 관능(官能)과 같은 홍춘(紅椿)이 피맺혀 있다.
마당마다 솜병아리 털이 폭신 폭신 하고,
집웅마다 연기도 아니뵈는 해ㅅ볕이 타고 있다.
오오, 개인 날세야, 사랑과 같은 어질머리야, 어질머리야.

청(靑)만틀 깃자락에 마담 R의 가여운 입술이 여태껏 떨고 있다.
누나다운 입술을 오늘이야 싫것 절하며 갑노라.
나는 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오오, 나는 차보다 더 날러 가랴지는 아니하랸다.

〈황마차〉

슬는 은안경(銀眼鏡)이 흐릿하게
밤비는 옆으로 무지개를 그린다.

이따금 지나가는 늦인 전차(電車)가 끼이익 돌아나가는 소리에 내 조고만
혼(魂)이 놀란듯이 파다거리나이다. 가고 싶어 따듯한 화로갛를 찾어가고싶어.
좋아하는 코 ─ 란경(經)을 읽으면서 남경(南京)콩이나 까먹고 싶어,
그러나 나는 찾어 돌아갈데가 있을나구요?

네거리 모통이에 씩 씩 뽑아 올라간 붉은 벽돌집 탑(塔)에서는 거만스런
Ⅻ시(時)가 피뢰침(避雷針)에게 위엄있는 손까락을 치여 들었소. 이제야 내
목아지가 쭐 삣 떨어질듯도 하구료. 솔닢새 같은 모양새를 하고 걸어가는
나를 높다란데서 굽어 보는것은 아주 재미 있을게지요 마음 놓고 술 술 소변이라도
볼까요. 헐멭 쓴 야경순사(夜警巡査)가 일림처럼 쫓아오겠지요!

네거리 모통이 붉은 담벼락이 흠씩 젖었오. 슬픈 도회(都會)의 뺨이 젖었소.
마음은 열없이 사랑의 낙서(落書)를 하고있소. 홀로 글성 글성 눈물짓고
있는것은 가엾은 소 ─ 니야의 신세를 비추는 빩안 전등(電燈)의 눈알이외다.
우리들의 그전날 밤은 이다지도 슬픈지요. 이다지도 외로운지요. 그러면
여기서 두손을 가슴에 념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릿가?

길이 아조 질어 터져서 뱀눈알 같은 것이 반쟉 반쟉 어리고 있오. 구두가
어찌나 크던동 거러가면서 졸님이 오십니다. 진흙에 챡 붙어 버릴듯 하오.
철없이 그리워 동그스레한 당신의 어깨가 그리워. 거기에 내머리를 대이면
언제든지 머언 따듯한 바다 울음이 들려 오더니…………

……아아, 아모리 기다려도 못 오실니를……

기다려도 못 오실 니 때문에 졸리운 마음은 황마차(幌馬車)를 부르노니,
희파람처럼 불려오는 황마차(幌馬車)를 부르노니, 은(銀)으로 만들은 슬픔을
실은 원앙(鴛鴦)새 털 깔은 황마차(幌馬車), 꼬옥 당신처럼 참한 황마차(幌馬車),
찰 찰찰 황마차(幌馬車)를 기다리노니.

〈새빨간 기관차〉

느으릿 느으릿 한눈파는 겨를에
사랑이 수이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 달려가자.
두뺨에 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 꺼져 버리면 어찌 하자니?
줄 달음질 쳐 가자.
바람은 휘잉. 휘잉.
만틀 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
눈보라는 풀. 풀.
붕어새끼 꾀여내는 모이 같다.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새빨간 기관차처럼 달려가자!

〈밤〉

눈 머금은 구름 새로
흰달이 흐르고,

처마에 서린 탱자나무가 흐르고,

외로운 축불이, 물새의 보금자리가 흐르고...

표범 껍질에 호젓하이 쌓이여
나는 이밤, (적막한 홍수)를 누워 건늬다.

〈호수 1〉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호수 2〉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

〈호면〉

손 바닥을 울리는 소리
곱드랗게 건너 간다.

그뒤로 흰게우가 미끌어진다.

〈겨울〉

빗방울 나리다 누뤼알로 구을러
한 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달〉

선뜻 ! 뜨인 눈에 하나 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오다.

미욱한 잠과 베개를 벗어나
부르는 이 없이 불려 나가다.

*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호수호수(湖水)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옆에 흰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고와라.

연연턴 녹음녹음(綠陰), 수묵색수묵색(水墨色)으로 짙은데
한창때 곤한 잠인양 숨소리 설키도다.

비둘기는 무엇이 궁거워 구구 우느뇨,
오동오동(梧桐)나무 꽃이야 못견디게 향향(香)그럽다.

〈절정〉

석벽에는
주사가 찍혀 있오.
이슬 같은 물이 흐르오.
나래 붉은 새가
위태한데 앉어 따먹으오.
산포도순이 지나갔오.
향그런 꽃뱀이
고원꿈에 옴치고 있오.
거대한 죽엄 같은 장엄한 이마,
기휴조가 첫 번 돌아오는 곳,
상현달이 사러지는 곳,
쌍무지개 다리 드디는 곳,
아래서 볼 때 오리온 성좌와 키가 나란하오.
나는 이제 상상봉에 섰오.
별만한 흰꽃이 하늘대오.
민들레 같은 두다리 간조롱해지오.
해솟아 오르는 동해-
바람에 향하는 먼 기폭처럼
뺨에 나부끼오.

〈풍랑몽 1〉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래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 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풍랑몽 2〉

바람은 이렇게 몹시도 부옵는데
저달 영원의 등화 !
꺼질 법도 아니하옵거니,
엊저녁 풍랑 우에 님 실려 보내고
아닌 밤중 무서운 꿈에 소스라쳐 깨옵니다.

〈말 1〉

청대나무 뿌리를 우여어차! 잡어 뽑다가 궁등이를 찌였네.
짠 조수물에 흠뻑 불리워 휙 휙 내둘으니 보라ㅅ빛으로 피여오른 하늘이 만만하게 비여진다.
채축에서 바다가 운다.
바다 우에 갈메기가 흩어진다.

오동나무 그늘에서 그리운 양 졸리운 양한 내 형제 말님을 잦어 갔지.
「형제여, 좋은 아침이오.」
말님 눈동자에 엇저녁 초사흘달이 하릿하게 돌아간다.
「형제여 뺨을 돌려 대소. 왕왕.」

말님의 하이한 이빨에 바다가 시리다.
푸른 물 들뜻한 어덕에 해ㅅ살이 자개처럼 반쟈거린다.
「형제여,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사랑이 부질없오라.」

바다가 치마폭 잔주름을 잡어 온다.
「형제여, 내가 부끄러운데를 싸매였으니
그대는 코를 불으라.」

구름이 대리석 빛으로 퍼져 나간다.
채축이 번뜻 배암을 그린다.
「오호! 호! 호! 호! 호! 호! 호!」

말님의 앞발이 뒤ㅅ발이오 뒤ㅅ발이 앞발이라.
바다가 네귀로 돈다.
쉿! 쉿! 쉿!
말님의 발이 여덜이오 열여섯이라.
바다가 이리떼처럼 짓으며 온다.

쉿! 쉿! 쉿!
어깨우로 넘어닷는 마파람이 휘파람을 불고
물에서 뭍에서 팔월(八月)이 퍼덕인다.
「형제여, 오오, 이 꼬리 긴 영웅(英雄)이야!」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곱슬머리가 자랑스럽소라!」

〈말 2〉

까치가 앞서 날고,
말이 따러 가고,
바람 소올 소올, 물소리 쫄 쫄 쫄,
육월(六月)하늘이 동그라하다, 앞에는 퍼언한 벌,
아아, 사방(四方)이 우리 나라 라구나.
아아, 우통 벗기 좋다, 희파람 불기 좋다, 채칙이 돈다, 돈다, 돈다, 돈다.
말아,
누가 났나? 늬를. 늬는 몰라.
말아,
누가 났나? 나를. 내도 몰라.
늬는 시골 듬에서
사람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살고
내사 대처 한복판에서
말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다 잘았다.
시골로나 대처로나 가나 오나
량친 몬보아 스럽더라.
말아,
멩아리 소리 쩌르렁! 하게 울어라,
슬픈 놋방울소리 마춰 내 한마디 할라니.
해는 하늘 한복판, 금빛 해바라기가 돌아가고,
파랑콩 꽃다리 하늘대는 두둑 위로
머언 힌 바다가 치여드네.
말아,
가자, 가자니, 고대(古代)와 같은 나그내ㅅ길 떠나가자.
말은 간다.
까치가 따라온다.

〈바다 1〉

오, 오, 오, 오, 오, 소리치며 달려 가니
오, 오, 오, 오, 오, 연달어서 몰아 온다.

간 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석, 처얼석, 철석, 처얼석, 철석,
제비 날어 들듯 물결 새이새이로 춤을 추어.

〈바다 2〉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 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여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 없는 모래 밭.

〈바다 3〉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바다 4〉

후주근한 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 그누구 씨러져 울음 우는듯한 기척,

돌아 서서 보니 먼 등대가 반짝 반짝 깜박이고
갈매기떼 끼루룩 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어간다.

울음 우는 이는 등대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어덴지 홀로 떨어진 이름 모를 서러움이 하나.

〈바다 5〉

바둑 돌 은
내 손아귀에 만져지는것이
퍽은 좋은가 보아.

그러나 나는
푸른바다 한복판에 던졌지.

바둑돌은
바다로 각구로 떠어지는것이
퍽은 신기 한가 보아.

당신 도 인제는
나를 그만만 만지시고,
귀를 들어 팽개를 치십시오.

나 라는 나도
바다로 각구로 떨어지는 것이,
퍽은 시원 해요.

바둑 돌의 마음과
이 내 심사는
아아무도 모르지라요.

〈갈매기〉

돌아다 보아야 언덕 하나 없다, 솔나무 하나 떠는 풀잎 하나 없다.
해는 하늘 한 복판에 백금(白金)도가니처럼 끓고, 똥그란 바다는 이제 팽이처럼 돌아간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
고양이가 이런데 살리야 있나, 늬는 어데서 났니? 목이야 히기도 히다, 나래도 히다, 발톱이 깨끗하다, 뛰는 고기를 문다.
힌물결이 치여들때 푸른 물구비가 나려 앉을때,
갈메기야, 갈메기야 아는듯 모르는듯 늬는 생겨났지,
내사 검은 밤ㅅ비가 섬돌우에 울때 호롱ㅅ불앞에 났다더라.
내사 어머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이들은 머리가 히시다.
나는 허리가 가는 청년이라, 내홀로 사모한이도 있다, 대추나무 꽃 피는 동네다 두고 왔단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목으로 물결을 감는다, 발톱으로 민다.
물속을 든다, 솟는다, 떠돈다, 모로 날은다.
늬는 쌀을 아니 먹어도 사나? 내손이사 짓부푸러젔다.
수평선(水平線)우에 구름이 이상하다, 돛폭에 바람이 이상하다.
팔뚝을 끼고 눈을 감었다,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 처럼 맍어진다.

3부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실이 나려와 가치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해ㅅ빛이 입마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시약시 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 이다.

〈지는 해〉

우리 옵바 가신 곳은
해님이 지는 서해(西海) 건너
멀리 멀리 가섰다네.
웬일인가 저 하늘이
피ㅅ빛 보담 무섭구나!
날리 났나. 불이 났나.

〈띠〉

하늘 우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띄를 띄고,

이땅우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띄를 띄고,

땅속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띄를 띄네.

〈산너머 저쪽〉

산넘어 저쪽 에는
누가 사나?

뻐꾹이 영우 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넘어 저쪽 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어 쩌 르 렁!

산넘어 저쪽 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봄 들며 아니 뵈네.

〈홍시〉

어적게도 홍시 하나.
오늘에도 홍시 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남게 웨 앉었나.

우리 옵바 오시걸랑.
맛뵐라구 남겨 뒀다.

후락 딱 딱
훠이 훠이!

〈무서운 시계〉

옵바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숫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옵바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時計)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삼월 삼짇날〉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 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산소〉

서낭산ㅅ골 시오리 뒤로 두고
어린 누의 산소를 묻고 왔오.
해마다 봄ㅅ바람 불어를 오면,
나드리 간 집새 찾어 가라고
남먼히 피는 꽃을 심고 왔오.

〈종달새〉

삼동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웨저리 놀려 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웨저리 놀려 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홀로 놀자.

〈병〉

부헝이 울든 밤
누나의 이야기-

파랑병을 깨치면
금시 파랑바다.

빨강병을 깨치면
금시 빨강 바다.

뻐꾹이 울든 날
누나 시집 갔네-

파랑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빨강병을 깨트려
하늘 혼자 보고.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담배ㅅ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믄 날도
비가 오시네.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웨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의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 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원통 빩애 졌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별똥〉

별똥 떠러진 곳,
마음해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기차〉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녹아도(鹿兒島)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영!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고향(故鄕)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사월(四月)바람을
기차(汽車)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힌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산엣 색시 들녘 사내〉

산엣 새는 산으로,
들녁 새는 들로.
산엣 색씨 잡으러
산에 가세.

작은 재를 넘어 서서,
큰 봉엘 올라 서서,

「호-이」
「호-이」

산엣 색씨 날래기가
표범 같다.

치달려 다러나는
산엣 색씨,
활을 쏘아 잡었읍나?

아아니다,
들녁 사내 잡은 손은
참아 못 놓더라.

산엣 색씨,
들녁 쌀을 먹였더니
산엣 말을 잊었읍데.

들녁 마당에
밤이 들어,
활 활 타오르는 화투불 넘어
넘어다 보면-

들녁 사내 선우슴 소리,
산엣 색씨
얼골 와락 붉었더라.

〈내 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한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口令)를 부르지요.

「앞으로-가. 요.」
「뒤로-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ㅅ고개 같어요.
호. 호. 호. 호. 내맘에 맞는이.

〈무어래요〉

한길로만 오시다
한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늦인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뒤ㅅ동산 새이ㅅ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이 처럼 들려시면
누가 무어래요?

〈숨기 내기〉

나-ㄹ 눈 감기고 숨으십쇼.
잣나무 알암나무 안고 돌으시면
나는 샃샃이 찾어 보지요.

숨ㅅ기 내기 해종일 하며는
나는 슬어워 진답니다.

슬어워 지기 전에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떠나온지 오랜 시골 다시 찾어
파랑새 산양을 가지요.

〈비둘기〉

저 어는 새떼가 저렇게 날러오나?
저 어는 새떼가 저렇게 날러오나?

사월ㅅ달 해ㅅ살이
물 농오리 치덧하네.

하눌바래기 하눌만 치어댜 보다가
하마 자칫 잊을번 했던
사랑, 사랑이

비듥이 타고 오네요.
비듥이 타고 오네요.

4부

〈불사조〉

비애(悲哀)! 너는 모양할수도 없도다.
너는 나의 가장 안에서 살었도다.

너는 박힌 화살, 날지안는 새,
나는 너의 슬픈 울음과 아픈 몸짓을 진히노라.

너를 돌려보낼 아모 이웃도 찾지 못하였노라.
은밀히 이르노니-「행복(幸福)」이 너를 아조 싫여하더라.

너는 짐짓 나의 심장(心臟)을 차지하였더뇨?
비애(悲哀)! 오오 나의 신부(新婦)! 너를 위하야 나의 창(窓)과 우슴을 닫었노라.

이제 나의 청춘이 다한 어느날 너는 죽었도다.
그러나 너를 묻은 아모 석문(石門)도 보지 못하였노라.

스사로 불탄 자리 에서 나래를 펴는
오오 비애(悲哀)! 너의 불사조(不死鳥) 나의 눈물이여!

〈나무〉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울어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저도 싹은 반듯이 우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여젔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는 위치(位置)! 좋은 우아래!
아담의 슬픈 유산(遺産)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연륜(年輪)으로 이스라엘의 이천년(二千年)을 헤였노라.
나의 존재(存在)는 우주(宇宙)의 한낱초조(焦燥)한 오점(汚點)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발의 성혈(聖血)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신약(新約)의태양(太陽)을 한아름 안다.

〈은혜〉

회한(悔恨)도 또한
거룩한 은혜(恩惠).

깁실인 듯 가느른 봄볕이
골에 굳은 얼음을 쪼기고,

바늘 같이 쓰라림에
솟아 동그는 눈물!

귀밑에 아른거리는
요염(妖艶)한 지옥(地獄)불을 끄다.

간곡(懇曲)한 한숨이 뉘게로 사모치느뇨?
질식(窒息)한 영혼(靈魂)에 다시 사랑이 이실나리도다.

회한(悔恨)에 나의 해골(骸骨)을 잠그고져.
아아 아프고져!

〈별〉

누어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금(金)실로 잇은듯 가깝기도 하고,

잠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 듯, 소사나 듯,
불리울 듯, 맞어들일 듯,

문득, 령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일는 회한(悔恨)에 피여오른다.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임종〉

나의 림종하는 밤은
귀또리 하나도 울지 말라.

나종 죄를 들으신 신부(神父)는
거룩한 산파(産婆)처럼 나의영혼(靈魂)을 갈르시라.

성모취결례(聖母就潔禮) 미사때 쓰고 남은 황촉(黃燭)불!

담머리에 숙인 해바라기꽃과 함께
다른 세상의 태양(太陽)을 사모하여 돌으라.

영원(永遠)한 나그내ㅅ길 노자(路資)로 오시는
성주(聖主) 예수의 쓰신 원광(圓光)!
나의 령혼에 칠색(七色)의 무지개를 심으시라.

나의 평생이오 나종인 괴롬!
사랑의 백금(白金)도가니에 불이 되라.

달고 달으신 성모(聖母)의 일흠 불으기에
나의 입술을 타게하라.

〈갈릴레아 바다〉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파도(波濤)는
미(美)한 풍경(風景)을 이룰수 없도다.

예전에 문제(門弟)들은
잠자시는 주(主)를 깨웠도다.

주(主)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신덕(信德)은 복(福)되도다.

돗폭은 다시 펴고
키는 방향(方向)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주(主)는 짐짓 잠자신 줄을-.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탄식(嘆息)은 깨달었도다.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령혼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갑진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힌꽃을 달은 고산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사로 한가러워-항상 머언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뿐.
때없이 가슴에 두손이 염으여지며
구비 구비 돌아나간 시름의 황혼(黃昏)길우-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임을 고이 진히고 것노라.

〈다른 한울〉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었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호흡(呼吸)이 절로 달도다.

물과 성신(聖神)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태양(太陽)이로세!

뭇사람과 소란한 세대(世代)에서
그가 다맛 내게 하신 일을 진히리라!

미리 가지지 않었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영혼(靈魂)은 불과 사랑으로! 육신은 한낯 괴로움.
보이는 한울은 나의 무덤을 덮을쁜.

그의 옷자락이 나의 오관(五官)에 사모치지 안었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한울을 삼으리라.

〈또 하나 다른 태양〉

온 고을이 밧들만 한
장미(薔薇) 한가지가 솟아난다 하기로
그래도 나는 고하 아니하련다.

나는 나의 나히와 별과 바람에도 피로(疲勞)웁다.

이제 태양(太陽)을 금시 잃어 버린다 하기로
그래도 그리 놀라울리 없다.

실상 나는 또하나 다른 태양(太陽)으로 살었다.

사랑을 위하얀 입맛도 잃는다.
외로운 사슴처럼 벙어리 되어 산(山)길에 슬지라도-

오오, 나의 행복(幸福)은 나의 성모(聖母)마리아!

발문

〈발〉

천재 있는 시인(詩人)이 자기의 제작(制作)을 한번 지나가버린 길이오 넘어간 책장같이 여겨 그것을 소중이 알고 앨써 모아두고 하지않고 물우에 떠러진 꽃잎인듯 흘러가 버리는대로 두고저 한다하면 그 또한 그럴듯한 심원(心願)이리라 그러나 범용(凡庸)한독자(讀者)란 또한 있어 이것을 인색한사람 구슬 갈므듯 하려하고 「다시또한번」을찾어 그것이 영원한 화병(花甁)에 새겨 머믈러짐을 바라기까지 한다.

지용의시(詩)가 처음 조선지광(朝鮮之光)(昭和二年二月)에 발표(發表)된 뒤로 어느듯 십년(十年)에 가까운 동안을 두고 여러가지 간행물(刊行物)에 흩어저 나타낫던 작품(作品)들이 이시집(詩集)에 모아지게 된것은 우리의 독자적심원(獨自的心願)이 이루어지는 기쁜일이다. 단순(單純)히 이기쁨의 표백(表白)인 이발문(跋文)을 쓰는가운대 내가 조금이라도 서문(序文)스런 소리를 느려놀 일은 아니오 시(詩)는 제스사로 할말을 하고 갈 자리에 갈것이지마는 그의시적발전(詩的發展)을 살피는데 다소(多少)의 연대관계(年代關係)와 부별(部別)의설명(說明)이 없지못할것이다.

제이부(第二部)에 수합(收合)된것은 초기시편(初期詩篇)들이다 이시기(時期)는 그가 눈물을 구슬같이 알고 지어라도 내려는듯하든 시류(時流)에 거슬려서 많은 많은 눈물을 가벼이 진실로 가벼이 휘파람불며 비누방울을 날리든 때이다.

제삼부(第三部) 요(謠)는 같은시기(時期)의 부산(副産)으로 자연동요(自然童謠)의 풍조(風調)를 그대로 띤 동요류(童謠類)와 민요풍시편(民謠風詩篇)들이오.

제일부(第一部)는 그가 가톨릭으로 개종(改宗)한 이후 촉불과손, 유리창, 바다•1등(等)으로 비롯해서 제작(制作)된 시편(詩篇)들로 그 심화(深化)된 시경(詩境)과 타협(妥協)없는 감각(感覺)은 초기(初期)의 시작(詩作)이 손쉽게 친밀(親密)해질수 있는 것과는 또다른 경지(境地)를 밟고 있다.

제사부(第四部)는 그의신앙(信仰)과 직접(直接) 관련(關聯)있는 시편(詩篇)들이오.

제오부(第五部)는 소묘(素描)라는 제(題)를 띠였든 산문이편(散文二篇)이다.

그는 한군대 자안(自安)하는 시인(詩人)이기 보다 새로운 시경(詩境)의 개척자(開拓者)이려한다. 그는 이미 사색(思索)과 감각(感覺)의 오묘(奧妙)한 결합(結合)을 향(向)해 발을 내여 드딘듯이 보인다. 여기 모인 팔십구편(八十九篇)은 말할것없이 그의 제일시집(第一詩集)인것이다.

이 아름다운 시집(詩集)에 이 졸(拙)한 발문(跋文)을 부침이 또한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불려지기를 가만이 바라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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